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슈퍼를 다 돌아도 쌀이 없다. 쌀은커녕 현미도 없다"
도쿄 메구로구에 거주하는 50대 여성 A씨는 28일, 집 근처 크고 작은 마트 5곳을 둘러봤지만 쌀 코너 진열대가 텅텅 비었다며 걱정스레 말했다. 29일이면 초강력 10호 태풍 ‘산산’이 규슈에 상륙해 북상할 것으로 전해지면서 고민이 더 크다고 했다.
이러한 상황은 도쿄 뿐 아니라 일본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소셜미디어(SNS) 상에도 "쌀이 없어 밥을 못 짓는다"라는 하소연으로 가득하다.
최근 일본에선 쌀 공급 부족과 쌀 가격 급등으로 일반 가정에서 쌀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가장 큰 이유는 지난해 폭염으로 인한 쌀 공급량 감소다. 반면 물가 상승 속 국수 등 대체 식품에 비해 쌀 가격은 저렴하게 유지되면서 수요도 많았다. 더불어 인바운드(방일 외국인)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업무용 쌀 수요가 늘면서 품귀 현상을 빚었다.
여기에 지난 8일 내려졌던 거대 지진주의보 이후 혹여 닥칠 지진 등 자연재해에 대비해 쌀 사재기 현상이 발생했다. 태풍 '산산'까지 일본 열도를 종단할 가능성이 나오면서 현재 쌀 사재기 현상은 극에 달한 상황이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27일 "쌀 유통 부족 우려에 대응해 원활한 유통에 힘써 달라"고 관련 부처에 지시했다. 일본 농림수산성은 이날, 8월은 재고가 적은 데다 지진과 태풍, 그리고 오봉(추석에 해당하는 일본 명절)으로 인한 유통 침체가 겹치면서 품귀현상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무리 여러 요인이 겹쳤다 해도 이번 사례를 통해 일본의 쌀 정책이 리스크에 취약하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이에 관련해 "인구 감소를 전제로 한 수요 예측으로는 기후변화와 방일 관광객 증가 등에 대응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농림수산성의 쌀 수요 예측은 인구와 1인당 소비량을 기준으로 한다. 그러나 농업정책에 정통한 일본종합연구소의 미와 야스후미 연구원은 현재의 쌀 수요 예측이 기후변화와 비료 수출 규제와 같은 새로운 리스크를 반영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생산자가 감소하는 가운데 실제 공급량이 예측보다 낮아질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당장 쌀이 없어 전국이 떠들썩한데도 일본 정부는 정부 비축미 방출에 소극적이다. 입찰 등의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에 유통되기까지 몇 주가 걸려 즉각적인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게 이유다.
농림수산성은 쌀 유통 부족 현상은 9월에 접어들면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2024년산 쌀은 순조롭게 생육하고 있어 9월을 기점으로 유통량이 회복될 것이라면서 "필요한 만큼만 구입하는 등 차분한 구매 행동을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수도권의 한 대형마트 담당자는 매장 진열량이 기존 수준으로 회복되는 시기는 전 산지의 쌀이 모이는 10월쯤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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