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기 불황 속 '큰 손' 중국인이 지갑을 닫으면서 고급 레스토랑 줄폐점이 이어지고 있다.
고급 레스토랑이 밀집해 있는 상하이가 대표적이다. 19일 홍콩 명보에 따르면 최근 상하이 명품 부티크와 고급 레스토랑과 바가 몰려있는 와이탄 번드 18에 위치한 프렌치 레스토랑 '라뜰리에 18'이 돌연 문을 닫았다. 1인당 평균 소비액 1580위안(약 30만원)에 달하는 이 레스토랑은 최근 몇달간 직원 임금과 납품업체 대금을 연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상하이 최대 번화가 난징시루의 클럽 레스토랑 'KOR 상하이', 상하이 가로수길로 불리는 쥐루루 쓰촨요릿집 '위즈란', 해산물 요리 전문점 '오스테리아', 1인당 소비액 2300위안의 쓰촨 요릿집 '밍루촨' 등이 줄줄이 문을 닫았다. 이 중엔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으로 지정된 곳도 여럿 있다.
올 들어 고급 레스토랑이 손님을 유치하기 위해 저렴한 세트 메뉴를 내놓는 게 다반사가 됐다. 상하이의 유일한 미슐랭 별 세개짜리 중식 레스토랑인 '신룽지'도 최근 398위안짜리 저가 세트 메뉴를 내놓아 화제가 됐다. 해당 레스토랑 평균 소비액은 800~1000위안 남짓이다. 상하이 또 다른 미슐랭 별 세개 프렌치 레스토랑 라멜로이즈, 미슐랭 별 하나짜리 유럽풍 레스토랑 EHB 등도 줄줄이 저가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이처럼 고급 레스토랑에서 가성비 좋은 메뉴를 줄줄이 내놓는 게 보편화하면서 중국에는 이를 일컫는 '충구이((窮鬼) 세트'라는 말도 유행하고 있다. 충구이, 중국어로 거지·가난뱅이란 뜻이다.
실제로 중국 요식업 정보업체 '훙찬(紅餐)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5월까지만 해도 1인당 소비액 500위안 이상의 고급레스토랑이 상하이에 2700개 있었지만, 올해 7월에는1400개에 불과, 1년 사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이는 코로나19로 충격을 입은 중국 경제 회복세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더딘 것과 관련이 있다. 부동산 경기 불황,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압력, 실업률 상승 등으로 미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돼 그간 고급 레스토랑 주고객이었던 대도시 중산층들이 지갑을 닫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 내수경기를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올 들어 7월까지 연간 증가율이 3.5%에 불과하다. 지난 한 해 평균 증가율인 7.2%에 훨씬 못 미친다. 특히 대도시 소매판매도 감소세로 돌아섰다. 중국 텐펑증권에 따르면 6월 상하이와 광저우 소매판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4%, 9.3%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징과 선전 소매판매액도 각각 6.3%, 2.2% 감소했다.
중국 내에선 소비 진작을 위한 추가 부양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모습이다.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도 16일 국무원 전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경제 회복을 위해 총력을 다하자"고 촉구하면서 내수 확대와 소비 촉진을 강조한 바 있다.
일부 중국 관영 언론을 통해 중추절(추석), 국경절 연휴 경기 부양을 위해 현금 소비쿠폰을 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 관영 영자 차이나데일리는 최근 중국 국가 싱크탱크 경제학자를 인용해 "최소 1조 위안 상당의 현금 또는 상품권을 소비자에게 직접 지원하는 정책을 고려해야 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리다오쿠이 칭화대 중국경제학과 교수는 오는 10월 초 일주일간의 국경절 연휴 기간 소비 쿠폰을 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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