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낭기의 관점]민주당의 탄핵 이유 '방통위 2인 운영' 정말 위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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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낭기 논설고문/한라대 특임교수
입력 2024-08-19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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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모두발언하고 있다 20240724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지난달 24일 오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24.07.24[사진=유대길 기자] 





탄핵 소추 결의문 읽어보니


더불어민주당의 방송통신위원장 탄핵 의지는 무서울 정도로 집요하다. 전임 이동관·김홍일 위원장을 탄핵 소추 하려다 이들이 자진 사퇴하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위원장 직무대행인 이상인 부위원장마저 탄핵 소추하려 했으나 그 역시 자진 사퇴해 불발에 그쳤다. 그러다가 마침내 이진숙 위원장에 이르러 탄핵 소추를 성사시켰다. 이 위원장이 헌법재판소 판단을 받아 보겠다며 자진 사퇴하지 않고 버텼기 때문이다. 특정한 직책 한 자리를 놓고 이토록 집요하게 탄핵을 추진한 일은 전례가 없다. 

 

민주당이 왜 그토록 방통위원장을 탄핵하려 하는지는 사실 별로 궁금하지 않다. 방송 장악권을 뺏기지 않으려는  의도임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오히려 궁금한 점은 윤석열 정부 산하 역대 방통위원장들이 정말로 탄핵을 당하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위법을 저질렀는지다. 민주당 주장대로 그들이 한 직무 행위가 정말로 법에 어긋나는지다. 이런 궁금증에서 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이진숙 방통위원장 탄핵 소추 결의문을 찾아 읽어보았다. 총 66쪽짜리 결의문에는 탄핵 소추 사유와 그 증거 자료라는 것들이 빼곡히 들어 있었다. 


민주당은 탄핵 소추 사유로 네 가지를 들었다. 이진숙 위원장이 방통위를 2인 위원 체제로 운영했고, 기피 신청을 당했는데도 기피 신청을 기각하고 회의를 주재했고, 과거 문화방송에 재직하는 동안 언론의 자유를 억압해 공영방송 이사 선임이라는 방통위 업무를 공정하게 수행할 자격이 없는데도 업무를 회피하지 않았고, 방송에 대한 전문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강행했다고 했다. 

 

이 중 핵심은 방통위 2인 체제 운영이다. 결의문 10쪽에서 41쪽까지 31쪽 분량에 걸쳐 2인 체제 운영의 위법성을 지적했다. 결의문 전체 66쪽 중 거의 절반에 해당한다. 2인 체제 운영이란 방송통신위원회법상 방통위원은 5인인데 이진숙 위원장이 위원장 1명과 위원 1명 등 위원이 2명뿐인 상태에서 방통위 회의를 열고 중요 안건을 심의·의결했다는 내용이다. 민주당은 2인 체제로는 방통위를 열 수도 없고, 더 나아가 안건을 의결할 수 없는데도 이 위원장이 회의를 강행했다며 이는  방통위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앞서 이동관,김홍일 위원장과 이상인 위원장 직무대행 탄핵 소추안 발의 때 사유로 든 것도 2인 체제 운영이었다.   

 
"2인 위원으로 회의 소집·의결은 위법" 주장하지만
 

민주당은 2인 체제 운영이 위법이라는 근거로 방송통신위원회법 제4조와 제13조를 들고 있다. 제4조 ①항은 ‘위원회는 위원장 1인, 부위원장 1인을 포함한 5인의 상임인 위원으로 구성한다’고 정하고 있다. 제13조 ①항은 ‘위원회 회의는 2인 이상 위원의 요구가 있는 때에 위원장이 소집한다. 다만, 위원장은 단독으로 회의를 소집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제13조 ②항은 ‘위원회의 회의는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정하고 있다. 13조 ①항은 방통위가 회의를 소집하는 데 필요한 위원의 수인 의사 정족수에 관한 규정이고,. 제13조 ②항은 방통위가 안건을 의결하는 데 필요한 위원의 수인 의결 정족수에 관한 조항이다. 

