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정산 지연 사태를 일으킨 티몬과 위메프(티메프) 모기업인 큐텐그룹 ‘코인깡’ 의혹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해피머니 등 상품권을 대량으로 할인 판매해 자금 조달을 한 티메프와 마찬가지로 큐텐그룹도 코인 선불충전금으로 자금을 유용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티메프 정산 지연 사태로 큐코인 활용 가치가 급락하면서 큐코인 구매 소비자가 손실을 보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티메프를 통해 영업활동을 펼친 모바일 쿠폰·상품권 업체도 심각한 타격을 입으면서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큐텐그룹은 지난해부터 큐코인을 최대 10%가량 할인 판매하면서 자금 활용 수단으로 활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큐코인 하나당 가격은 1.2달러에 판매됐다. 하지만 최근 셀러들이 티몬·위메프에 이어 큐텐에서도 대거 철수하면서 큐코인 사용과 환불이 어려워졌고 코인을 구매한 소비자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큐코인은 큐텐그룹 전용 가상화폐다. 큐텐그룹이 2018년 해외시장에서 판매되는 물품을 구매할 수 있는 온라인 쇼핑몰 큐브를 선보이면서 발행했다. 큐코인은 큐브에서 이뤄지는 모든 결제와 정산 수단으로 사용됐다. 큐텐그룹은 또 위시팜이란 투자 플랫폼을 열어 큐코인으로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위시팜에서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해 판매자를 후원하고 목표 판매액을 채우면 투자한 만큼 추가 수익을 얻는 방식이다.
큐브는 현금이나 카드로 큐코인을 충전하면 추가로 적립을 해주는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국내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티메프 사태로 큐브에서 판매자들이 대거 이탈하자 큐코인을 사용할 곳이 대폭 줄었다.
현재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큐텐의 온라인 쇼핑몰에서 큐코인으로 구매를 시도했지만 주문한 물품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글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주문을 해도 ‘배송 중’이라는 메시지만 뜬 채 물건을 못 받았다거나, 판매자가 일방적으로 주문을 취소하고 있다는 글이 대부분이다.
그런데도 큐텐그룹은 피해를 호소하는 소비자들에게 큐코인을 현금으로 돌려주지 않고 있다. 문제는 큐텐그룹이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서버를 운영하고 있어 국내법으로는 규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큐텐그룹의 미정산이나 미환불로 인한 피해 규모도 산정하기 어렵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큐텐은 전자금융거래법 적용을 받지 않는 사업자”라며 “금융당국이 감독하거나 규제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티메프에 이어 인터파크커머스도 지난 16일 서울회생법원에 자율구조조정 지원(ARS) 프로그램 형태의 기업 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티메프가 지난달 29일 기업 회생 절차를 신청한 지 18일 만이다. 이로써 구영배 대표의 큐텐그룹 산하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 3사가 모두 회생 절차를 위한 법원 판단을 받게 됐다.
티메프에 입점한 판매자는 약 6만개에 달한다. 이들은 대부분 영세 중소기업·소상공인들로 자금 사정이 열악해 판매대금 정산이 제때 이뤄져야 사업을 이어갈 수 있는 곳들이다. 여행을 비롯해 디지털, 가전 등 결제금액이 큰 카테고리 영세 판매자들의 피해는 더욱 심각하다. 일부 판매자는 수십억 원까지 물려 있다.
정부 관계자는 “고객 충전금이나 미정산 대금이 미국 온라인 쇼핑몰 위시 인수 등에 활용된 게 아닌지 파악하고 있다”며 “배임·횡령에 해당할 수 있는 만큼 수사기관에도 자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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