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실망한 전통적 공화당계 인사들이 속속 민주당의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고 있다. 2020년 대선 불복 소동을 벌이고 각종 범죄를 저지른 트럼프 전 대통령이 헌법과 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하는 대통령직을 수행하기에 '자격 미달'이라는 의견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19일(이하 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공화당의 조지 H W 부시 대통령 시절 연방 항소법원 판사로 임명된 마이클 러티그 전 판사는 성명을 통해 트럼프를 미국 민주주의 적으로 규정하면서, 자신은 해리스 부통령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2024년 대선에서는 미국 민주주의와 헌법 및 법치의 수호자이자 보호자라고 자신할 수 있는 당과 후보는 오직 하나만 있다"며 "따라서 나는 주저할 것 없이 민주당의 미국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에게 표를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리스 부통령에게 투표하더라도 나는 그의 공공 정책 관점이 나와는 상당히 다르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나는 이번 선거에서 미국 민주주의, 헌법, 법치 외에 그녀의 다른 정책 관점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그리고 모든 미국인들도 그래야 한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러티그 전 판사는 이번 선거에서 "매우 부적격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를 막기 위해 당파를 초월해 합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그가 처음으로 민주당 인사에 대한 투표 의사를 밝힌 것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에는 대법관 후보에 오르기도 해 보수 진영 측에서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러티그 전 판사는 지난 2020년 트럼프가 대선 불복 소동을 일으킬 당시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대선 결과를 수용하고 트럼프를 '손절'할 것을 권했던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전통적 공화당계 인사의 상징과도 같은 펜스 전 부통령은 러티그 전 판사의 조언대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불복에 동참하지 않았고, 이후로도 트럼프 전 대통령과 거리를 두고 있다.
선거 승패에 상관없이 선거 결과를 존중해야 민주주의와 법치가 바로 설 수 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러한 부분에서 불합격점을 받았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CNN은 러티그 전 판사의 이러한 발언을 두고 레이건, 부시 시절의 전통적 공화당 인사들과 트럼프하의 공화당 인사들 간의 불협화음을 보여주는 바라고 짚었다.
이외에도 공화당의 애덤 킨징어, 바버라 콤스톡, 조 월시 전 하원의원들과 제프 던컨 전 조지아주 부지사 역시 속속 해리스 지지를 선언했다. 던컨 전 부지사는 기고문을 통해 해리스 부통령 지지 선언은 "또다시 얼룩진 트럼프의 대통령 재임을 막기 위한 최선의 방책"이라고 언급했다.
러티그 전 판사는 CNN에 그의 해리스 부통령 지지 선언은 단순한 후보 성향을 넘어 "옮고 그름을 판단"하는 문제였다며, "나의 (해리스) 부통령 지지는 해야 하는 옳은 일이다. 내가 침묵을 지켰다면 그것은 잘못된 일이었을 것이고, 언젠가 그 침묵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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