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이 금융당국의 중징계 가능성에도 보험사 인수를 강행하고 있다. 현행법상 기관 제재가 영향을 미치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신 자회사 편입 심사를 통과하면 된다는 계산에서다. 다만 당국은 지주사 전반적인 경영 상태를 살펴본다는 방침이어서 전임 회장의 부당대출 관련 중징계 시 악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전날 임시 이사회를 열고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 안건을 결의한 후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총 인수가액은 1조5493억원이다. 기존 최대주주인 중국 다자보험그룹 측에서 동양·ABL생명 지분을 각각 75.34%, 100% 넘겨받는 게 핵심이다.
다만 두 보험사를 최종 인수하기까지는 아직 금융당국 승인 절차가 남아 있다. 금융사지배구조법에 따라 다른 금융사 최대주주가 되기 위해서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아야 하지만 금융지주는 자회사 편입 심사를 진행하게 된다.
이는 금융위원회 승인을 얻은 금융기관은 금융지주회사법상 대주주 기준을 갖춘 것으로 본다는 특례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면제받게 되는 셈이다.
향후 당국은 자회사 편입 심사 절차에 따라 우리금융에 대해 △사업 계획 △재무 상태 △경영관리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들여다볼 예정이다. 문제는 당국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에 대한 강한 제재를 시사하고 있다는 데 있다.
금융감독원은 부당대출 관련 검사 대상 기간 확대를 고려하고 있다. 기존 검사 기간은 2020년부터 올해 6월까지였지만 손 전 회장이 이전부터 우리은행 행장을 지내온 점을 반영해 2018년으로 검사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지난 25일 부당대출과 관련해 “법상 할 수 있는 권한에서 최대한 가동해 검사와 제재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대상이 누가 될지 모르지만 보고를 제때 안 한 거는 명확하게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제재 부담에도 우리금융이 보험사 인수를 강행하는 건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아닌 자회사 편입 심사를 통과하면 된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심사가 순탄하지 않을 수 있지만 법적 리스크는 없다고 본 것이다.
자회사 편입 절차와 달리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최근 1년간 기관경고 조치 또는 최근 3년간 시정명령이나 중지명령, 업무정지 이상 조치를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현재 부당대출로 기관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높은 우리금융이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자회사 편입 심사 역시 동양·ABL생명 인수가 미승인될 가능성은 여전하다. 당국은 자회사를 편입할 금융지주에 대해 전반적인 경영 상태를 살펴볼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에 경영 상태를 알 수 있는 중징계를 받게 되면 보험사 인수 관련 당국 심사에서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심사를 할 때 자회사를 편입할 지주사의 재무나 경영관리 상태를 전반적으로 다 보고 판단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기관 제재 같은 부분의 영향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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