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포커스] 전국 케이블카 설치 경쟁 '치열'...지리산 케이블카 사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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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박연진 기자
입력 2024-08-19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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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청군, "경남권과 전남권 두 곳으로 설치해야" 지역 갈등 불식

  • "지역 주민 의견 충분 반영, 지역경제 관광산업 활성화에 케이블카 설치 꼭 필요"

 지리산 국립공원 케이블카 설치사업은 경남 전남 전북 3개 도에서 오랫동안 추진해 온 사업으로 찬성과 반대가 팽팽하게 맞서며 지역의 주요 쟁점으로 남아 있다사진산청군
케이블카 [이미지=산청군]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이 40여년 만에 조건부 승인되면서 전국의 자치단체들이 케이블카 설치에 혈안이 되어 있다.

강원도는 설악산에 이어 치악산을 포함한 6개의 케이블카 설치 계획을 발표했고, 무등산, 신불산, 속리산, 팔공산, 소백산, 북한산 등 다른 주요 산지에서도 케이블카 설치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각 지자체들은 케이블카를 통한 관광객 유치와 지역 경제 활성화를 기대하며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지리산 국립공원 케이블카 설치사업은 경남, 전남, 전북 3개 도에서 오랫동안 추진해 온 사업으로, 지역사회에서 찬반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는 지역의 주요 쟁점 중 하나로 떠올랐다.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사업은 산청군의 오랜 염원에서 비롯됐다. 지난 4월, 이승화 산청군수는 “산청군민의 염원인 지리산 케이블카를 설치해 지리산권 관광 활성화 기반을 마련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겠다”며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사업 추진을 공식화했다.

산청군은 2010년 10월 자연공원법 시행령 개정으로 지리산 산청 케이블카 설치를 위한 법적 요건을 갖췄으며, 낙동강유역관리청과 협의해 환경영향평가 초안을 완료한 후, 지리산국립공원 공원계획 변경 신청서를 환경부에 제출한 바 있다.

◆지리산권 4개 시군의 케이블카 도전…환경부의 노선 단일화 요구

그동안 산청군을 포함한 지리산권 4개 시군(전남 구례·남원, 경남 산청·함양)은 관광객 유입과 일자리 창출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를 신청했으나, 노선 단일화 미확보 등의 이유로 신청서가 번번이 부결되거나 반려됐다. 특히 경남의 경우, 2011년부터 2016년까지 3차례에 걸쳐 신청했으나 모두 통과되지 못했다.

2011년에는 함양군과 산청군이 국립공원 삭도설치 시범 사업을 신청했으나, 4개 시군 간 합의 부족으로 인한 공익성 기준 미달, 반달가슴곰 보호구역 등 환경성 검토기준 미달로 부결됐다.

이어 2016년에는 2·3차 공원계획변경안을 제출했으나, 이 역시 공익성 및 지적사항 미해소로 인해 반려됐다.

그러나 정부가 지난해 2월 강원도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40여년간의 찬반 논란 끝에 조건부로 허가하면서,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사업도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에 박완수 경남도지사도 지난해 3월, 지리산 케이블카 재추진을 공식화했다.

경남도는 이번에 경쟁 관계에 있는 산청군과 함양군에 노선 단일화 협조를 사전에 요청했다. 이는 환경부가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단일 노선'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조치이다.

올해 3월, 경상남도와 산청군, 함양군은 경쟁 지자체 간 갈등 해소를 위해 입지선정위원회의 결정을 수용한다는 합의서를 작성했고, 5월에는 환경·관광 등 분야별 민간 전문가를 포함한 총 9명이 참여한 '지리산케이블카 입지선정위원회'를 구성했다. 이후 6월 입지선정위원회는 노선별 현장조사 및 서면 평가 등을 거쳐 지리산 케이블카를 산청군 노선으로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지리산 산청 케이블카는 중산관광단지에서 장터목 대피소 인근을 연결하는 약 4.38㎞
구간의 노선으로, 총 1058억원의 사업비가 예상된다.

