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광복절을 맞아 미국과 중국 등 10개국 정상이 한국에 축하 메시지를 전해왔다. 반면 일본 정치인들은 2차 세계대전 패전일을 맞아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거나 공물료를 봉납했다. 전날 총리 연임 포기를 발표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날 패전일 기념식에서 과거 식민지에 끼친 피해 관련 반성 메시지 없이 "전쟁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지난해 표현만 반복했다.
일본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이날 도쿄 일본무도관에서 열린 '전국 전몰자 추도식' 식사(式辭)에서 "전쟁의 참화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며 일본이 국제무대에서 평화 수호를 위해 힘쓰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 "전후 우리나라는 일관되게 평화 국가로서 행보를 이어왔다"고 덧붙였다. 기시다 총리는 2021년 10월 총리에 오른 뒤 3년간 이 행사에 참석해 일본의 과오를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과거 일본 총리들은 패전일에 식민 지배에 대한 '반성' 메시지를 전하곤 했다. 1993년 호소카와 모리히로 전 총리를 시작으로 이어져 온 이 같은 관행은 2012년 12월 고(故) 아베 신조 전 총리 재집권 이후 끊어졌다. 반면 나루히토 일왕은 이날 식사에서 "과거를 돌아보고, 깊은 반성 위에 서서 다시 전쟁의 참화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2년 연속 '반성'의 목소리를 냈다.
야스쿠니신사를 직접 참배한 인사 중에는 현직 각료와 국회의원들이 있었다. 기하라 미노루 방위상, 신도 요시타카 경제재생담당상은 직접 야스쿠니신사를 찾아 참배했다. 기하라 방위상은 "생명을 희생한 분들을 애도하고 존숭의 마음을 표했다"며, 한국과 관계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패전일에 일본 현직 각료가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 것은 2020년부터 5년 연속 이어진 것이다.
전날 자민당 총재 불출마를 선언한 기시다 총리 뒤를 이어 차기 총리를 노리는 젊은 정치인들도 참배 대열에 합류했다.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과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담당상도 참배에 참여했다. 또 다른 후보인 강경 우파 성향 다카이치 사나에 현 경제안보담당상도 참배했다. 이 밖에도 당파와 관계없이 신사 참배를 도모하는 의원 모임은 이날 오전 집단 참배를 마쳤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이날 일본 인사들의 신사 참배에 대해 한국 외교부는 "일본의 과거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전쟁범죄자를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에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급 인사들이 또다시 공물료를 봉납하거나 참배를 되풀이한 데 대해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야스쿠니신사는 메이지 유신 전후로 일본 안에서 벌어진 내전과 일본이 일으킨 여러 전쟁에서 사망한 246만6000여 명의 영령을 추모하는 곳이다. 여기에는 도조 히데키 전 총리 등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과 함께 한반도 출신자 2만여 명도 합사됐다. 이들의 합사는 유족 등 한국 측 의향과 무관하게 일방적으로 이뤄졌음에도 야스쿠니신사는 당사자나 유족 측의 합사 취소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한편 이날 제79주년 광복절을 맞아 미국과 중국 등 10여 개국 정상은 한국에 축하 메시지를 보내왔다. 15일 외교부에 따르면 전날 기준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 중국, 인도, 교황청, 우크라이나, 사우디아라비아, 부탄, 스리랑카 등 각국 정상이 보낸 광복 제79주년 축하 메시지 15건을 접수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광복절을 맞아 윤 대통령과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축하를 전한다"며 한·미 동맹이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의 핵심 축임을 강조했다. 이어 "양국 국민 간 끈끈한 유대 관계도 더욱 심화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양국은 가깝고 중요한 이웃이자 협력 동반자"라며 양국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