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새벽 2024 파리 올림픽 폐회식을 끝으로 우리에게 감동을 전해 주었던 17일간의 일정이 마무리되었다. 퇴근 후 저녁 시간, 불볕더위와 열대야에 지쳐 있던 우리들에게 전 세계 젊은이들이 전해 준 스포츠를 통한 기쁨과 희열, 그리고 눈물과 아쉬움은 그 어느 때보다 진한 감동을 주었으며, 이들의 열정적 모습에 빠져들기에 충분했다. 그동안 쌓아온 실력과 피땀 어린 노력과 열정을 보여준 자랑스러운 선수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이번 올림픽은 100년 만에 파리에서 다시 개최되었다는 점은 물론 세계적 명품 브랜드를 보유한 LVMH 그룹의 지원 속에 프랑스를 알린다는 점에서 시작부터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인기 많은 구기종목의 탈락 등으로 역대 최소 출전 인원과 개막식부터 영어와 프랑스어로 우리나라를 북한으로 소개하는 등 시작부터 예상치 못한 사건들은 오히려 파리 올림픽에 대한 관심을 떨어뜨리다 못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럼에도 우리 선수들은 이번 대회에서 소위 총, 칼, 활과 태권도로 대표되는 역대급 메달 행진이 이어지며 성적 면에서 성공적인 올림픽으로 남게 되었다. 주요 외신들 역시 이번 2024 파리 올림픽을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세계적 축제로 부활시켰다며 그 성과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외연적 ‘성공’만이 아닌 이번 올림픽이 끝난 이후에도 여러 논란이 남아 있어 아쉽다.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넘어갈 수 있었던 부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세계 경제의 발전과 환경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게 되면서 국제사회는 지속가능발전에 기여하는 사회적 책임을 점차 중요하게 인식하게 되었다. 올림픽을 개최하면 국가는 물론 해당 도시는 전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이미지 개선 및 경제적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 경기장 건설 및 대회 운영을 위한 사회복지 및 고용 창출 등의 효과도 발생한다.
그렇기에 올림픽과 같은 이벤트 역시 국제표준을 기반으로 한다. 국제표준화기구(ISO)는 ISO 20212 (이벤트 지속가능성 경영시스템)을 통해 소규모 콘서트부터 G7 정상회담은 물론 세계박람회와 올림픽과 같은 국제적인 이벤트 활동을 추진하는 데 있어 경제·환경·사회적으로 지속가능성과 효율성을 고려하는 방법을 제공하고 있다. 해당 국제표준은 2012년 런던 올림픽 때부터 도입되어 지속가능성에 기여하도록 이벤트를 관리함으로써 부정적 영향을 줄이거나 예방하고 긍정적 영향을 파악하여 환경과 지역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최대의 성과를 올릴 수 있도록 한다.
우선 대회 시작 전, 파리올림픽조직위원회는 이번 대회를 역사상 첫 번째 ‘탄소중립’과 ‘친환경’ 올림픽이라며 올림픽 기간 배출하는 탄소배출량을 이전 대회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다 공언하였다. 이를 위해 새 경기장을 짓지 않고 실내 냉방을 최소화하며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등 이를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정책들도 내놨다.
사실 프랑스는 100년 전인 1924년 파리 올림픽을 개최하며, 최초로 선수촌을 조성하였던 국가였다. 이전 대회까지 선수들은 물론 관계자들은 선수촌이 아닌 호텔, 군사 시설 또는 가정집에서 민박하며 대회에 참가하였다. 하지만, 100년이란 시간이 흐르며 당시 파리의 선수촌 지역은 점차 낙후되어 우범지대로 악명이 높아졌다.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는 경기장 신규 건설을 최소화하였고, 준비 과정에서도 경기장 건설 및 리모델링에 재활용 자재를 사용하는 등 친환경 방식을 강조하였다. 역대 올림픽을 보면 경기장 및 각종 행사장 건립에 많은 비용을 쏟아부었다. 우리나라 역시 88 서울 올림픽을 위해 잠실주경기장과 몽촌토성 인근은 올림픽타운으로 새롭게 건설되었으며, 센강(La Seine)과 별반 다르지 않던 한강은 재정비를 통해 고수부지는 여가와 휴식의 장소로 변화하였다.
