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슈 돋보기] '수해 대응 총력' 北, 피해 규모는 함구·책임은 실무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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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윤서 기자
입력 2024-08-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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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약 3주 전 의주군 등 북부 지방서 홍수 발생

  • 한국 포함 국제사회 인도적 지원 거절 의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6일 평양 425여관을 찾아 수해지역 학생들을 위한 교육준비정형을 요해파악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7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날 평양 4·25여관을 찾아 수해지역 학생들을 위한 교육준비정형을 파악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수해를 입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지원 제안을 거부하고, 자력 복구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전과 비교해 이례적으로 수해 대응에 힘쓰며 재건에 전력을 쏟는 분위기다.
 
김정은, 직접 복구 지휘…평양 숙소서 주민 위로도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지난 8~9일 평안북도 의주군 수해 지역을 찾은 김 위원장은 위로 연설에서 "자체의 힘과 노력으로 자기 앞길을 개척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김 위원장은 한국 정부의 인도적 지원 제안뿐 아니라 러시아,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지에 거절 의사를 밝히고, 자체 구호 활동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울러 북한 당국은 1만3000명에 이르는 수재민을 평양으로 이동시켜 임시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김 위원장은 이들이 지낼 평양 숙소를 방문해 식사 장소를 둘러보며 어린이들을 스스럼없이 안아주기도 했다. 

과거 재해 발생 당시와 비교했을 때 이번 김 위원장의 행보가 이전과 가장 다른 지점은 그가 물리적 복구와 함께 주민의 일상에 관심을 쏟고 있다는 사실이다. 김 위원장이 전면에 나서 수재민을 챙기는 모습은 만성적인 경제난에 수해까지 덮친 북한의 상황을 고려해 민심을 진정시키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수재민 텐트촌 15곳 식별…축구장 3개 맞먹는 규모
 
김 위원장은 지난 8∼9일 평안북도 의주군 수해지역을 찾아 폭염 속에 천막으로 만든 임시거처에서 지내는 이재민들을 위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0일 전했다 사진연합뉴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8∼9일 평안북도 의주군 수해지역을 찾아 천막으로 만든 임시거처에서 지내는 이재민들을 위로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북한은 지난달 말 평안북도 신의주와 의주군 등 북부 지역에서 발생한 수해 소식을 알리면서도 상세한 피해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한국 쓰레기 언론들이 피해 지역 실종자가 1000명을 넘는다느니, 구조 중 직승기(헬기) 여러 대가 추락한 사실이 정보 당국에 의해 파악됐다느니 하는 날조 자료를 계속 조작하고 있다"며 언성을 높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동시에 주민들을 향해서는 "재해 복구가 단순히 우리들 자신만의 사업이 아닌 심각한 대적 투쟁임을 다시 한번 새겨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이 조성한 수재민 텐트촌 규모가 상당해 수해 피해가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미국의소리(VOA)가 22일 확인한 '플래닛 랩스' 위성사진에 따르면 북한 수재민용 천막 단지는 의주군 일대뿐 아니라 자강도까지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강도 만포시와 성간읍, 전천읍, 초산읍 등 모두 6곳에서 텐트가 포착됐으며, 이전에 의주군 일대에서 발견된 9곳을 더하면 지금까지 식별된 텐트촌은 총 15곳에 달한다. 특히 의주군 일대 천막은 축구장 3개에 맞먹는 크기라는 점에서 피해 수준이 절대 낮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리더십 손상 우려 분위기…주민 불만 높다는 방증"
북한 당국은 인명 피해에 대해 과거 재해 예방 지시를 다시 조명하며 지방 실무진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분위기다. 노동신문은 20일 2면 기사를 통해 "재해 방지 사업을 국가와 인민을 대하는 복무 자세와 관점 문제로, 중대한 정치 사상적 문제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며 "일부 지역과 단위들에서는 패배주의에 빠져 불평·불만을 하면서 재해 방지 능력 강화를 위한 사업을 형식주의적으로, 요령주의적으로 진행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통일부 당국자는 같은 날 해당 보도에 대해 "재해 방지를 정치사상으로 강조한 게 눈에 띈다"며 "(보도는) 최고지도자는 여러 차례 예방을 강조했는데도 실무자들이 요령을 부리면서 해태했다, 책임 있다고 전가하는 내용"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북한 당국은) 리더십 손상을 우려하고 있는 분위기"라며 "북한의 피해가 크고, 주민의 불만이 높다는 방증이 아닌가 싶다"고 평가했다.
 
심각한 수해 피해 탓 '통일 독트린' 무대응 해석
한편 북한이 윤석열 정부의 새로운 통일 구상인 '8·15 통일 독트린'에 아직 묵묵부답인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북한의 수해가 예상보다 심각할 것이란 주장이 제기된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 북한 대내외 매체는 발표 일주일이 흐른 현재까지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2년 광복절에 '담대한 구상'을 내놓자 나흘 뒤 전면 거부 의사를 밝힌 것과는 사뭇 다른 태도다. 이는 최고지도자가 연일 민심 다독이기에 나서 불만을 잠재우는 것이 우선순위라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 역시 '수해 피해가 심각하기 때문에 북한이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이냐'는 취지의 질문에 "(북한 수해 피해와) 관련해 여러 가지 민생 어려움이 가중될 여지가 있고, 그런 상황들이 북한의 반응 또는 태도에 일정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단정하지 않고 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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