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애민 외치지만 외면 가까운 정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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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동현 기자
입력 2024-08-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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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자 독식제는 우리네 전반에 퍼져있지만 다양성의 제한이라는 심각한 부작용을 수반한다.

    '친윤'이란 별칭을 '수박'으로 치환했을 뿐이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18일 전당대회에서 사상 최고 득표율로 당대표 연임에 성공하며 흔들림 없는 단일 체제를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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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적인 선은 없다. 승자 독식제는 우리네 전반에 퍼져있지만 다양성의 제한이라는 심각한 부작용을 수반한다. 요즘 정치권에선 '팬덤 정치'라는 말로 불리기도 한다. 7·23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한동훈호(號)가 출범했다. 62.8%의 당심을 바탕으로 한 낙승이었다.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원희룡 후보를 비롯한 나머지 기성 정치인 후보들은 한 대표를 향해 각종 의혹을 제기하며 융단 폭격을 가했다. 신(新)세력을 향한 견제가 절정이었다.

한 대표 당선 후 상황은 정반대로 변했다. '친윤' 인사로 분류됐던 정점식 전 정책위의장이 첫 타깃이 됐다. 서범수 사무총장이 당직자 일괄 사퇴를 요구했지만, 그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번엔 '한딸'(한동훈 강성 지지층)들이 나섰다. 이들은 정 의장의 페이스북을 찾아가 수백 개의 사퇴 요구성 댓글을 달았다. 계정을 비공개로 돌린 정 전 의장은 비판 여론에 압박을 느낀 듯 끝내 자진 사퇴했다. "당의 분열을 막기 위해선 사퇴하는 게 맞겠다"고 했지만 표정엔 씁쓸함이 감돌았다.

더불어민주당도 유사한 흐름을 탔다. '친윤'이란 별칭을 '수박'으로 치환했을 뿐이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18일 전당대회에서 사상 최고 득표율로 당대표 연임에 성공하며 흔들림 없는 단일 체제를 재확인했다. 화룡점정은 최고위원 경선이었다. 당의 새로운 선출직 스피커 5인이 '친이재명계' 일색으로 채워졌다.

'명심'을 등에 업고 최고위원 레이스에서 초반 1위를 달렸던 정봉주 후보는 최종 6위를 기록하며 지도부 입성에 실패했다. 정 후보는 이 대표가 단상에서 두 주먹을 불끈 쥔 순간 고개를 숙이고 애꿎은 휴대폰을 바라봤다. 전대 일주일 전 그는 회견을 열고 "통합을 저해하는 당 내부의 암덩어리인 '명팔이'를 잘라내야 한다"고 했다. '뒷담화' 논란을 잠재우려는 의도였지만, 당내 분열을 부추기는 세력과 일극화 등에 대한 우려로도 읽혔다. 결국 이 발언은 그를 겉과 속이 다른 수박으로 만들었다. '개딸'(이재명 강성 지지층)들의 비토가 사방에서 분출했고, 낙선으로 이어졌다.

민생은 여전히 도외시되는 모습이다. 지난 5월 30일 문을 연 22대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된 법안은 전무한 상태다. 반면 각 상임위원회를 떠돌고 있는 계류법은 약 3000건에 달한다. 지금껏 4번의 국회를 경험한 모 의원실 관계자는 "여야가 이렇게까지 대화하지 않는 것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며 무력감을 드러냈다. 저마다 애민을 외치지만 현실은 외면에 가까웠던 셈이다. 모처럼 훈풍이 분다. 여야는 21일 국토교통위원회에서 그간 진통을 겪었던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을 합의 처리했다. 도끼질에 혈안이 된 정치권이 이제 일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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