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 중이던 여중생을 둔기로 내려쳐 살해하려던 남고생이 경찰에 체포됐는데, 범행 상황이 찍힌 CC(폐쇄회로)TV 영상이 공개됐다.
경기 안산상록경찰서는 살인미수 혐의로 고등학생 A군을 현행범으로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지난 19일 밝혔다. A군은 이날 오전 8시 16분께 안산시 상록구의 한 중학교 인근에서 등교 중인 B양의 머리를 둔기로 내려치고,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범행 상황이 담긴 영상을 보면 교복을 입은 B양이 불안한 듯 연신 뒤를 돌아보고, 검은 옷을 입은 A군이 B양의 뒤를 쫓고 있다.
B양의 걸음이 빨라지자 A군도 빠르게 그 뒤를 따라간다. B양을 따라잡은 A군은 B양을 둔기로 마구 때리기 시작한다. A군 손에는 둔기가 들려 있는 상태였다. B양이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써봤지만, A군의 폭행은 계속됐다.
이어 A군은 지나가던 시민에게 제압됐고, 이후 출동한 경찰에게 인계돼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B양은 피를 많이 흘린 채로 병원으로 옮겨졌고,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A군은 갖고 있던 가방 안에 다른 종류의 흉기와 유서를 지니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서에는 A군이 이전에도 범행을 계획했다가 실패했던 내용 등이 담겼다.
A군은 지적장애가 있으며 현재 B양이 다니고 있는 중학교 출신으로, 학교 선후배 사이로 B양을 알고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군이 B양을 스토킹하다가 이번 범행에 이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 사건 발생 전 두 사람과 관련해 총 3건의 경찰 신고 이력이 있었다.
첫 신고는 A군이 지난 2월 4일 B양을 신고한 것이었다. A군은 "며칠 전 코인노래방에 함께 갔던 B양이 손등으로 내 중요 부위를 쳤다"고 신고했다.
경찰은 이 신고의 경우 신고인이 A군인 데다 내용이 불분명하고 이번 살인미수 사건과는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두 번째 신고는 3월 31일 B양의 아버지로부터 접수된 스토킹 피해 신고로, B양 아버지는 "딸과 1년 전부터 알고 지냈다는 남학생이 딸의 거부 의사에도 불구하고 계속 따라다닌다"고 신고했다.
경찰은 신고 당시 B양 아버지가 A군의 이름만 진술하고, 연락처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말해 A군에 대한 조사 및 입건 조치는 진행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당시 경찰은 B양 측에 고소 절차 등을 안내하는 것으로 두 번째 신고 접수 절차를 마무리했다.
세 번째 신고는 6월 27일 A군의 학교 상담교사가 학교전담경찰관에게 연락을 취했던 사안이다. 학교 상담교사는 "A군과 상담을 했는데 'B양에게 위해를 가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는 말을 했다"고 경찰에 알렸다.
학교전담경찰관은 B양에게 이런 사실을 전했으며 스마트워치 지급 안내 등의 조치를 했다. B양이 스마트워치 지급 신청을 하지는 않아 실제 지급이 이뤄지지는 않았다.
학교전담경찰관은 이와 동시에 A군 부모와 협의를 거쳐 A군을 정신병원에 입원하도록 조치했다. A군은 지난달 2일 병원에 입원한 뒤 약 20일 만인 지난달 26일 퇴원했다.
경찰은 A군 측에 퇴원을 늦추자고 설득했지만, A군의 퇴원 의사가 워낙 강해 결국 퇴원하게 됐다고 전했다.
경찰은 지난 13일 A군 측에 전화를 하는 등 모니터링을 했다고 전했다.
A군은 경찰에 "B양이 만나주지 않아 화가 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군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 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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