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인선의 중국보고] 틱토커부터 서울시장까지…한중 관계 활력 불어넣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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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배인선 특파원
입력 2024-08-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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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중수교 32주년…대중 수출·투자 하락세

  • 지정학적 갈등 속 한·중 경제 역학구도 재편

  • 민간·지방 등 각급 채널 교류 활성화되길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 악수하는 윤석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왼쪽)와 악수하는 윤석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지번유리(基本祐利)’라고 들어 봤어?” 최근 한 중국인 지인이 기자에게 물었다. 요새 더우인(틱톡의 중국 버전)에서 가장 유명한 한국인 틱토커라고 했다. 

중국 난징대학교에서 유학 중인 그는 지난해 9월부터 더우인 계정을 시작했는데, 1년도 채 안된 사이에 팔로어 수만 600만명을 돌파했다. 웬만한 유명 연예인 팔로어 수보다 많다. 

초급 중국어 실력으로 중국에서 생활하면서 겪는 재밌는 짤막한 동영상(쇼츠)을 더우인에 올린 게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중국 마사지숍에 갔다가 안마사가 말한 ‘라선(拉伸, 스트레칭)’을 ‘라스(拉屎, 대변을 보다)’로 잘못 알아듣고 갸우뚱한 표정으로 딴소리를 하는 모습에서 웃음이 절로 터져 나온다. 특히 중국인과 직접 부딪치며 문화 언어적 차이와 소통을 극복해 나가는 모습이 중국인의 한국인에 대한 호감도를 높였다고 한다. “중국에서 당신처럼 환영받은 한국인은 없다”는 중국인의 댓글이 달릴 정도다. 지번유리와는 반대로 한국 생활에서 겪는 좌충우돌 영상을 더우인에 올리는 ‘위춘샤오류(愚蠢小劉)’ 같은 틱토커도 인기몰이 중이다. 

한반도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갈등과 코로나 팬데믹으로 한·중 간 국민 감정이 악화하는 데 대한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지번유리나 위춘샤오류 같은 틱토커가 한·중 문화 가교 역할을 하는 셈이다. 

최근엔 코로나 팬데믹으로 끊겼던 한·중 청년교류 사업이 5년 만에 재개됐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려왔다. 한·중 청년 교류는 양국 정부가 한·중 청년들의 상호 이해 제고와 우호 증진을 위해 2009년부터 시작한 사업이다. 한·중 관계의 복잡성 속에서도 이러한 민간, 특히 청년 차원의 민간 교류는 양국 관계를 안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통계로 본 한중수교 32주년
통계로 본 한·중수교 32주년

오는 24일로 한·중 관계는 수교 32주년을 맞는다. 하지만 한·중 관계가 역대 ‘최악’ 수준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경제 통계 수치만 보면 암울하다. 

관세청에 따르면 한국 전체 수출에서 대(對)중국 수출 점유율이 2020년 25.9%에서 2023년 19.7%로 추락했다. 같은 기간 대미국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14.5%에서 18.3%로 증가한 것과 비교된다. 20년간 중국이 고수했던 우리나라 최대 수출국 자리는 지난해 12월부터 미국과 엎치락뒤치락 자리 싸움을 벌이고 있다.

2023년 한국의 대중국 외국인직접투자(FDI)도 2022년 수준의 약 5분의1로 크게 감소한 반면, 대미 FDI는 2020년 대비 갑절 가까이 급증했다. 2023년 한국의 대미 투자는 대중 투자보다 무려 15배 더 많았다. 지난해 중국은 1992년 이후 처음으로 한국의 해외 FDI 상위 5개국에서도 빠졌다. 

한반도 사드 갈등, 미·중 무역전쟁, 코로나 팬데믹으로 촉발된 글로벌 공급망 위기 등으로 한·중 간 경제 역학구도가 재편된 결과로 볼 수 있다. 게다가 중국 경제의 더딘 회복세, 국가안보에 중점을 두는 중국의 각종 규제로 우리나라는 대중국 투자에 신중할 수밖에 없게 됐다.  

미·중 기술 패권 다툼 속 중국이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며 과거 상호 보완성이 강했던 한·중 경제 관계가 상호경쟁적으로 바뀌는 것도 예전과 같은 협력 방식으로는 더 이상 양국 간 경제 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요인이 됐다. 

최근 만난 한 우리나라 재계 관계자도 “중국의 한국 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졌지만, 정작 양국 간 상호 니즈가 서로 다르다”고 말했다. 중국이 투자하길 원하는 바이오·이차전지·반도체 등 분야는 한국이 민감해서 ‘차이나머니’를 꺼리는 반면, 한국이 투자받길 원하는 분야엔 중국이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그간 막혀 있던 양국이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 총리 회담 이후 각급에서 차츰 교류가 물꼬를 트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2011년 이후 중단됐던 한중투자협력위원회나 2015년 이후 사실상 중단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재개 움직임을 보이고, 한·중 외교안보 2+2 대화, 한·중 수출통제대화가 새로 출범한 것도 의미가 있다.  

지난 4월 하오펑 랴오닝성 당서기, 지난 6월 신창싱 장쑤성 당서기, 최근 스머우쥔 간쑤성 부서기 등이 한국을 방문했고 오세훈 서울 시장이 중국을 방문하는 등 지방정부 차원의 교류도 차츰 활성화하는 분위기다. 지난 20일엔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한·중 경협의 핵심 지역인 산둥성도 찾았다. 통상 부문의 차관급 인사로는 8년 만에 산둥성을 방문한 것인 만큼 한·중 간 경제협력에 긍정적 영향을 불어넣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다.

 “(관계가 좀 껄끄러워도) 누군가는 먼저 중국과의 교류를 시작해야 하지 않겠나.” 최근 방중한 한 고위급 인사가 던진 말이다. 틱토커부터 서울시장까지 양국 간 각급에서의 교류 확대 노력이 그간 얼어붙었던 한·중 관계 개선에 활기를 불어넣길 조심스레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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