하지만, 서울 올림픽 이후 잠실과 송파의 집값 상승은 당시 올림픽을 위해 대책 없이 강제로 살던 집이 철거된 이주민들의 설움을 딛고 이루어진 것임을 기억하는 이는 드물다. 이를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라 하는데, 도시의 낙후 지역이 재개발되면서 전에 비해 임대료와 생활비가 올라 오히려 기존 주민들이 거주하지 못하게 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파리시 역시 도시재생 과정에서 이러한 부분을 염두해 두었다. 올림픽을 통해 해당 지역을 되살리고 주민들에게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도시재생의 시작은 수질과 안전의 문제로 과거 100년간 수영이 금지되어 있던 센강의 수질 개선 작업이었다. 파리시는 14억 유로 (한화 약 2조원)을 투입하며 수영대회를 준비하였지만, 경기를 마치는 그 순간까지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번 잃어버린 환경 개선이 얼마나 어려운지 다시금 알 수 있게 하는 부분이다.
또한 이번 파리 올림픽이 내건 ‘탄소중립’에 대한 의미는 초반 많은 선수단과 관계자들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다. 조직위원회의 의도와 달리 실내 냉방 최소화로 일단 선수촌과 선수들이 이동하는 셔틀버스에 에어컨을 사용하지 않아 탈진하는 선수가 발생하였다. 또한 탄소배출 최소화를 위해 도쿄 올림픽에서 사용되었던 골판지 침대는 물론 채식 위주의 식단을 제공함으로써 선수들의 컨디션 안배에 문제가 발생하는 등 전에 없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아쉽게도 100년 전 선수촌을 가장 먼저 시작했던 프랑스에서 미국 농구대표팀은 특급호텔 전체를 대여하였고, 우리나라 선수단도 컨디션 조절을 위해 선수촌이 아닌 외부 호텔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식단 역시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국가의 선수들이 자체적으로 식사를 공수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러한 사태는 기후변화에서 프랑스 역시 비켜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예상치 못한 폭염으로 애초 계획했던 저탄소 정책들은 실효성을 잃고 흔들리기 시작했다. 탄소배출을 막기 위해 에어컨이 없는 대회를 선언했지만, 선수단의 불만이 높아지자 조직위원회는 어쩔 수 없이 2,500여 대 에어컨을 주문할 수 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기후변화의 경각심을 알리고자 했던 것이 오히려 기후변화의 원인인 에어컨 사용을 증가시키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유발된 것이다.
이렇게만 보면 과연 성공인가 하는 생각도 없지 않지만, 개인적으로는 실망보다는 희망을 보았다. 이번 파리 올림픽은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 효율적인 대회 운영을 거두었다. 우리에게 금메달을 안겨준 펜싱과 태권도는 1900년 세계박람회를 위해 지었던 그랑 팔레에서 진행했으며, 추모 시설이자 세계적 정원인 앵발리드에서는 양궁을, 세계 문화유산인 베르샤유 궁전에서는 근대5종 경기가 이루어졌기에 가능했다. 우리나라였다면 과연 이러한 일이 가능했을까?
이번 프랑스가 보여준 창의적인 역사적 장소의 활용과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 효율적인 운영을 이룬 점에 대해 다음의 올림픽 개최국들은 기억해야 한다. 올림픽이 단지 스포츠 축제에 그치지 않고, 지속가능한 발전과 환경 보존을 위한 축제로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우리 선수들이 보여준 열정과 노력처럼 끊임없는 도전을 통한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해 본다.
김재영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표준·지식학과 교수 ▷고려대 경영학 박사 ▷한국정보시스템학회 이사 ▷4단계 BK21 융합표준전문인력 교육연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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