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하 칼럼] '바이브세션' 빠져든 한국…금리 조정 타이밍 놓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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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입력 2024-08-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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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미국 전문가들은 최근의 미국 경제 상황을 바이브세션으로 설명한다. 바이브세션은 분위기(vibe)와 침체(recession)를 합성한 신조어로, 국민들의 경기에 대한 비관적 인식으로 실제 경기 상황과 별개로 사회적 분위기가 경제침체 상태인 상황을 지칭한다. 지난 몇 년간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생활비는 커졌지만 실제 소득이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로 판단된다.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지난 8월초 블랙 프라이데이로 다우존스지수와 나스닥지수가 폭락했고, 주가는 다소 반등했지만 불안한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경제 침체 가능성은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의 하락세 전환으로 반영되고 있다.
 
뉴욕 증권시장의 혼조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본 대만 유럽의 금융시장도 크게 흔들렸다. 지난 5일 폭락 장세를 보였던 코스피는 다소 회복되었으나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지난해까지만 해도 잠잠하던 부동산 가격 상승이 서울에서부터 요동치더니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렇다고 우리 경제가 잘 돌아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2분기의 전기 대비 GDP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2%로 후퇴했다. 수출은 선전하고 있지만 민간소비, 건설투자 설비투자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7월 고용동향에 의하면, 실업률은 2.5%로 거의 완전고용에 가깝고, 15∼64세 고용률도 63.3%로 좋아졌다. 산업별로 보면, 정보통신업 보건복지서비스업 운수창고업은 증가했으나 제조업 건설업 도소매업이 감소했다.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11만명 급감했다. 연령별로는 30대 50대 60대 연령층의 취업자수는 늘었으나, 20대와 40대 연령층은 감소되었다. 7월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동월대비 2.6% 상승해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생활물가지수는 3.0% 상승했다. 식품물가는 3.4% 상승했고, 신선식품지수는 7.7% 상승했다. 8월의 폭염을 감안하면 8월의 생활물가 부담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가 어려운 것은 정부의 국세 수입에서도 나타난다. 금년 1월부터 6월까지의 국세수입은 168조6000억원으로 전년동기에 비해서 10조원(-5.6%) 감소되었다, 부가가치세가 늘어난 것은 다행이지만 법인세가 전년 대비 16조1000억원(-34.4%) 감소한 영향이 컸다. 세수가 여의치 못한데도 정부지출은 늘어 6월까지 관리재정수지는 103조4000억원 적자를 보였다. 경기 부진에 대한 정부 대응 능력의 한계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부도율 상승도 심상치 않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3년의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수도권 이외 13개 지역의 어음 부도율은 0.45%로, 2022년 0.14% 대비 0.31%p 상승하였다. 전국 어음 부도율(0.23%)과 비교해도 0.22%p 높다. 국내 은행 원화대출 연체율 현황에 따르면 5월말 기준 기업대출 연체율은 0.58%로 전월말 대비 0.04%p 높아졌다. 이 중 대기업 연체율은 0.05%로 전월 대비 하락한 반면에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72%로 전월말 대비 0.06%p 높다. 금년 1~7월 누적 부도 건설업체수는 21곳으로 2023년의 전체 부도업체수를 넘어섰다. 도산도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큰 격차를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우리나라에서도 바이브세션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최근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지난 3년간 물가상승에 따른 부담 증가는 그대로 상존한 상태에서 생활물가 부담은 여전하고, 경제성장 지체로 소득이 물가 상승을 덮을 정도로 빠르게 늘어나지 못하고 있어, 일반 국민들은 현재의 경제상태를 침체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 무엇보다도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면서 수출이 대폭 증가되었지만 수출 증가가 내수 증가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어 대부분 국민들의 살림살이는 넉넉하지 못하다. 우리나라의 바이브세션은 양극화되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이러한 경기 양극화를 발생시키는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는 것은 고금리의 지속이다. 2021년 0.5% 수준이던 기준금리가 2023년 초 3.5%까지 인상된 이후 현재까지 고금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오랜 기간 저금리에 적응된 경제가 높은 금리에 적응하는 것은 쉽지 않겠으나, 현재의 상황으로 보면, 대기업은 어느 정도 적응했고, 최근에는 부동산을 구매하고자 하는 수요층도 적응이 완료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소기업 특히 영세 상공인은 적응하지 못하고 무너지는 모습이 역력하고, 업종으로는 건설업이 크게 타격을 받고 있다. 티몬 위메프 사태도 따지고 보면 고금리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현재의 바이브세션 분위기를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금리 인하가 급선무로 생각된다.
 
미국 연준도 9월에는 금리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미국의 고용지표가 악화되고 생산자물가지수와 소비자물가지수도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어 미국 역시 바이브세션 전환을 위한 금리 인하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도 생활물가지수는 다소 불안하지만 기대인플레이션은 진정된 모습이고, 경제 전반이 금리인하를 갈망하고 있다. 금리인하가 미칠 부동산 시장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문제인데, 정부가 부동산 공급 물량 확대를 포함한 부동산 안정화 대책을 추진하고 있고, 부동산에 대한 투기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규제가 강화된다면 어느 정도는 통제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금리 조정도 타이밍이 중요하다. 이제 결단의 시간이 왔다.
 

김용하 필자 주요 이력 

△성균관대 경제학 박사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 △전 한국경제연구학회 회장 △전 한국재정정책학회 회장 △현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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