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 중인 동해 유전·가스전 개발 사업인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두고 지질학 전문가들이 실제 석유 탐사가 유망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김기범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29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세계지질과학총회(IGC 2024) '동해 울릉분지 탐사' 특별 심포지엄에서 "울릉분지는 남쪽 부분이 비화산성 수동형 대륙주변부이고 근원암이 성숙해 석유 개발에 유리한 곳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국석유공사 의뢰로 세계 심해 유전의 지질 특성과 동해 울릉분지를 비교한 결과 가이아나 유전이 발견된 수리남 가이아나 분지, 레비아탄 가스전이 있는 이스라엘 인근 레반트 분지와 동일한 ‘수동형 대륙 주변부'로 나타났다며 이같이 밝혔다.
울릉분지 개발 구역과 관련해선 "단층이 발달하지 않은 북쪽보다는 남쪽이 개발 유망성이 높다"고 했다. 이어 "석유가 이동하는 경로와 덮개암 완전성은 아직 확인되지 않아 추가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덮개암은 저류층을 덮어 석유·가스가 빠져나오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한다.
유인창 경북대 지질학과 명예교수도 "울릉분지에 석유·가스가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외 탐사 사업을 살펴본 결과 저류층이 얇거나 없을 때, 질이 낮았을 때 사업이 실패했다"면서 "올 연말에 시추 앞둔 대왕고래 프로젝트 성공은 저류층 질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심포지엄에 참석한 도릭 스토우 영국 헤리엇와트대 교수 역시 "저류층이 존재하는지를 알아야만 석유·가스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성공하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방선택 SK어스온 테크센터장(부사장) "국내에서 유전이 확인되면 일자리 창출 등 막대한 이익을 거둘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SK가 자원개발 성과를 낸 것은) 선대 회장이 심해 탐사에 실패를 묻지 말라며 계속 도전할 수 있게 해준 덕분"이라면서 대왕고래 사업도 단기적인 결과에 연연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곽원준 한국석유공사 E&P·에너지사업본부장은 "그간 심해 탐사는 한두 번 실패하면 지원을 중단하곤 했는데, 석유는 찾을 때까지 탐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대왕고래도) 첫 시추 성패로 성과를 따지지 말고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동해 울릉분지 일대 심해에 최대 140억 배럴에 달하는 석유·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보고 있다. 정현영 석유공사 국내사업개발처장은 이날 심포지엄에서 "동해 심해 지역에서 7개 유망 구조를 도출했고, 탐사 자원량은 35억~140억 배럴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이어 "1공 시추를 올해 12월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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