 

민주당은  ‘2인 이상 위원의 요구가 있는 때는 위원장이 소집한다’는 제13조 ①항 규정은 ‘회의 소집을 요구하는 위원 2명과 이 요구에 따라 회의를 소집하는 위원장 등 최소한 3명’의 상임위원이 존재해야 함을 전제한다고 주장한다. 민주당은 서울고등법원이 지난 5월 23일 YTN 지분 매각 사건에서 내린 방통위 2인 체제 관련 결정 내용도 그 증거로 제시했다. 이 사건에서 서울고법은 2인 체제 운영에 절차적 위법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다음과 같이 밝혔다. 

 

“피고(방통위)가 합의제 행정기관에 해당하고, (방통위법) 13조 1항의 내용에 비추어 회의를 요구할 2인 이상의 위원 및 위원장 1인 합계 3인의 재적위원이 최소한 요구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도 없지 않아 2인의 의결로 행해진 이 사건 처분의 절차적 위법성이 문제될 여지가 있다. 다만 이는 궁극적으로 본안에서 판단할 부분~.” 

 

민주당은 나아가 2인 체제로는 ‘의결’도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제4조에 방통위원이 5인으로 정해져 있고, 13조 ②항에 재적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돼 있으니 의결에 필요한 정족수는 5명의 과반인 3명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진숙 위원장이 2인만으로 의결했기 때문에 법 위반이라고 민주당은 주장한다.   


'위원장 단독 소집 가능' 방통위법에 명시돼 
 

그러면 민주당의 이 같은 주장은 과연 타당할까? 우선 위원 2인 체제에서 회의를 연 것이 제13조 ①항 규정 위반이라는 주장을 보자. ‘회의는 2인 이상의 위원의 요구가 있는 때에 위원장이 소집한다’는 이 규정은 민주당 주장대로 ‘회의 소집을 요구하는 위원 2인과 이 요구에 따라 회의를 소집하는 위원장 등 최소한 3인의 위원이 존재함을 전제로 한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 경우 2인 체제로는 회의를 열 수 없다.


그러나 이 조항에는 단서가 있다. ‘위원장은 단독으로 회의를 소집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위원장은 위원들의 회의 소집 요구가 없더라도 직권으로 회의를 소집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방송통신위원회 회의 운영에 관한 규칙' 제3조 제3항도 '위원회의 회의는 위원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 또는 위원회 위원 2인 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 위원장이 소집한다'고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진숙 위원장은 위원장으로서 단독으로 방통위 회의를 열 수 있음이 명백하다. 그렇다면 설사 2인 체제라고 해서 회의 소집이 법 위반이라고 할 수는  없다. 

 

2인 체제 의결이 ‘재적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는 제13조 ②항 위반이라는 주장은 어떤가? ‘재적위원’의 뜻이 무엇이냐가 관건이다. ‘재적(在籍)’은 ‘학적, 병적 같은 명부(名簿)에 이름이 올라 있음’이라는 뜻이다. 방통위 재적위원이란 방통위 위원 명부에 이름이 올라 있는 위원을 말한다. 명부에 이름이 오르려면 그 이름이 실제 존재하는 사람의 이름이어야 한다. 존재하지도 않는 사람의 이름을 명부에 올릴 수는 없다. 

