[구광모 리더십] ③조용한 리더십 이어가는 LG 수장... 계열사 자율책임경영에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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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진 기자
입력 2024-08-14 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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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용하지만 내실 있는 경영 행보

  • 최전방 지휘하는 타 총수와 대비

  • 계열사 CEO들도 주로 내실경영 집중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해 11월 7일 2023 KBO 한국시리즈 1차전 kt위즈와 LG트윈스의 경기가 열리는 서울 잠실야구장을 찾아 경기를 관람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해 11월 7일 2023 KBO 한국시리즈 1차전 kt위즈와 LG트윈스 경기가 열리는 서울 잠실야구장을 찾아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늘의 승리는 여기 계신 모든 분들과 LG를 사랑해주시는 모든 분들이 함께 일궈낸 값진 승리입니다. 무적 LG 파이팅!"

지난해 가을 LG트윈스가 29년 만에 KBO 한국시리즈(KS) 우승을 일궈낸 가운데 재계에서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등장이 이슈가 됐다. 외부 노출을 꺼리는 구 회장이 우승 소감을 전하며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국내 4대 그룹 총수와 비교해 유독 조용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구 회장은 대외활동을 활발히 하지 않고 그룹 내실 다지기에 집중한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스스로 그룹 '회장'이 아니라 ㈜LG 대표로 불리기를 바란다고 할 만큼 계열사별 CEO 자율경영 체제를 유지하며 본인은 지주사의 'ABC(인공지능·바이오·클린테크)'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경영위기 속에서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 그룹의 주요 사업들도 부진을 겪고 있는 상황인 만큼 그룹 안팎에서도 구 회장이 발로 뛰는 현장 경영을 보다 활발히 펼치며 총수가 그룹을 이끄는 모습을 적극적으로 보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선대부터 이어진 '조용한 리더십'
구 회장은 언론 노출을 최소화하며 경영 활동을 이어가는 것으로 유명하다. 2018년 취임 이후 각종 행사에 모습을 나타낼 때마다 취재진 질문에 침묵을 지키며 빠르게 자리를 떠났다. 연초 대통령을 비롯한 재계 총수들이 대거 참석하는 신년 인사회에서도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 같은 구 회장 행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평소 본인의 신중한 성향과 함께 다른 총수들보다 나이가 어리다 보니 목소리를 내는 것에 신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구 회장은 1978년생으로, 30대에 그룹 총수에 올랐으며 현재 4대 그룹 총수 중 유일한 40대다.

한편으로는 고(故) 구본무 선대회장부터 이어진 '조용한 리더십' 문화가 이어지고 있다는 평도 나온다. 구 선대회장은 활발하고 털털한 성격이었던 것으로 유명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재벌 빅딜' 과정에서 LG반도체를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에 넘겨준 이후 그룹 내 행사 외에는 대외활동을 자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아주경제DB
[사진=아주경제DB]
취임 후 현장 경영만 30건
구 회장도 '조용한 리더십'을 보이고 있지만 현장 경영은 매해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취임 직후인 2018년 9월 LG사이언스파크 현장을 방문한 것을 시작으로 매년 사업장을 점검해왔다. 취임 후 현재까지 외부에 공개된 현장 경영 행보만 30여 건에 달한다.

특히 지난 6월에는 미국 출장길에 올라 가전·배터리와 AI 반도체·로봇 등 미래 사업 현장을 직접 점검하고, 미래 준비 현황을 살피는 등 현장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구 회장은 LG전자 테네시 공장에 이어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GM)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 제2공장 등을 방문하며 현지 직원들에게 "여러분의 노력과 헌신에 감사드린다"며 "자신감과 자부심을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지속 성장의 긴 레이스에서 이기기 위해 도전과 도약의 '빅스텝'을 만들어 나가자"고 말했다. 구 회장은 이번 북미 현장 방문에서 직원들을 총 6번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실리콘밸리를 찾아 짐 켈러 텐스토렌트 CEO를 만나기도 했다. 텐스토렌트는 AI 반도체 설계업체로 구 회장이 직접 챙기고 있는 AI 사업의 시장 동향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진다.
 
'스타 CEO' 배출 기대도
조용하면서도 실용적인 행보를 걷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과 업체 간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적극적인 협력이 없어 아쉽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이는 다른 총수들의 해외 경영 행보와도 대비되고 있다. 일례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4월 유럽 출장에서 독일 차이스 경영진을 만나 극자외선(EUV) 기술과 첨단 반도체 장비 관련 분야 협력을 논의한 데 이어 6월 미국 출장에서는 '갤럭시Z폴드6·플립6' 출시를 앞두고 한스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CEO와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등 그룹의 핵심 사업을 직접 챙기며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6월 말부터 약 2주간 미국에 머물며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인텔 등 주요 빅테크 CEO와 연쇄 회동하며 AI 및 반도체 파트너십 강화를 위한 적극적인 행보를 펼쳤다. 지난 4월에도 미국을 찾아 SK하이닉스 주요 고객사인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만나 글로벌 AI 동맹 구축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반면 구 회장의 현장 경영 행보 30여 건 중 타사 경영진과 만난 것은 많지 않다. 빅테크의 수장인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LG트윈타워를 방문했을 때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를 두고 재계관계자는 "내실 경영에 힘을 주고 사업 미팅은 계열사 CEO들에게 맡기는 전략으로도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구 회장 행보는 각 계열사별 CEO에게 맡기는 '자율경영' 체제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구 회장은 '스타 CEO'가 배출되기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열사별로 잘하고 있는 사업은 적극적으로 알리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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