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원장은 25일 오전 KBS 시사교양 프로그램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앞으로는 은행에 대한 개입을 세게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줄곧 시장 자율성 측면에서 민간 은행 금리 결정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기조를 강조했지만 이 원장이 금리 추세와 관련해 시장 개입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이례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금융당국은 최근 집값 상승 기조와 함께 가계대출 증가세가 가팔라지자 '가계부채와의 전쟁'을 선포했고, 은행들은 부채를 줄이라는 특명에 금리 인상 행렬에 나섰다.
지난 23일 기준으로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하단은 3.81%를 기록해 7월 1일 대비 0.87%포인트 급등했다. 7월 이후 신한은행은 7번이나 주담대 금리를 올렸고, 우리은행은 26일 인상까지 6번 올렸다. 국민은행(5회)과 하나은행·농협은행(2회) 등도 수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그러자 시장에서는 가계부채 관리에 따른 피해를 소비자들만 보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하지만 이 원장은 "은행의 가계대출 금리 상승은 당국이 바란 게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금리를 올리면 돈도 많이 벌고 수요를 누르는 측면이 있어서 쉽다"면서도 "은행이 자율적으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관리나 갭투자 대출 등에 신중한 태도를 취하며 포트폴리오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손쉽게 금리만 올려 가계대출을 관리하는 대응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이 원장은 "은행이 물량 관리나 적절한 미시 관리를 하는 대신 금액(금리)을 올리는 건 잘못된 것"이라며 "적절한 방식으로 은행과 소통해서 이야기하겠지만 과정이 개입으로 비친다면 어쩔 수 없이 저희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금융당국의 인위적인 금리 개입이 커질수록 시장 왜곡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 원장은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정부의 '레고랜드 사태'나 '은행권 상생금융' 등을 언급하며 시장 개입에 대한 당위성을 강조했다. 그는 "명시적인 개입은 두 번 정도"라며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은행채로 자금 쏠림 현상에 대해서는 시스템 위기 특성상 관련 법으로 근거가 있어 개입했다. 이를 통해 시스템 리스크를 예방했다"고 부연했다.
향후 집값 오름세가 계속되는 것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추가 대책을 예고했다. 이 원장은 "단순히 DSR 규제 하나로는 안 된다"며 "오는 9월 이후에도 대출이 증가하는 흐름이 나타나면 지금 하는 것 이상으로 강력하게 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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