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확대되면서 투자권유대행인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 조만간 사라질 직업 중 하나라는 얘기도 나온다.
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20개 증권사 투자권유대행인은 9559명으로 집계됐다. △2019년 1만2664명 △2020년 1만1714명 △2021년 1만1719명 △2022년 1만540명 △2023년 8704명 등 최근 5년간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상반기 증시 상황이 나아지면서 투자권유대행인 수는 다시 늘었지만 하반기 감소 추세를 이어가며 올해 역시 전년 대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투자권유대행인은 증권사와 1년 단위 위탁계약을 맺고 일정 보수를 받는 영업전문직이다. 2009년에 도입된 제도로 금투협이 주관하는 시험과 교육을 거쳐 선발된다. 고정급여가 없고 계약 건수에 따라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영업능력에 따라 보수는 천차만별이다.
최근 인공지능(AI) 도입 등 디지털 경영 강화를 추진하는 증권사가 늘면서 온라인 채널을 통한 리테일 영업이 일반화됐다. 이와 함께 투자권유대행인 수요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투자권유대행인 규모가 가장 큰 삼성증권은 2022년까지 4600명을 웃돌다가 지난해 2858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올 상반기도 2844명으로 큰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다른 증권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중소형사인 DB금융투자는 2021년까지 투자권유대행인을 2142명 고용했지만 2022년 895명, 2023년 907명으로 줄어들었다. 올 상반기는 582명으로 3년 전보다 4분의 1수준으로 급감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투자권유대행인을 현재보다 더 늘릴 계획은 없다”며 “대다수 증권사가 리테일 영업보다 디지털 인력 또는 수익 비중이 높은 기업금융(IB) 인력을 충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 투자권유대행인이 설 자리가 점차 사라지고 있지만 본사 리테일 영업을 보조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활용 방안을 내놓는 증권사도 있다.
삼성증권은 2022년 3월 디지털 투자권유대행인 제도를 도입했다. 디지털 투자권유대행인은 비대면·온라인 계좌개설을 통해 고객을 유치하고, 삼성증권이 제공하는 디지털 서비스 등을 활용해 영업활동을 펼친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디지털 투자권유대행인은 비대면 트렌드 확산에 따라 고객과 투자권유대행인의 니즈와 삼성증권 영업 네트워크 확대를 동시에 충족하는 주요 채널”이라며 “투자권유대행인이 고객을 유치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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