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4단독 김유랑 부장판사는 성폭력처벌법상 허위영상물편집·반포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모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허위 영상물 내용은 일반인 입장에서 입에 담기 어려운 역겨운 내용"이라며 "익명성과 편의성을 악용해 수치심이나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한 채 스트레스 풀이용으로 도구화했다"고 꾸짖었다.
유죄를 선고받은 박씨는 2020년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허위 영상물 400여 개를 제작하고 1700여 개를 유포한 혐의로 지난 5월 검찰에 기소됐다.
박씨는 최후 진술에서 "고통받은 피해자들에게 사죄드리고, 현재 합의를 진행 중"이라며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그는 형량을 감형받기 위해 총 9차례에 걸쳐 반성문을 제출하기도 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대 딥페이크 사건은 서울대 출신인 박씨와 강모씨 등이 텔레그램으로 대학 동문 등 여성 수십 명 사진을 음란물과 합성해 제작·유포한 사건으로, 'N번방 사건'과 유사성 때문에 '서울대 N번방' 사건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기소된 이들은 다른 서울대 졸업생 한모씨 등 총 4명이며 모두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받고 있다.
해당 사건은 지난 1월 한 언론 보도로 세상에 알려졌다. 보도 당시 피해자는 최소 12명이고, 피의자·피해자가 전부 서울대 출신이라는 사실이 확인되며 사회에 충격을 줬다.
법원은 이날 판결로 딥페이크 범죄에 대한 엄벌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딥페이크 범죄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엄벌하기 위해선 딥페이크 처벌법 자체를 손질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국회가 N번방 사건을 계기로 2020년 6월 딥페이크 처벌법(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을 만들었지만 날로 지능화하는 딥페이크 범죄를 막기에는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해당법은 허위 영상물을 편집·합성, 가공한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지만 실제 법정에서는 범죄 전력, 연령, 반성 여부 등을 고려해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사례가 적지 않아 문제로 지적된다.
여기에 더해 법관이 형을 정할 때 참고하는 대법원 양형 기준 자체도 손질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도 N번방 사건을 계기로 2020년 기존 디지털 성범죄 양형 기준을 세분화해 허위영상물(딥페이크 영상물 등) 반포 범죄와 촬영물 등을 이용한 협박·강요 범죄 등을 추가했다.
하지만 허위영상물을 반포했을 때 기본 형량이 징역 6월~1년 6월, 가중돼도 10월~2년 6월에 그쳐 심각성에 비해 양형 기준이 낮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심신미약, 진지한 반성, 형사 처벌 전력 없음, 상당한 피해 회복(공탁 포함) 등 감경 요소까지 반영하면 양형 수위는 더 낮아지기에 이제라도 양형 기준을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