노선 단일화가 확정되면서 이제 사업 추진의 결정권은 환경부로 넘어갔다. 지리산 케이블카를 처음 추진했던 2011년부터 최근까지 환경부는 영호남 단일 노선을 일관되게 고수해왔다. 그러나 올해 초 환경부는 "지자체 간 노선 단일화가 이루어지면 영호남 각각 1개씩 설치 검토가 가능하다"고 밝혀 변화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지리산 케이블카 시범운영을 위해 영호남의 자율적인 단일 노선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영호남 시군들이 제출한 여러 노선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 경남 산청 노선 단일화 합의…환경단체와 주민들의 강력 반대
 
이번 산청-함양 단일 노선 합의로 사업 추진에 탄력이 붙었지만 환경단체와 지역 주민들의 반발은 여전히 강력하다 케이블카 없는 지리산 실천단 등 환경단체들은 지난 6월 24일 경남도청에서 지리산 케이블카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또한 지리산케이블카반대산청주민대책위는 지난 8월 14일부터 산청군청 앞에서 케이블카 반대 1인 시위를 벌이는 등 주민들의 반대 목소리도 거세다그래픽박연진
환경단체와 지역 주민들의 반발은 여전히 강력하다. '케이블카 없는 지리산 실천단' 등 환경단체들은 지난 6월 24일 경남도청에서 지리산 케이블카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리산케이블카반대산청주민대책위는 지난 8월 14일부터 산청군청 앞에서 케이블카 반대 1인 시위를 벌이는 등 주민들의 반대 목소리도 거세다.[그래픽=박연진]

이번 산청~함양 단일 노선 합의로 사업 추진에 탄력이 붙었지만, 환경단체와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여전히 거세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케이블카 없는 지리산 실천단' 등 환경단체들은 지난 6월 24일 경남도청에서 지리산 케이블카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또한 지리산케이블카반대산청주민대책위는 지난 8월 14일부터 산청군청 앞에서 케이블카 반대 1인 시위를 벌이는 등 주민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들은 '지리산을 그대로'라는 구호를 외치며, "우리나라 1호 국립공원이자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생태자산인 지리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전국 41개 관광 케이블카 중 38개가 적자인데, 케이블카 설치는 경제성 측면에서도 타당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노선 단일화의 문제가 아니라, 지리산 어디에도 케이블카를 설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며, 환경부가 케이블카 신청을 즉시 반려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산청군은 "환경단체가 우려하는 환경훼손과 경제성 문제는 향후 환경영향평가나 투융자심사 과정에서 심도 있게 논의할 것"이라며 "환경단체와의 간담회 개최와 환경전문가의 참여를 통해, 친환경 케이블카 설치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선진국에 비해 한국의 케이블카 설치가 지나치게 많다고 지적한다. 미국은 63개 국립공원에 케이블카가 단 한 대도 없으며, 스위스에는 스키를 위한 460개의 케이블카가 존재하지만, 국립공원에는 케이블카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산청군은 "미국이나 스위스의 국립공원에 케이블카가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립공원 운영 원칙과 방식이 우리나라와 다르다"고 반박했다. 특히 "스위스에는 국립공원이 1개소밖에 없지만, 우리나라에는 20여개의 자연공원(IUCN 보호지역 카테고리 II)이 있으며, 이곳에는 수많은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지리산 케이블카, 성공 가능성은?

지리산권 지역은 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에 처해 있어, 신규 관광 수요 창출을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가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지역 주민들은 "언제까지 우리는 낙후된 채로 살아야 하는가"라는 소외감과 상실감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주민 동의 없고 환경 파괴하는 케이블카 설치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게 나오고 있다.

산청군은 지리산 산청 케이블카 설치가 지리산 탐방객 증가로 지리산 보호에 기여하고, 중산관광지 활성화 및 동의보감촌, 경호강 래프팅, 남사예담촌 등과 연계한 관광상품 개발을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는 이미 41개의 관광용 케이블카가 운영 중이며, 대부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하동 케이블카는 -38억원, 명량해상케이블카는 -54억원, 제부도해상케이블카는 -7억원, 거제케이블카는 -2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탑승객도 점차 감소하고 있으며, 이용자를 확보하지 못해 문을 닫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을 허가한 이후, 전국 자치단체들이 케이블카 사업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며 추진하고 있지만, 지역 경제효과나 인구 소멸 방지, 관광사업에 미칠 영향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는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숙박시설, 관광 인프라, 먹거리와 즐길 거리가 부족한 지자체에서는 케이블카 설치를 위해 관광문화 인프라 구축이 함께 필요하므로 재정적 압박이 클 수밖에 없다. 국비 확보와 민간투자 유치 등 재원 마련 또한 지자체 간 경쟁을 더욱 심화시킬 전망이다. 무엇보다도, 지역 주민들의 동의와 적극적인 협조가 필수적이다.

이제 남은 것은 환경부의 결정이다. 사업의 적절성과 주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올바른 결정을 내리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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