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야를 가리는 폭우에도 선수들은 개의치 않았다.
코스 밖 도로에서는 한 스태프가 차량을 막아섰다. 중국의 인뤄닝이 직접 운전하는 차다. 해당 스태프는 인뤄닝에게 "들여보낼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나가던 갤러리가 "인뤄닝이다. 선수는 들여보내야지"라고 소리쳤다. 그 말을 들은 스태프는 가라고 손짓했고 인뤄닝은 멋쩍은 듯 웃었다.
한 태국 식당 다음 블록에서는 태국의 아타야 티띠꾼이 팀원들과 함께 태국어를 사용하며 거리를 걷고 있었다. 사복을 입고 있어서 한 팀원이 "지노"라고 부르기 전까지 알기 어려웠다. 부름에 응한 티띠꾼은 배꼽시계가 울리는 듯 배를 만지며 발걸음을 옮겼다.
인근에서 가장 큰 마트인 테스코 익스프레스에서는 더 많은 선수를 볼 수 있었다. 한 제품의 성분을 확인하는 미국의 에인절 인 등이다.
코스 내 퍼팅 연습장에서는 한 선수가 내리는 비를 맞으며 공을 굴리고 있었다. 고진영이다. 캐디인 데이비드 브루커가 우산으로 받치며 대화를 주고받았다. 퍼트가 홀을 외면해도 서로를 보며 웃었다.
고진영은 최근 본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에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할 뿐이다. 맛있는 골프(소시지 롤) 주간"이라는 말을 남겼다.
2년 연속 성적보다는 소시지 롤을 언급했다. 대회장 인근 유명 체인점인 그렉스에서는 한 무리의 캐디들이 소시지 롤을 먹고 있었다. 맛있냐는 질문에 그들은 "녹는다"고 했다.
고진영은 공식 기자회견 명단에서 제외됐다. 다른 한국 선수들도 없다. 출전 선수는 15명으로 줄었다. 한국 선수 위상이 많이 떨어졌다. 그래도 괜찮다. 소시지 롤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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