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지방간 치료제 개발에 최적화된 새로운 동물모델을 개발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김하일 의과학대학원 김하일 교수 연구팀과 박준용 연세대 의대 교수 연구팀, 한미약품 R&D센터, 제이디바이오사이언스가 새로운 대사이상 지방간 질환 동물모델을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대사이상 지방간 질환은 지방간에서 시작해 지방간염, 섬유화, 간경화, 간암으로 진행되는 만성질환이다. 심혈관질환이나 합병증 때문에 사망률도 높다. 전 세계 인구 가운데 30%, 비만하지 않은 인구 중에는 19%가 이 질환을 앓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치료제인 '레스메티롬(성분명)'이 있지만, 복용 환자 중 70%에선 효과가 없어 새로운 치료제 개발이 시급한 상황이다. 하지만 사람 질환을 모사할 수 있는 적절한 동물모델이 없고, 기존 대사이상 지방간 질환 동물모델은 대사이상 지방간 질환의 넓은 스펙트럼과 당뇨·비만 같은 대사질환을 잘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었다.
김 교수 연구팀은 베타세포 기능이 부족한 아시아인에서 비만·당뇨병을 동반한 대사이상 지방간 유병률이 더 높다는 점에 착안해 동물모델 개발에 나섰다.
연구팀은 약물로 베타세포를 파괴해 당뇨를 유발한 다음 고지방식이를 먹여서 비만과 당뇨를 동반한 지방간 질환이 빠르게 진행하는 마우스 모델을 개발했다. 이 동물모델은 1년간 점진적으로 지방간·지방간염·간섬유화·간암이 나타났다.
간 유전체를 분석한 결과 해당 특징이 비만과 제2형 당뇨병을 동반한 대사이상 지방간 환자와 매우 유사했다. 특히 간암은 해당 환자에게 발생하는 간암과 조직학적·분자생물학적 특성이 유사한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이 이 동물모델을 이용해 최근 비만 치료 효과로 각광받는 GLP-1 유사체 효과를 시험한 결과 지방간·간염·간섬유화 진행을 억제했다. 이는 이번 마우스 모델이 신약 개발을 위한 전임상시험에 활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GLP-1 유사체가 간암 발생을 억제함을 최초로 규명한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보건복지부·교육부·제이디바이오사이언스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이달 2일자에 실렸다.
김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마우스 모델은 만성대사질환 특징을 잘 모사했다"면서 "대사이상 지방간 질환 동물모델로서 관련 연구에 중요한 전환점을 제시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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