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다시 가계부채가 폭증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를 중심으로 급증하던 가계부채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으로 옮겨붙어 지난달에만 7조1660억원 증가했다. 가계대출로 분류되는 주택담보대출은 가계대출 증가분보다 많은 7조5975억원 불어나면서 가계부채 확대를 주도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한 가계대출 증가율은 3.37%인데, 이는 5대 은행이 연초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내놨던 증가율 목표치인 1.5~2%를 훌쩍 뛰어넘는다. 금융당국이 내건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이내 관리’라는 목표도 달성 불가능하다.
이처럼 가계부채가 급증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금융당국의 지도에 따라 시중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올리고 있지만 시장금리 자체가 하락해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제로(0)’ 기준금리일 때와 유사하다는 게 첫째다. 또 금융당국이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산정 시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를 추가하는 제도인 ‘스트레스 DSR’ 시행을 9월로 연기한 상태라 그전에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점이 둘째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경기둔화 혹은 침체 가능성으로 인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는 게 셋째 이유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는 연준이 내달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100%로 보고 있다. 한 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리는 이른바 ‘빅컷’을 단행할 가능성도 24.5%로 예상된다. 이처럼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란 시장의 기대는 채권시장을 거쳐 은행 대출상품 금리 인하로 이어진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과정에서 두 가지 금리역전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첫째는 한국과 미국 모두 장기금리(국채 10년물)가 단기금리(국채 2년물)보다 낮다. 둘째는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전세대출 금리보다 낮다.
장기금리는 현재 시점에서 예상하는 미래 단기금리 평균에 기간 프리미엄을 더한 것이어서 일반적으로 단기금리보다 높아야 한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2022년 7월부터 장·단기 금리역전 현상이 지속되고 있고, 우리나라도 2022년 11월 역전돼 작년 3월까지 지속된 바 있는데 이번 달에 다시 발생했다.
장기 국채 금리 하락이 단기 국채 하락보다 크다는 것은 통화정책 전환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는 의미다. 과거에는 이러한 장단기 금리역전이 발생하면 1개월에서 23개월 안에 경기침체가 발생한다는 게 정설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이 기간 고용도 탄탄하고 소비도 식지 않는 이상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앞으로의 상황에 따라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와 관련해 실기했다는 비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지금까지는 전세대출 금리가 주택담보대출 금리보다 낮은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반대 상황이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전세보다는 주택을 구매하는 선택을 하게 되고, 이것이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하고 있다. 경기침체가 눈앞에 있는데 한국에서는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이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 상황은 가산금리 인상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과 한국은행으로서는 매우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시장금리가 내려가고, 소비자들이 주택구매에 열을 올리면서 오히려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경기침체가 눈앞에 다가오고 있는데 부동산 가격 상승 우려로 금리를 내릴 수 없는 현재의 상황은 금융정책 수단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지금까지 완화해 왔던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세제를 다시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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