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벨리온-사피온 합병 본계약 체결...1.4조 가치 K-AI칩 유니콘 글로벌 시장 진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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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용 기자
입력 2024-08-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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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벨리온-사피온코리아 합병 비율 2.4:1 합의

  • 박성현 대표 등 리벨리온 경영진이 합병법인 운영

  • 삼성전자와 협력해 HBM3E 품은 차세대 AI칩 출시

  • AI칩 경쟁력 확보 골든타임 2년 남아...속도전 본격화

사진1_SK텔레콤 유영상 CEO좌측와 리벨리온 박성현 대표우측사진리벨리온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왼쪽)와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가 16일 합병을 위한 본계약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했다. [사진=리벨리온·SKT]

국내 대표 인공지능(AI) 반도체 팹리스(반도체 설계기업)인 리벨리온과 사피온이 합병을 위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기업가치 약 1조4000억원의 국내 최초 AI 유니콘 스타트업이 시장에 첫발을 내딛는 것이다. 두 회사는 앞으로 힘을 합쳐 엔비디아가 주도하는 글로벌 AI칩 시장에 변화의 바람을 가져올 계획이다.

리벨리온과 SK텔레콤(SKT)이 리벨리온과 SKT 자회사 사피온코리아 간 합병을 위한 본계약을 체결했다고 18일 밝혔다.

양사 경영진은 지난 16일 오후 리벨리온 분당 사무실에서 만나 이러한 내용의 본계약을 체결했다. 두 회사는 지난 6월 글로벌 AI칩 시장 경쟁력 향상을 목표로 합병을 추진한다고 밝히고 그동안 상호 실사 작업과 구체적인 합병 조건 마련을 위한 협의를 진행해 왔다.

이번 본계약을 통해 양사는 리벨리온과 사피온코리아의 기업가치 비율을 2.4:1로 최종 합의했다. 신규 합병 법인은 리벨리온의 기업가치 8800억원과 사피온코리아의 기업가치 5000억원을 합쳐 약 1조4000억원의 기업가치로, 국내 AI 스타트업 가운데 처음으로 유니콘(기업 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에 도달했다.

미국 세법에 따른 SK그룹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합병 후 존속법인은 사피온코리아가 된다. 대신 리벨리온 경영진이 합병법인을 이끌며 합병법인의 이름도 리벨리온으로 하기로 했다. 회사 경영도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가 맡는다.
 
합병법인의 1대 주주는 원래 사피온코리아의 대주주인 SKT·SK하이닉스·SK스퀘어가 되지만, 박 대표를 포함한 리벨리온 경영진의 안정적인 합병법인 운영을 위해 세 회사는 보유 주식 가운데 3%(합병 후 기준)를 합병 전까지 매각해 리벨리온 경영진의 1대 주주 지위를 보장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박 대표와 그 우호지분이 합병법인의 1대 주주가 되어 회사를 이끌게 된다.

합병 이후 원활한 경영을 위해 합병법인 주요 주주들은 일정 기간 상대 동의 없이 주식을 처분하지 않기로 했다.

SKT는 합병 이후 전략적 투자자(SI)로 합병법인의 글로벌 AI칩 시장 진출과 대한민국 AI칩 경쟁력 향상을 적극 지원한다. SK하이닉스와 SK스퀘어도 사피온의 주요 주주로서 합병법인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SKT가 주도하는 '글로벌 텔코(통신사) AI 얼라이언스'와 사피온이 공급 계약을 맺은 미국 슈퍼마이크로가 리벨리온의 주요 사업 파트너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리벨리온의 주요 주주인 KT도 자사 데이터센터에 합병법인의 AI칩을 채택하며 지원사격을 할 방침이다.

리벨리온과 SKT는 앞으로 2년 정도를 한국이 글로벌 AI칩 시장을 이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골든타임'으로 보고 이번 본계약 체결에 이어 올해 내로 합병법인을 출범하는 데 동의했다.

리벨리온은 실리콘밸리 등에서 경력을 쌓은 5명의 반도체 전문가가 의기투합해 2020년 창업한 AI칩 스타트업으로, 설립 3년 만에 2개의 AI칩을 출시하고 사우디 아람코를 포함해 국내외 투자자로부터 3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성과를 낸 바 있다.

사피온코리아는 2016년 SKT 내부 연구개발 조직에서 출발해 분사한 AI칩 전문 기업으로, 2020년 국내 최초로 데이터센터향 추론(실행)용 AI칩을 선보인 데 이어 지난해 11월 신형 AI칩 'X330'을 공개하는 등 관련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합병법인은 올 4분기 설계가 마무리되는 리벨리온의 차세대 AI칩인 '리벨' 출시와 글로벌 고객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리벨은 리벨리온과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부문이 협력해 선보이는 AI칩으로, 국내 AI칩 가운데 최초로 다수의 처리장치를 하나로 묶는 '칩렛' 구조로 설계되어 매개변수 1000억개(100B) 이상 초거대 AI를 단일 칩에서 추론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삼성전자 4㎚(나노미터·테일러팹) 공정에서 양산되며 삼성전자가 공급하는 8단 HBM3E(5세대 고대역폭 메모리) D램을 탑재해 국산 AI칩 가운데 가장 우수한 AI 추론 성능과 가장 빠른 메모리 대역폭을 제공하면서 엔비디아의 주력 AI칩인 'H100'에 버금가는 추론 성능을 낼 것으로 기대된다.

합병법인의 신형 AI칩 연구개발과 양산을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한 기업공개(IPO) 일정은 리벨리온의 계획을 따라갈 것으로 알려졌다. 리벨리온은 지난 7월 삼성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선정하고 2025년 상장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를 밟고 있다. 합병법인은 SKT·KT라는 안정적인 매출원을 토대로 글로벌 이동통신사와 클라우드 기업을 자사 AI칩 고객으로 확보하며 매출·영업이익을 확대해 상장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국내 대표 팹리스로 거듭날 계획이다.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는 "이번 합병계약 체결은 대한민국 AI칩의 도약을 위해 국가 차원의 총력전이 필요하다는 공감대하에 양사의 투자자와 주요 사업 파트너 등의 대승적 결단과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본게임을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AI칩 전쟁' 속에서 대한민국 대표의 저력을 발휘해 글로벌 AI반도체 기업으로 우뚝 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유영상 SKT 대표는 "이번 본계약 체결로 SKT가 구축하고 있는 AI 밸류체인 3대 영역 가운데 하나인 'AI 반도체'의 글로벌 경쟁력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며 "SKT는 앞으로도 글로벌 AI 선도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선제적인 투자와 협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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