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학개론] '빚 못 값거나' '등 떠밀려 값는' 상장사 투자 조심…눈여겨볼 사채 관련 기업공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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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민철 기자
입력 2024-08-2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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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채 원리금 미지급은 '값을 돈 없다'는 뜻

  • 관리종목·투자주의환기종목 지정됐을 수도

  • 만기 전 사채 취득 후 소각은 '일부 긍정적'

  • 조기상환청구로 만기 전 취득, 악재일 수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투자자가 기업에 투자할 때 해당 회사의 재무 상황을 파악하는 것은 아주 기본적인 일입니다. 기업마다 여러 사정이 있겠지만 돈을 빌리고 갚지 못하는 곳이라면 특히 조심해야겠죠. 기업이 돈을 빌려서 자금을 조달하는 대표적인 방식이 '사채(권) 발행'인데요. 이 사채로 자금을 조달한 뒤 채권자에게 약속한 원금과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거나, 발행한 사채를 되사 오는 기업에 투자할 땐 신중해야 합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또는 한국거래소 카인드(KIND)에서 이러한 정보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사채로 빌린 돈을 못 값을 때 기업에서 나오는 공시가 '사채 원리금 미지급 발생'입니다. 회사가 과거 발행한 채권에 계약이나 회사 사정에 따라 조기상환 사유가 발생했지만, 채권자에게 원금과 이자를 지급할 자금이 부족하다면 이 공시를 하게 됩니다. 올해는 코스피에서 KC코트렐, 코스닥에서 캐리 등 총 7곳이 이런 공시를 했네요. 이들 기업은 당장 회사에 채무를 상환할 자금이 충분하지 않고, 감사보고서상 기존 재무·경영 상태도 불안한 경우가 많습니다. 주식이 거래 정지 상태이거나 주가가 크게 떨어져 있고요.

일례로 KC코트렐은 이달 5일 공시를 통해 자기자본 대비 18% 규모의 사채 원리금(약 75억원)을 채권자에게 지급하지 못했다고 밝혔어요. 지난달 28일 발행 결정한 제3회차 무기명 이권부 무보증 공모 전환사채의 인수계약서에 따라 조기상환청구가 발생했는데, 채무이행자금이 부족했다고 합니다. 이 회사는 지난 14일 반기보고서 '의견거절'을 받고 관리종목에 지정됩니다. 주식거래가 정지됐다가 19일 거래를 재개했습니다. KC코트렐 주가는 이날 개장 후 전 거래일 대비 29.99% 내린 하한가(488원)를 기록 중입니다.

캐리(전 윌링스)는 2022년 8월 말 발행한 제1회차 전환사채(CB)의 원리금(약 111억원, 자기자본 대비 53% 규모)을 지급하지 못했다고 지난달 16일 공시했습니다. 기한이익 상실로 조기상환청구 사유가 발생했는데 역시 채무이행자금이 부족했다고 해요. 캐리는 올해 3월 2023년도 감사보고서에 감사의견 '한정'을 받고 투자주의환기종목으로 지정됐고 4월엔 유상증자와 CB 발행 결정 공시를 변경해 불성실 공시 법인으로도 지정됐습니다. 캐리의 52주 최고가는 1만4450원인데, 19일 종가는 4000원이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기업이 돈을 빌리기 위해 사채를 발행했는데, 이걸 돌려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때 '만기 전 사채 취득' 공시가 나옵니다. 사채는 돈을 빌려서 만기 때 원리금을 상환하기 위해 발행하는 증권인데, 이 공시는 기업이 발행한 채권을 만기 전에 도로 거둬들인다는 뜻이에요. 채권을 거둬들이도록 결정한 이유가 회사가 원했기 때문인지 또는 채권자가 원해서인지, 그리고 회사가 거둬들인 채권을 어떻게 처분하려고 하는지에 따라 회사의 사정을 다르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일단 회사는 인수계약서의 '매도청구권(콜옵션)'을 행사하는 것으로 회사가 원할 때 만기 전 채권을 거둬들일 수 있어요. 이달 9일 '전환사채 발행 후 만기 전 사채 취득' 공시를 낸 성호전자의 사례처럼요. 이 회사는 2028년 2월 만기로 작년 2월 발행한 전환사채(CB) 가운데 일부를 콜옵션 행사로 장내매수해 취득했고, 향후 재매각 및 소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회사가 여유 자금이 있어 빌린 돈을 일찍 갚기로 했다면 소각, 여전히 돈을 빌려야 한다면 재매각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만기 전 채권의 소각을 결정한 회사는 그만큼 여유 자금이 있다는 뜻입니다. 기존 주주에겐 소각이 좋죠. 재무제표상 부채로 잡혀 있던 채권이 소멸하면 재무구조가 안정적으로 바뀌고, CB, 교환사채(E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특수사채를 소각한다면 추후 시장에 늘어날 주식 물량 때문에 기존 주식 가치가 희석될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하지만 재매각이 무조건 나쁘다고 단정하긴 어려워요. 회사가 고금리 시대에 과거 발행한 저금리나 무이자 채권을 유지하는 등 다른 이유로 재매각을 결정할 수 있어요.

한편 회사가 원하지 않더라도 채무자가 인수계약서의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을 행사하는 것으로 만기 전 채권이 거둬질 수 있어요. CB 채권자가 풋옵션 행사를 했다면 나쁜 소식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CB는 회사에 돈을 빌려 주고 이자를 받다가, 주가가 오르면 '전환권'을 행사해 채권을 주식으로 바꾸고 주식을 매도해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는 특수사채인데요. CB 풋옵션 행사는 채권자가 주식 매도를 통한 시세차익을 기대할 만큼 주가가 오르지 않았다고 판단해 주식전환을 포기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거든요.

휴온스가 2020년 11월 11일 발행한 제1회차 CB 가운데 일부(권면총액 30억원)를 채권자의 풋옵션 행사로 장외매수했다고 이달 13일 공시했어요. 이 CB 채권자의 풋옵션 행사는 2022년 11월 14일부터 이번까지 5차례 이뤄졌습니다. 휴온스가 4년 전 CB를 발행한 날 주가는 종가 기준 5만543원이었는데, 채권자가 풋옵션을 처음 행사한 날 주가는 3만1600원으로 떨어져 있었어요. 이 회사 주가는 작년 8월 장중 52주 최고가인 4만9500원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이후 계속 하락해 이달 19일 종가는 2만9700원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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