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바이오 '무자본 M&A' 나선 소룩스…최대주주 배불릴때 주주는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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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우 기자
입력 2024-08-2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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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상증자 조달자금으로 아리바이오 지배력 강화

  • 주담대 채무액 比 담보금 비중 220%까지 증가

  • 아리바이오와 합병시 보유지분 2.5배 평가

정재준 소룩스·아리바이오 대표이사 사진아리바이오 홈페이지 캡처
정재준 소룩스·아리바이오 대표이사 [사진=아리바이오 홈페이지 캡처]

코스닥 상장사 소룩스가 치매치료제 개발사 아리바이오와의 합병을 진행 중이다. 유상증자, 신주인수권부사채(BW), 주식담보 대출 등을 통해 사실상 '무자본 인수합병(M&A)'에 나서며 최대주주 배만 불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LED 조명기구 업체 소룩스의 정재준 대표이사가 최대주주가 될때 투입한 자금은 총 300억원이다. 이 과정에서 주식담보대출과 본인이 기보유하고 있던 아리바이오 주식을 양도하는 방법으로 부족한 자금을 조달했다. 

2023년 아리바이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최대주주였던 정재준 대표의 지분은 기존 6.89%(152만5744주)에서 0.75%(16만8546주)로 줄어들었다. 소룩스는 정 대표의 지분을 비롯한 아리바이오 지분 9.34%(210만주)를 보유하며 최대주주가 됐다. 

당시 소룩스는 아리바이오의 정재준 대표 지분, 성수현 전 대표 지분, 한국산업은행 지분 등을 주당 2만5400원으로 매입했다. 비상장사인 아리바이오의 기업가치를 약 5400억원 규모(경영프리미엄 미포함)로 책정한 셈이다.

아리바이오의 기업가치는 현재 개발 중인 초기 알츠하이머 적응증 치료제 신약물질 ‘AR1001’이 2025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 3상 완료, 2026년 FDA 판매승인, 2027년 시판이라는 과정이 성사된다는 가정하에 나온 계산이다.

이는 아리바이오와  7년째 연을 맺고 있는 이촌회계법인이 산정했으며 해당 과정에서 고평가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소룩스의 현재 시가총액은 4816억원 규모다.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 속에 아리바이오 지분을 대부분 정리한 정 대표는 같은해 6월29일 메리츠증권과 150억원(담보설정 210억원) 규모의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담보제공 계약을 체결했다. 아리바이오 지분 매각대금으로 부족한 지분 취득 자금을 충당하기 위한 수단으로 풀이된다.
 
이튿날 발행되는 유상증자(150만9207주)를 포함해 대출을 받은 정 대표는 소룩스 지분 25.69%를 취득, 최대주주가 됐다. 이후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 목적을 운영자금에서 타법인(아리바이오) 증권 취득자금으로 변경했다. 이에 소룩스의 아리바이오 지분율은 11.50%(258만7912주)로 늘었다.
 
IB업계 관계자는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소룩스가 영위하는 사업이 아니라 아리바이오에 대한 지배력 강화를 위해 사용한 셈”이라며 “소룩스와 아리바이오의 합병을 염두에 둔 정황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작년 12월에 단행한 무상증자도 이같은 정황을 뒷받침한다. 정 대표가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 자리에 앉은 후 소룩스는 당시 1주당 신주 14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실시했다. 이를 통해 장부가치를 키운 반면 지분가치는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이 때 정 대표와 특수관계인인 김근호 아리바이오 미국지사장이 신주인수권부사채, 전환사채 콜옵션을 통해 대량으로 매입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올초만 하더라도 아리바이오는 소룩스와의 합병이 아닌 나스닥 또는 코스닥 단독 상장할 것이란 청사진을 제시했다”며 “지난 3월 정 대표와 특수관계인 김 지사장이 아리바이오 사내이사로 선임되자 (소룩스) 지분을 대량으로 매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소룩스의 무상증자가 아리바이오와의 합병을 염두에 둔 사전작업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정 대표는 지난 3월과 6월 총 10억원의 주식담보 추가 대출에 나섰다. 채무액은 총 160억원, 담보설정금액은 288억원까지 늘어났다. 지난달 24일에는 신주인수권을 행사해 담보제공 주식수가 기존 752만7621주에서 1559만8646주까지 증가했다. 현재 정 대표는 소룩스 지분 8.54%를 추가 취득해 총 34.23%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이 늘어나며 빌린 돈도 눈덩이처럼 커졌다. 지난 8일 기준 채무금액은 142억원, 담보설정 금액은 312억4000만원이다. 채무금액 대비 담보금액 비중은 220%에 달한다. 만기일은 오는 9월9일까지다.
 
정 대표는 소록스 최대주주에 오르는 과정에서 투입한 자본이 사실상 거의 없다. 대출금으로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가 됐고, 회사돈으로 타법인 지분까지 취득했다. 
 
현재 정 대표의 아리바이오 보유지분율은 0.31%에 불과하다. 하지만 소룩스와 아리바이오의 합병비율이 1대 2.5032656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합병과 동시에 정 대표의 아리바이오 보유 지분은 2.5배로 평가된다. 때문에 정재준 대표의 소룩스 지배력도 덩달아 커지게 된다.
 
이처럼 복잡한 과정을 거치며 올해 초 3만원대에서 거래되던 소룩스 주가는 1만원까지 하락했다. 거래량도 크게 줄어 주주들이 팔고 나가려 해도 나갈 수 없는 상황이 됐다. 
 
IB 업계 관계자는 “소룩스와 아리바이오의 합병에서 최대수혜자는 정대준 대표로 볼 수 있다”며 “담보로 잡힌 소룩스 지분이 반대매매로 인해 사라지더라도 정 대표 입장에서 합병만 되면 비교적 많은 지분을 챙길 수 있기 때문에 이득을 보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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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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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년된 주주로 치매치료제 꼭 개발하길 빌며 주가 상관없이 꾸준히 기다렸던 내가 바보였던가 봅니다. 믿었던 오너의 행태에 실망하고 더이상 한국 바이오에서 뭘 기대할까 싶네요.
    회사 오너분들 부자되신거 축하드립니다.
    인과응보라고 많은 이들의 원망과 분노에 대한 댓가는 언제든 꼭 받으시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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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쉰반 뷩신반이냐.. 소룩스 올초 3만원이 1만원된건 보이고 작년 초에 3만원 기준으로 3천원이 3만원 된건 안 보이디? 소룩스는 최소 1년 반 전에 들고 있는 사람들은 9~10배 띄기 상태야 아리바이오 주주들은 진득허니 기다렸다가 뒤통수 맞은 이들이 많을 뿐이고... 여튼 법을 위반했다거나 윤리적이지 못한 부분은 책임져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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