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첫날부터 대량의 공모주를 보유한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이 대거 매도세에 나서며 공모주가 이들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거대 자본으로 수요 예측에 참여해 공모가를 높여 놓고 상장 첫날부터 개인투자자들에게 물량을 떠넘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상반기 신규 상장 종목 29개(SPAC·재상장 제외)의 상장일 시초가 대비 종가 등락률은 평균 -13.18%로 나타났다. 이들 종목의 시초가는 공모가 대비 평균 124.1% 상승했다. 개장과 함께 급등한 뒤 대규모 물량이 출회되며 하락세로 마감한 것이다.
상장 첫날부터 대규모 매도세를 기록한 것은 외국인 투자자들이다. 외국인은 신규 상장 당일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순매도를 기록했다. 기관은 29개 종목 중 HD현대마린솔루션을 제외하고 28개 종목을 상장한 날 순매도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상장 첫날 시초가보다 36.70% 높은 가격에 거래를 마쳤다.
기관은 상장 후 최대 7거래일 연속 매도 우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기관이 지난 6월 28일 상장한 에이치브이엠 주식을 7거래일간 359억원어치 순매도하는 과정에서 주가는 고점 대비 60% 넘게 하락했다. 아이엠비디엑스 역시 7거래일 연속 '팔자'였다.
외국인과 기관이 상장 첫날부터 공모주를 내다 파는 이유는 공모가 자체가 높게 부풀려졌기 때문이다. 상반기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공모가가 희망범위 상단을 초과한 가격에 정해진 업체는 29곳 중 27곳이었다. 나머지 2곳도 희망범위 상단에서 공모가를 확정 지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희망범위 하단에 미치지 못하는 가격에 공모가를 확정한 곳이 33곳 중 6곳, 하단에 결정된 곳이 4곳이었다. 희망범위를 초과한 곳은 8곳으로 전체 중 24% 수준이다. 전체 중 93%가 희망범위를 초과한 올해 상반기 시장 분위기와는 크게 차이가 난다.
공모가가 희망범위를 초과하는 경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강해졌다. 지난해 하반기 신규 상장한 기업은 51곳이며 이 중 33곳이 공모가를 초과했고 이 같은 분위기는 올 상반기까지 이어졌다.
이렇다 보니 개인투자자만 고평가된 가격에 신규 종목 물량을 떠안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개인투자자는 HD현대마린솔루션 외에 28개 종목을 상장 당일 모두 순매수했다. 비싼 값에 사들여 개인투자자끼리 '폭탄 돌리기'를 하다 보니 갓 상장한 기업들 주가는 급등락을 거듭하기도 한다.
조대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종가 기준으로 공모가를 지키지 못한 종목도 증가하는 추세"라며 "이에 공모 희망범위 상단을 초과한 공모가 기준으로 상장일 단기 차익을 노리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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