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방정부들이 14년 동안 시행해온 분양가 제한 정책을 잇달아 폐지하고 있다. 분양가를 제한하게 되면 수요가 부진해도 가격을 일정 수준 이상 낮출 수 없어 부동산 시장 회복의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부동산 가격 하락을 부추겨 오히려 시장 침체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3일 중국 제일재경은 올해 들어 각종 부동산 부양책이 발표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추세는 신규 주택에 대한 가격 제한 폐지라고 보도했다. 실제 중국 부동산 시장 연구기관 중국지수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7월 선양, 란저우, 정저우, 닝더, 주하이 등 11개 도시가 신규 주택 가격 제한을 폐지하거나 완화했다.
중국의 주택 가격 제한 정책은 지역별로 차이가 있으나 분양가가 지나치게 높지 않도록 상한선을 두거나, 주변 시세에 맞춰 분양가 설정 가능 구간을 두는 등의 두 가지로 나뉜다. 중국은 부동산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2010년부터 이 정책을 시행해왔으나 2021년 하반기부터 부동산 가격이 하락세로 접어들면서 정책 실효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돼 왔다.
분양가를 제한되게 되면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적정 가격에 주택을 분양할 수 없어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수 있고, 실수요자들의 주택 매입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천원징 중국지수연구원 시장연구총감은 "부동산 시장 환경이 변화하면서 주택 가격 제한 정책의 부정적 영향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고 짚었다.
향후 베이징·상하이 등 대도시들도 분양가 제한을 완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딩주위 중국부동산정보공사 회장은 "이는 부동산 시장이 호황기 때 나온 규제 정책으로 현재 시장 환경에는 맞지 않는다"면서 "향후 베이징과 상하이 등 핵심 일선 도시(대도시)들도 규제를 완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일각에서는 오히려 가격 하락을 부추겨 부동산 시장 침체가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장다웨이 중원부동산 수석분석가는 "가격제한정책이 없어지면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며 "현재 시장 환경에서는 가격 제한을 두지 않더라도 개발업체가 집을 비싸게 팔 수 없지만, 일부 지역의 집값이 과도하게 추락해 시장이 전반적으로 크게 조정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중국은 경제 뇌관으로 꼽히는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해 최근 주담대 금리 하한선도 철폐했다. 지난달 베이징·상하이 등 대도시들의 주택담보대출 금리(첫 주택 구매 시)는 3.5%로 집계됐다. 5월 3% 후반~4% 초반에서 크게 낮아진 것이다. 일부 지역의 은행은 대출 금리를 3%대 초반까지 낮춘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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