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상품에 가입한 사람이 565만명, 이들이 적립한 퇴직연금 적립액이 32조원을 넘어섰다. 제도 시행 1년 동안 가입자 수와 적립액 규모가 급성장한 가운데 90% 가까운 가입자·적립액이 '원금보장형' 상품에 집중됐다. 운용 자금을 개인이 적립하는 개인형퇴직연금(IRP)보다 회사가 적립하는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 가입자 수와 적립액 규모가 컸다.
13일 고용노동부·금융감독원은 올해 2분기 말 기준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적립액이 32조9095억원으로 1분기 말 대비 7조2634억원 증가했고, 디폴트옵션을 지정한 가입자 수가 565만1000명으로 38만명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적립액은 전 분기보다 28.3% 늘었고 지정가입자 수는 7.2% 많아졌다.
디폴트옵션 지정가입자 가운데 실제 디폴트옵션 상품으로 퇴직연금 적립금을 운용하고 있는 가입자(운용가입자) 수는 263만명으로 1분기 말(234만명) 대비 29만명(12.4%) 증가했다. 지정가입자 중 운용가입자 비율은 1분기 말 44.4%에서 2분기 말 46.5%로 2.1%포인트 늘어났다.
디폴트옵션 상품 적립액과 지정가입자 수를 위험등급별로 나눠 보면 대부분 원금보장형에 해당하는 '초저위험' 상품에 집중돼 있다. 이 상품 적립액은 전체 중 89.2%인 29조3478억원, 지정가입자는 전체 중 86.5%인 489만명이다. 초저위험 상품 적립액과 지정가입자는 전 분기 대비 각각 27.8%, 6.6% 늘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41개 퇴직연금사업자의 디폴트옵션 상품 305개가 판매·운용되고 있고 이 가운데 1년 이상 운용된 상품의 연 수익률은 10.82%를 기록했다. 위험등급별 1년 이상 운용된 상품의 수익률은 고위험 상품이 16.55%, 중위험이 12.16%, 저위험이 7.51%, 초저위험이 3.47%였다.
초저위험 상품과 달리 원금손실위험을 감수하고 더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나머지 위험등급 상품도 적립액과 지정가입자 수는 늘고 있지만 증가 규모는 초저위험 상품만큼 크지 않다. 그래서 저위험 이상 등급 상품의 적립액·가입자 비율은 한 자릿수에 머물러 있다. 2분기 말 '저위험' 상품 적립액과 지정가입자는 1조8772억원(전체 중 5.7%)·31만명(5.5%), '중위험' 상품은 1조2011억원(3.6%)·27만명(4.8%), '고위험' 상품은 4834억원(1.5%)·18만명(3.2%)으로 집계됐다.
디폴트옵션 적립·가입 현황을 퇴직연금 종류별로 보면 IRP보다 회사가 적립하는 DC 제도를 통한 상품 적립액과 지정가입자 규모가 컸다. DC 적립액은 23조4985억원으로 전체 중 71.4%, DC 지정가입자는 309만명으로 전체 중 54.7%를 차지했다.
적립액 증가 규모는 DC 쪽이 컸지만 지정가입자 수 증가 속도는 IRP가 빨랐다. DC 적립액은 전 분기 대비 5조803억원 늘었는데, 이는 IRP 적립액 증가분(2조1831억원) 대비 2.3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IRP 지정가입자 수는 전 분기 대비 24만5000명 늘어 같은 기간 DC 가입자(13만5000명)보다 1.8배 더 늘었다. 그 결과 IRP 지정가입자 수 비율이 1분기 말 43.9%에서 2분기 말 45.3%로 1.4%포인트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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