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2위를 기록하며 진격하고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약진과 가성비 모델 아이오닉 시리즈의 성공을 바탕으로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기업 테슬라를 무서운 속도로 추격하는 모습이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트 전 대통령의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 공약과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정체) 여파로 시장 전체가 고전하는 분위기에도 현대차와 기아 모두 높은 상품성과 판매 촉진 전략을 바탕으로 판매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1일 미국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모티브뉴스 등에 따르면 현대차(제네시스 포함)·기아의 올해 1∼7월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10.0%로 집계돼 테슬라(49.7%)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3위는 포드로 7.4%, GM은 6.3%의 점유율로 4위를 기록했다.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시장에서 두 자릿수 점유율을 기록하면서 테슬라는 처음으로 시장점유율이 50% 미만으로 떨어졌다.
미국 시장 돌풍의 주력은 현대차 주력 전기차인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6이다. 현대차에 따르면 아이오닉5의 올 1~7월 미국 판매량은 2만2144대로, 지난해 같은기간(1만7776대)보다 24.6% 증가했다. 같은기간 아이오닉6 판매량도 4999대에서 7690대로 54.1% 증가했다. 제네시스 전기차 모델인 GV60도 1~7월 판매량이 164대, GV70은 2070대를 기록했다. GV60은 전년동기대비 소폭(-3.7%) 줄었고, GV70의 판매량은 302% 증가했다.
기아의 전기차 EV시리즈도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준중형 SUV EV6는 올 1~7월 미국에서 1만2488대가 팔려 전년동기(1만265대)대비 21.7% 증가했다. 지난해 말 첫 선보인 SUV인 EV9 역시 1만1486대가 팔려 반년만에 1만대를 넘어섰다.
미국 현지 언론은 현대차의 성공 비결로 탄탄한 품질력과 신차 출시 효과를 꼽았다. 미국 전기차 전문매체 '일렉트렉'은 "현대차와 기아, 제네시스가 연비 효율로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입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며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미국에서 가장 연비가 좋은 전기차 10대 중 8대를 차지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전기차 매체 '인사이드EVs'도 "현대차그룹이 미국 시장에서 가격 대비 고품질 옵션을 제공하면서 결실을 맺고 있다"며 "적절한 인센티브 정책과 신차 출시 효과가 약진의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차그룹은 올 4분기에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가동시켜 현지 점유율을 더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현재 현대차그룹의 북미 지역 생산능력은 약 110만대로, HMGMA가 가동하면 연간 140만대로 늘어난다. 특히 HMGMA에서 생산된 차량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1대당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지금은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어 그룹 자체에서 판매 인센티브를 부담하고 있다.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요동칠 수 있는 전기차 세액공제 정책 변화에도 기민하게 대응한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시장에서 주요 전기차의 부분 변경 모델을 적극 출시해 시장 주도권을 장악하는 한편, 인기가 높은 하이브리드차 판매 확대도 늘릴 에정이다. 당장 올 하반기에는 아이오닉 5와 EV6의 부분 변경 모델을 출시하고, 대형 전기 SUV인 아이오닉 7(가칭)도 공개한다. 판매 촉진을 위한 마케팅 강화를 위해 최근 미국법인에 2개의 마케팅 부서를 신설하고, 이들 부서를 랜디 파커 미국법인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재편하는 조직 재편도 단행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에서 신차 출시와 하이브리드차 판매 확대로 전기차 캐즘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며 "이제 막 태동하는 시기인 만큼 성장세는 이어갈 수 있도록 하반기에도 질주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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