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이용자 9억명을 확보한 메신저 앱 텔레그램 최고경영자(CEO)인 파벨 두로프(39)가 24일(현지시간) 프랑스에서 체포된 가운데 러시아가 불편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 텔레그램에 골머리를 앓던 러시아는 프랑스에 두로프 접근을 요청했다가 '퇴짜'를 맞아 양국 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두로프 체포 소식에 프랑스와 러시아 간 긴장 관계가 심화하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러시아 영사가 두로프에 대한 접근권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으나 프랑스 정부가 이를 거절했기 때문이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두로프가 프랑스 국적이라는 점 때문에 요청이 거절당했다고 설명했다. 텔레그램에 따르면 두로프는 아랍에미리트(UAE)와 프랑스 시민권자다.
러시아 출신 인물인 두로프는 형 니콜라이 두로프와 함께 러시아판 페이스북으로 불린 소셜미디어 프콘탁테(VK)와 암호화 메신저 앱 텔레그램을 창설한 사업가다. 두로프는 러시아 정부가 반정부 시위에 참여한 VK 사용자 정보를 달라고 요구하자 이를 거절하고 회사 지분을 매각한 뒤 2014년 러시아를 떠났다.
반면 최근 영국 극우 시위를 촉발한 정보 등 극단적 정보, 가짜뉴스 확산과 범죄 조직 연락망으로 악용되는 오점도 있었다. 러시아 정부 역시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쟁 관련 소식을 전파하기 위해 텔레그램을 사용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러시아 측은 체포된 두로프를 조롱하기도 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안보위원회 부의장은 두로프에 대해 "고국 없이도 잘 사는 세상을 꿈꿨으나 실패했다"며 "그는 계산을 잘못했다. 그는 러시아인이라 다른 서방 국가 눈에는 적으로 보일 것"이라고 평했다.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 소유주인 일론 머스크는 엑스를 통해 프랑스 경찰에 두로프를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텔레그램은 두로프 체포와 관련해 디지털서비스법(DSA) 등 유럽연합(EU) 법을 준수하고 있다며 자사는 메신저가 범죄에 악용되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감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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