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관계자는 "LG그룹은 과거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출자와 경영을 철저하게 분리함으로써 경영 투명성과 전문성을 강화했다"며 "IMF 외환위기 이후 불확실성이 높아진 대외 경영 환경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모범적인 대기업 지배구조 모델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지주회사 전환 모범사례···LS·GS 분리에도 3배 성장
15일 재계에 따르면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취임 후 이러한 LG그룹 지주회사 체계를 계열사 전문경영인(CEO)을 중심으로 한 책임경영 체제로 재편하는 데 주력했다.
LG그룹은 공정거래법 기준 2024년 60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LG전자(33.7%)를 필두로 LG화학(33.3%), LG생활건강(34.0%), LG유플러스(37.7%), LG CNS(50.0%) 등 주요 자회사 9곳 지분을 30% 이상 보유하며 안정적인 지주회사 체제를 운영 중이다.
LG그룹 관계자는 "LG그룹이 성공적으로 지주회사 체제로 안착한 모습을 보여줌에 따라 다른 국내 대기업들도 잇달아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시작했다"며 "많은 기업이 LG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방법과 조직 체계, 운영, 브랜드 관리 방법 등을 벤치마킹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LG그룹 지주회사인 ㈜LG는 화학부문 지주회사인 LG CI와 전자부문 지주회사인 LG EI가 합병하는 형태로 설립됐다. LG그룹은 지주회사 출범 당시부터 출자 구조 단순화로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고, 전문경영인의 책임 경영과 이사회 중심 경영을 통해 사업 경쟁력 강화와 기업·주주가치 극대화를 추구한 바 있다.
이러한 출자 간소화로 LG그룹은 LS그룹을 시작으로 2005년 GS그룹, 2007년 LF그룹, 2021년 LX그룹 분리에도 별다른 마찰과 잡음 없이 성공적으로 그룹 분리를 완수할 수 있었다.
재계에 따르면 지배구조 개편 이후 LG그룹 매출은 2003년 약 69조원에서 2023년 약 190조원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자산 규모도 2003년 61조원에서 2024년 178조원으로 급증했다. LS·GS·LF·LX그룹 분리에도 이뤄낸 성과다. 고용 인원도 2003년 약 11만명에서 2024년 6월 기준 약 27만명으로 16만명 가까이 늘었다.
고객가치가 인화경영의 핵심···인재 확보 주력
LG전자는 창립 이후 지속해서 고객에 대한 신뢰와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를 강조해 왔고, 구 회장 취임 이후 지주회사 역할과 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한 '고객가치 경영'을 그룹사 내부에 전파하고 있다.
즉, 고객이 바로 구인회 LG그룹 초대회장이 강조하고 구 회장이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는 '인화(人和)경영'의 핵심이다. 글로벌 기업이 앞다퉈 고객 중심 경영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LG그룹은 처음부터 고객을 핵심 키워드로 일하는 방식과 제품·서비스를 지속해서 혁신해 왔다.
재계에선 구 회장이 LG그룹의 모범적 지배구조를 이어갈 책임과 의무가 있으며 취임 후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와 구체화를 통한 도약을 이끌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구 회장은 2018년 6월 취임 후 처음 열린 사장단협의회에서 지주회사의 핵심 역할을 '사업 포트폴리오 관리와 인재 확보를 통한 LG의 미래 준비'로 정의한 바 있다.
구 회장 주도 아래 LG그룹은 과감하게 비핵심·부진 사업을 축소·매각하고 배터리·전장·OLED 등에 집중 투자하며 미래 주력 사업으로 성장시키고 있다.
구 회장은 미래 성장을 위해 인재 확보와 육성에 가장 공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LG그룹은 2019년 잠재력 있는 젊은 인재를 발굴해 미래 사업가로 육성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또 구 회장은 신임 경영자를 개별적으로 만나 소통하는 등 최고경영진 후보 풀도 확대하고 있다. 외부 인재 영입에도 적극적이다. 취임 후 첫 경영진 인사에서 LG화학 CEO로 신학철 3M 부회장을 영입한 것을 시작으로 6년간 임원급 외부 인재 110여 명을 뽑으며 순혈주의를 부수고 그룹 내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상속 분쟁에 흔들리는 인화경영···"즉시 멈춰야" 목소리 커
이렇게 견고했던 LG그룹 지주회사 체계가 경영 등 내부 요인이 아닌 상속 분쟁이라는 외부 요인으로 위협받고 있다.
지난해 초 구본무 선대회장의 부인 김영식 여사와 두 딸이 구 회장을 상대로 상속회복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2018년 상속인 간 수차례 합의를 통해 상속재산분할협의서를 작성했음에도 제척기간이 지난 지난해 초 갑자기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소송 후 1년 반이 지났음에도 세 모녀 측은 자신들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세 모녀가 상속받아 현재 보유한 ㈜LG 주식 비율은 7.84%에 달한다. 그 가치만 따져도 1조원을 넘으며 여기에 부동산·예금·미술품 등을 합하면 세 모녀의 재산은 1조4000억원에서 1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렇게 넉넉한 사정에도 세 모녀가 무리한 소송을 제기한 배경으로는 LG가(家) 맏사위인 윤관 블루런벤처스 대표가 지목되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LG 주식은 그룹 전체 경영권을 의미하며 이사회 의결권 행사에 사용되는 핵심 지분이다. 설사 그룹 회장이라도 본인 명의 ㈜LG 주식을 임의로 처분할 수 없다. 구 회장뿐만 아니라 선대 회장 그 누구도 수십 년 동안 ㈜LG 주식을 단 한 주도 팔지 않은 게 그 근거다.
개인 재산과 경영 재산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 세 모녀의 소송으로 LG그룹이 오랫동안 지켜오던 인화정신이 훼손되고 있다는 게 재계의 공통된 평가다.
재계 관계자는 "세 모녀의 소송은 지금까지 모범적 사례로 꼽혀오는 LG 지주회사 체제의 근간을 흔들려는 시도"라며 "가문의 전통과 원칙, 77년 역사의 LG그룹, 그리고 회사 성장에 기여하는 27만여 명의 임직원을 생각해서라도 무리한 소송을 즉시 그만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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