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세계 역직구 시장에서 우리나라는 가격이 아닌 ESG 기준 충족, 물류 효율화 등을 통해 점유율 확보에 나서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무협·KITA)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29일 발간한 '역직구 수출시장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은 2014년 1조 3000억 달러에서 지난해 5조 8000억 달러로 연평균 18.1%의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상거래 활성화로 해외 상품거래가 자유로워지며, 이커머스 플랫폼을 통한 역직구(해외직접판매)도 동반 성장하고 있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이커머스 플랫폼을 통한 역직구 금액은 6719억원에서 1조 6972억원으로 150% 증가하며 유망 수출판로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관련 시장은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로 대표되는 거대한 플랫폼을 보유한 중국이 주도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의 알·테·쉬는 글로벌 소비자들이 '해외직구 시 가장 최근에 이용한 플랫폼' 상위 5개사에 나란히 이름을 올리며, 미국(아마존‧이베이 2개사)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플랫폼을 바탕으로 2023년 중국의 총수출(3조 4000억 달러) 대비 온라인 수출(2585억 달러)의 비중은 7.6%에 달한다.
중국 플랫폼들은 초저가 전략 이외에 각각의 특성에 맞춘 해외진출 전략을 앞세워 성공적으로 생태계를 구축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진출 지역에서의 과감한 투자와 현지 유명상품의 동시 판매를 통해 소비자 인지도를 높였다. 테무는 도소매 판매자를 거치지 않고 제조업체를 직접 소비자에게 연결하는 M2C(제조자 소비자 간 거래) 유통전략을 활용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했다. 쉬인의 경우 패션 상품의 디자인부터 실제 판매까지의 전 과정을 1~2개월 내로 단축하는 '슈퍼 패스트 패션'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보고서는 중국 플랫폼의 공통적 성공요인인 '초저가 전략'이 장기적으로는 기업과 소비자 양측 모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저가 입찰 기업에게만 판매 권한을 부여하는 시스템은 업체간 출혈경쟁을 야기해 기업의 안정적 판로확보를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 또한 제품 안정성에 대한 우려와 함께 환경오염 및 노동착취 가능성이 있는 상품을 구매할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최근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국들은 중국 플랫폼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보고서는 선도기업인 알리익스프레스의 해외시장 투자전략, 테무의 M2C를 통한 유통 단순화 전략을 벤치마킹하되, 한국만의 차별화된 전략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플랫폼 기업의 경우 국내외 물류 생태계 구축으로 물류 효율화를 달성해 소비자 대응력을 강화해야 하고, 판매자의 경우 저가 제품과의 직접 경쟁보다는 ESG 기준을 충족하는 상품을 판매하는 등의 차별화를 통해 주요국들의 규제 강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나율 무협 연구원은 "역직구 판매액의 가파른 증가세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기업들에게 역직구는 매우 효과적인 수출 판로가 되고 있다"면서 "국내 소규모 판매·제조업체가 해외시장에 진출하는데 발판이 되어줄 이커머스 플랫폼 육성을 위해 민관이 함께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