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현재 3개월 후 금리 전망을 취합하고 있는데 예고대로 6개월, 1년까지 시계열을 확대하기 위한 실험도 한창이다. 분기 전망이 자리잡은 뒤 포워드 가이던스까지 확장해 통화정책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다.
21일 한은 조사국 조사총괄팀이 블로그에 게재한 '경제전망 분기경로의 공개 배경과 기대효과'에 따르면 한은은 기존에는 상·하반기 반기별 전망을 내놓았다면 8월 경제 전망부터는 향후 1년간 성장과 물가 흐름에 대한 전망을 분기별로 제시할 예정이다. 또한 분기 전망경로를 '팬 차트(Fan Chart)' 형태로 시각화해 전망의 불확실성도 함께 제공할 방침이다.
분기별 전망치 숫자를 내놓는다는 것은 그만큼 기준금리 변경 시점에 대한 실마리를 더 제공한다는 뜻으로 한은 조사국으로서는 부담이 상당한 작업이다. 주기가 짧은 탓에 예측이 어려운 데다 보다 상세한 경제전망 공표는 전망오차를 부각시킬 수 있다. 때문에 분기별 전망치를 발표하는 중앙은행은 노르웨이, 호주, 체코, 캐나다, 스웨덴, 뉴질랜드, 영국 등 소수 국가다.
김대용 조사총괄팀 팀장은 "한국은행이 이러한 리스크를 감수하고 분기전망 공개를 추진하는 이유는 그에 따른 편익과 기대효과가 더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분기별 전망경로를 공개함으로써 통화정책 투명성 정도가 미 연준 등 주요 선진국과 대등한 수준으로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평온한 바다에서는 숙련된 선원이 탄생할 수 없다(A smooth sea never made a skilled sailor)'는 영국 속담을 인용해 "정보의 투명한 전달과 이를 바탕으로 한 통화정책의 신뢰성 제고 노력은 한국은행의 발전을 위한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포워드 가이던스는 중앙은행이 경제 상황에 대한 평가를 토대로 미래 통화정책 방향을 예고하는 제도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들이 향후 금리 전망을 익명으로 투표해 보여주는 '점도표(dot plot)'가 대표적이다. 연준의 점도표에 참여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은 19명이며 향후 3년과 장기 금리 수준에 대한 전망을 점으로 제시한다.
한은은 소통을 강조하는 이창용 한은 총재의 의견에 따라 2022년 10월부터 한국형 점도표(K-점도표)를 도입해 실험 중이다. 현재는 통화정책방향 회의 후 금통위원 6명이 제시한 3개월 후 최종금리 수준을 공개하는데 향후 시계를 6개월, 1년 등으로 확장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한은 금통위는 미 연준과 달리 인원이 6명밖에 되지 않는 데다가 시계열을 1년까지 늘릴 경우 불확실성을 키우거나 중앙은행의 신뢰도를 낮출 수 있다는 부정적인 의견이 지속돼 왔다. 내부 실험은 이같은 논란을 보완하기 위한 한은 금통위 맞춤형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은 관계자는 "다각도로 열어놓고 분석 중"이라며 "분기 전망이 안착된 후 내년 상반기 정도 되어야 실효성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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