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시는 ‘통로’라는 개념을 통해 DMZ의 의미를 되새기고 그 공간성을 확장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중간에 막힘이 없어 바로 이동할 수 있게 트인 길’을 의미하는 통로는 다른 공간 사이에 있지만 구조 내에 둘러싸여 있다는 점에서 완전한 ‘열린 공간’과 구별되며 통로의 양옆에는 각각 열린 공간이 배치될 수도, 닫힌 공간이 배치될 수도 있다. 이 구조는 어떤면에서 DMZ와 많이 닮아있다.
우리는 과거 DMZ를, 국경을 결정짓고 통로를 차단하는 닫힌 블럭으로만 인지해 왔다. 그러나 처음부터 DMZ는 경계이면서 동시에 누군가 지날 수 있는 통로이자 다양한 생명체가 살아가는 공간이었고, 그 양쪽에 어느 성격의 공간이 배치되느냐에 따라 특정한 성격이 강화되어 왔다.
전시는 DMZ를 멈춰버리거나 잊힌 공간이 아니라 잇고 살아가는 공간으로 조명한다. 전시에는 닫힌 경계이자 이어지는 통로, 살아가는 열린 장소로 DMZ를 새롭게 해석하는 작품들이 선보이며 DMZ는 회로가 닫힌 경계로서의 상징을 벗어나 이어진 공간의 시작이거나 끝점으로서 이야기의 한쪽, 혹은 양쪽을 모두 터놓는다.
박론디, 박기진, 신미정, 노순택은 거대 블럭(block), 혹은 장벽으로서 분단의 상징이 된 DMZ를 다룬다. 남쪽에서만 바라본 것이 아닌 북의 다른 경계인 중국의 국경에서 바라 본 경계, 경계를 넘은 사람들의 이야기와 북의 프로파간다(propaganda)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통로’에는 정연두, 제인 진 카이젠, 지비리, 윤진미가 참여해 떨어져 있으면서도 연결되고자 하는 경계의 흐트러짐에 대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펼친다.
통로의 예술적 가능성을 시도한 작업들로 구성된다. △‘공간'에서는 분단 상황속 다양하게 살아가는 현재 삶의 양태와 미래에 대한 기대를 다루는 최찬숙, 노원희, 나오미, 한나리사 쿠닉의 작품이 소개된다.
'DMZ OPEN 전시: 통로'는 평화누리와 평화곤돌라를 타고 임진강 건너에 있는 북측 승강장의 옥상, 갤러리그리브스로 가기까지의 길에 있는 목재부스, 갤러리그리브스 공간 등에서 작가들의 작품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열두 명의 작가는 통로 위에서, 혹은 자신의 작품을 통로로 삼아 DMZ를 새롭게 바라보기를 기대한다.
조창범 경기도 평화협력국장은 “이번 전시가 고립된 공간 ‘DMZ’를 미래에 희망찬 열린 공간으로 생각의 전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며 “많은 분이 찾아와서 아픔에 공감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뜻깊은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가 주최하고 경기관광공사가 주관하는 ‘DMZ OPEN 페스티벌’은 전시 이외에도 포럼, 콘서트, 스포츠 등 '열린 DMZ, 더 큰 평화'를 위해 11월 16일까지 경기도 DMZ 일원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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