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하락을 전망해 채권 투자에 나선 개인투자자들이 최근 은행들의 금리 인상으로 손실을 보고 있어 금융감독원이 "채권 투자도 원금 손실을 크게 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18일 금감원은 비교적 안전한 투자처로 인식되고 있는 채권에 투자하더라도 발행인 신용, 금리, 환율 등 요인으로 큰 손실을 볼 수 있다고 설명한 '금리 변동기 채권 투자 관련 유의사항 안내'를 발표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7월까지 장외 채권을 매월 3조원 이상 순매수하고 있다. 앞서 금투협도 올해 상반기 개인투자자의 장외 채권 순매수 규모가 반기 기준 역대 최고치(23조1000억원)를 달성했고, 연간 기준으로도 역대 최대 규모인 37조6000억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개인투자자들의 채권 투자가 급증한 배경은 미국과 한국이 기준금리를 낮출 것이라는 기대감에 변동성이 심한 주식시장보다 채권이 안정적인 수익을 낼 것이라는 믿음에 기인한다. 기준금리 인하로 시장금리가 내려가면 종전 금리로 발행된 채권 가격이 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줄곧 기준금리를 동결했고 은행권에서는 매월 5조원대 가계대출 증가 폭을 줄이기 위해 금리를 오히려 올리고 있어 채권투자자들에게 예상치 못한 손실을 안기고 있다.
금감원은 투자 시점보다 매도할 때 금리가 올라 채권 가격이 떨어질 수 있고, 만기 보유 시에도 발행인 신용 위험으로 이자 수취와 원금 회수가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기채는 금리 인하 시 액면가·표면금리가 같은 단기채보다 기대수익률이 높은 만큼 위험도 더 크고, 해외 채권은 환율 변동으로 투자 결과 손익이 뒤바뀔 수 있으며, 장외 채권은 중도 매도가 불가능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강남에 거주하는 60대 A씨는 퇴직금으로 표면금리 3%, 액면가 1억원인 만기 12년인 채권에 투자한 후 만기 전 채권을 매도하며 10%에 가까운 손실을 봤다. 매도 시점에 시장금리가 투자 시점보다 1%포인트 상승한 4%가 되며 채권 가격이 액면가 대비 9.95% 하락한 9005만원이 됐기 때문이다.
만기가 긴 장기채라면 기대 수익률이 높지만 손실도 커진다. 만기 5년·30년 채권 표면금리가 3%, 액면가가 1만원이라고 할 때 시장금리 1%포인트 상승 시 만기 5년 채권 가격은 4.58%(458원) 하락하는데 만기 30년 채권 가격은 19.6%(1960원) 하락해 손실이 4배 이상 커진다.
금감원은 "기대수익률이 높으면 리스크도 높다"며 "본인 전망과 시장금리가 다르게 변화하면 손실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장기채를 장외 매수할 때 금융사가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거나 해당 채권이 장내 상장돼 있지 않으면 아예 중도 매도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장내 상장된 종목도 장내 거래량이 적으면 거래 체결이 어려울 수 있어 장기간 투자자금이 묶이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금감원은 "중도 매도가 불가능한 장외 채권 중 장기채 투자 시에는 단기에 필요한 자금을 투자하지 않도록 유의하라"고 조언했다.
해외 채권 투자 역시 환율 변동과 발행국가 경제 상황에 따라 손실을 볼 수 있다. 금감원은 최근 국내 투자자들이 적극 투자하고 있는 미국 장기 국채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해외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의 손실 확대 위험도 강조했다. 레버리지 ETF는 일간 수익률 대비 2배, 3배를 추종하므로 기본 ETF 대비 시장 변동성이 크고 보유 기간이 길수록 복리 효과로 손실이 확대된다.
기본 ETF 최초 가격이 100이고 일별 ±5씩 가격 등락을 10회 반복하면 21일 차에 기본 ETF 가격은 그대로 100이다. 반면 3배 레버리지 ETF는 20일 동안 최초 가격 대비 13.4%의 추가 손실이 발생해 21일 차 가격은 86.6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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