 

현재 방통위원 명부에 이름이 오른 위원은 이진숙 위원장을 포함해 2명이다. 이 2명이 재적위원이다. 나머지 3명은 공석이라 사람이 존재하지 않아 이름을 올리려야 올릴 수가 없다.  그럼 ‘재적위원 과반수’는 몇 명인가? 2명의 절반(1명)을 초과하는 2명 이상이면 과반수다. 따라서 이진숙 위원장과 다른 위원 1명 등 2명이 전원 찬성하면 재적위원 과반수가 성립한다. 2인 체제 의결이 위법이라는 민주당 주장은 타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재적위원'과 '정원' 구별 못하는 듯



민주당이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는 법 조항을 ‘상임위원 5명의 과반수인 3인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는 의미’라고 주장하는 것은 재적위원과 ‘정원’을 구분하지 못한 처사이다.  법제처는 2007년 9월 14일 '재적위원은 법에 정해진  위원정수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위원정수에서 사망, 사직, 퇴직 등에 의하여 결원된 위원수를 제외한 현재 위원 신분을 가진 사람의 수를 말한다'고 해석했다. '법에 정해진 위원정수'인 정원과 '현재 위원 신분을 가진 사람의 수'인 재적위원을 명확히 구분하고 있다. 방통위원 수는 법에 5명으로 정해져 있다. 그 5명은 정원이지 재적위원이 아니다. 민주당은 그 5명을 재적위원이라고 주장하는 셈이다.   


정원과 재적위원의 차이는 국회의 경우를 봐도  명백하다. 공직선거법 제21조 ①항은 ‘국회의 의원정수는 지역구 국회의원 254명과 비례대표 국회의원 46명을 합하여 300명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의 ‘의원 정수’, 즉 국회의원 ‘정원’이 300명이라는 뜻이다. 반면 국회법 제54조는 ‘위원회는 재적위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정하고 있다. ‘정원’이 아닌  ‘재적위원’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국회의원 정원 300명 중 실제로 국회 각 위원회 위원 명부에 이름이 올라 있는 사람이 재적위원이다.  대법원도 2018년  5월 17일 '국회법이 규정하고 있는 재적위원은  현재 위원회에 적을 두고 있는 위원을 의미'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임기 도중에 사퇴하거나 유죄 선고로 의원직을 잃으면 국회의원 명부에서 제명돼 더 이상 국회의원이 아니다. 따라서 재적위원에 포함되지 않는다. 

 

민주당은 위원 5인의 합의제로 운영하게 돼 있는 방통위를 2인 체제로 운영하는 것은  방통위의 설립 목적과 법조항의 본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은 맞는 말이다. 방통위가 하루빨리 5인 위원 체제로 정상화하고, 그 체제에서 방송통신 정책 관련 주요 결정을 심의·의결하는 게 적절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부적절하지만 위법이라고 하기 어려워
 

그러나 부적절과 위법은 다르다. 위법은 법을 위반한 것이고, 부적절은 이치상 올바르지 않다는 뜻이다. 부적절하다고 해서 위법인 것은 아니다. 헌법상 탄핵 요건은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때’이다. 위법이지 부적절이 아니다. 헌법재판소는 더 나아가 탄핵은 파면이기에 가벼운 법 위반으로는 안 되고 파면을 정당화할 만큼 중대한 위반이라야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따라서 탄핵 사유가 될 수 있으려면 우선 법 위반이 명백해야 한다. 그런 뒤에야 법 위반의 정도가 중한지 가벼운지를 따지게 된다. 

 

그런데 방통위 2인 체제 운영은 법 위반이라고 단정하기부터가 어렵다. 정말로 위법인지가 의문이다. 이렇게 명확한 위법이라고 하기 어려운 사유를 들어 방통위원장마다 탄핵을 하려 하니, 그걸 과연 어떻게 봐야 할까?

민주당은 탄핵 소추 결의문에서 '헌법과 법률을 위배하는 행위를 아무 거리낌 없이 자행하고 있는 피소추자(이진숙 위원장)에 대해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권력남용을 통제하고 헌법을 수호하기 위해 탄핵해야 마땅하다'고 했다. 권력을 남용하는 쪽은 방통위원장이 아니라 민주당이 아닌가 묻게 된다.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정치학과·대학원 정치학 석사 ▶조선일보 논설위원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본부장 ▶원주 한라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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