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반도체 전쟁 중심에 있는 화웨이가 엔비디아에 필적할 만한 AI(인공지능)용 반도체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IT(정보통신) 기업들이 화웨이의 최신 AI 반도체 '어센드 910C'(중국명 성텅 910C)에 대한 사전 테스트 작업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화웨이는 이들 고객사에 어센드 910C의 성능이 엔비디아의 H100과 유사한 수준이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지난해 출시한 H100은 상용화된 AI 반도체 중 가장 높은 성능을 자랑하는 제품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2022년 8월부터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를 취하면서 H100의 대중국 수출도 금지돼왔다. 이후 엔비디아는 성능을 낮춘 중국 수출용 모델 H800·A800을 만들어 중국에 공급했고, 중국 기업들은 이 같은 저성능 반도체를 여러 개 활용하는 방식으로 AI를 개발해 왔으나 생성형 AI 개발 등에는 한계가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는 이르면 오는 10월에 어센드 910C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틱톡 모회사인 바이트댄스와 중국 최대 검색 엔진 바이두, 국영 통신사 차이나 모바일 등이 화웨이의 신형 AI 반도체 구매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와 이들 잠재 고객사 간 초기 협상 상황으로 볼 때 첫 주문량은 7만개 이상으로, 금액으로는 20억 달러(약 2조7300억원)가 넘는다.
미국 상무부는 2019년 5월 안보 우려를 이유로 화웨이를 미국의 제재 대상 기업 명단에 올렸다. 반도체 조달이 어려워진 화웨이는 이후 3년 동안 스마트폰 신제품을 출시하지 못하다가 지난해 7나노(나노미터·1나노는 10억분의1미터) 프로세서(AP)가 장착된 스마트폰 '메이트 60' 시리즈를 출시하는 등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미국 내에서는 미국의 제재가 오히려 중국 기업들의 기술력 향상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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