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송천의 디지털 산책] 인터넷 통제권은 여전히 이곳이 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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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입력 2024-09-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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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중국이 첨단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미국이 모든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표제의 보도가 종종 등장한다. 미국이 첨단 반도체를 비롯하여 이제는 소프트웨어까지 대중국 수출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군사적 이유가 가장 크다. 그다음은 산업적 및 기술적 이유다. 그런데 그런 보도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규제의 주체가 미국 국방부나 국가안보부가 아니고 상무부라는 사실이다. 왜 상무부일까. 대중국 규제의 내용을 보면 미국 하원 세입소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미국 상무부 장관이 “중국이 첨단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필요한 조치를 하고 있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하원 세입위원회란 어떤 곳인가. 미국의 대외 공급 사슬 관리를 포함한 무역정책 및 자유무역협정 등 통상정책과 과세 정책을 담당하는 핵심 위원회로 규정되어 있다.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은 ‘대외 공급 사슬’이란 단어다. 공급 사슬 업무는 본질적으로 원래 상무부 업무에 해당한다. 공급 사슬 관리 목적으로 미국이 반도체 지원금을 지원하는 국가 수는 중국을 제외한 `무려 11개로 파악된다. 아시아에서는 우리나라는 물론 대만, 일본, 말레이시아에 이어 베트남까지도 포함된다. 중국의 산업 첨단화를 규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국제사회에 지원하는 것이기에 중국이 제외되는 것은 당연했다. 이 반도체 지원 정책이 의회에서는 하원 세입위원회 소관이며 정부 부처로는 다름아닌 상무부 소관이다.  

그렇다면 미국 상무부는 무엇을 하는 곳일까. 알기 쉽게 결론부터 말하면 세계 인터넷에 대한 통제권을 갖고 있는 막강한 미국의 정부 부처다. 조금 의아해 할 사람들도 있겠으나 전후 사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렇다. 상무부 홈 페이지를 보면 상무부의 역할은 '모든 공동체를 위해 경제적 성장과 기회를 추구하기 위한 조건들을 조성해준다'로 명시되어 있다. 또한 미국의 경쟁 우위를 도모하기 위한 혁신과 발명, 창조를 주도하고, 예를 들면 양자 컴퓨팅 기술과 인공지능(AI) 같은 첨단 분야를 주도할 뿐만 아니라 데이터 경제까지도 주도하는 주체로 정의되어 있다. 디지털 및 데이터부를 정부 부처로 따로 두고 있는 영국 같은 나라와는 달리 미국은 상무부가 디지털과 데이터 쪽까지 관장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증의 핵심은 단연 인터넷이다. 그걸 상무부가 직접 관장한다는 뜻이다. 많은 이들은 인터넷은 국제 공유재로 생각한다. 주인도 없이 마음껏 자유자재로 쓰게끔 누구에 의해선가 허용되어 있다고 추측한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답은 아니다. 인터넷의 실권자는 1978년 이후로는 미국 상무부다. 지금도 여전히 그러하여 인터넷의 총체적 관할권은 전적으로 미국 상무부에 의존하고 있다. 상무부 내 관할 기구의 정확한 명칭은 국가 원격통신 및 정보 관리청이다. 이 기구는 국가 정부통신 정책 일체에 관해 대통령을 직접 자문하는 기구로 되어 있다.

인터넷이 탄생한 것은 1969년 10월이다. 그 당시는 미국 국방부가 인터넷의 주인이었다. 지금은 인터넷 사용자 수가 55억명에 이르고 있지만 1995년 기준으로 인터넷 사용자 수는 불과 1000만명 수준이었다. 1970년부터 1977년까지는 인터넷 사용자 수가 수십만 명으로 미국 국방부가 관할하다가 인터넷이 주로 학계 쪽에서 교수와 대학원생 위주로 사용되면서 관할권이 미국과학재단으로 넘어갔고 1980년대로 향하면서 인터넷 사용자 수가 수백만 명으로 늘어났다. 그러다 인터넷 인구가 1억명을 처음으로 돌파한 1998년 미국은 ICANN이라는 인터넷 주소 관리 목적의 비영리기구를 설립한다. 지금은 ICANN이 미국 정부에 의존하지 않는 형태의 독립 국제 기구로서 작동하고 있기는 하나 지금도 ICANN 본부가 미국에 위치하고 있는 만큼 미국의 입김이 여전히 강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 구조로 되어 있다는 점은 결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한다면 미국 상무부가 인터넷 최상위 관리 권한을 여전히 쥐고 있다고 봐도 무방한 것이다. 전 세계 인터넷은 총 13개의 최상위 루트 서버로 관리된다. 일본에 1개, 네덜란드에 1개, 스웨덴에 1개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10개는 전부 미국 본토에 위치해 있다. 이는 두말할 나위 없이 인터넷에서 미국의 절대적 위상을 잘 대변해주는 것이다. 인터넷상에서 벌어지는 일거수일투족을 미국은 한눈에 다 내려다보듯 샅샅이 알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이해하면 된다.

코소보 사태 때나 리비아의 철권 독재자 카다피를 제거할 때, 빈 라덴 참수 작전 시 미국이 작전을 펼치기 전에 적국 내 인터넷 접속 기능을 사전에 차단한 다음 공격을 감행한 것을 보면 미국의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과거 북한의 인터넷을 일주일간 차단한 일도 널리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미국의 영향력이 아니고서는 벌어지기 힘든 일이다. 따라서 오늘날에도 인터넷에 대한 통제권은 미국 상무부가 갖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마치 유엔과 IMF 및 세계은행의 실권을 미국이 갖고 있듯이. 그러나 인터넷에 대한 통제를 미국이 자의적으로 하기에는 국제사회의 눈이 매섭다는 점도 미국은 잘 알고 있다. 또한 미국이 인터넷 통제권을 비합리적으로 행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저버리기도 힘들다. 그러므로 미국은 인터넷 통제권을 사용하는 데 있어서 국제사회의 눈치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반도체나 소프트웨어 수출 규제를 통해 적국을 견제하고자 하는 뜻은 실은 국가 안보에 있다. 미국산 반도체나 소프트웨어를 적국이 상업용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자칫하면 군사적으로도 미국 공격에 전용될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이다. 미국이 축적한 방대한 자료를 학습한 생성AI 기술로 제작한 생화학 무기류를 동원한 공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무부는 중국이 첨단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여태까지는 반도체에서만 대중국 수출을 엄격하게 통제해 왔지 오픈AI나 구글이 개발한 AI 모델에 대해선 따로 대외 수출 규제를 전혀 하지 않았다. 앞으로는 챗GTP 같은 AI 소프트웨어도 규제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로이터 2024년 5월 9일자).

그러고 보면 인터넷은 미국 국방부가 개발을 거쳐 탄생시킨 뒤 상무부가 유지·운영 중인 미국의 성공 작품이다. 위성항법장치 GPS 또한 마찬가지로 미국 우주항공국 NASA가 개발하여 민간 기업에 넘긴 기술로 성공 사례다. 개인적으로나 기업 운영을 위해 인터넷이, 또 자동차 항공기 선박 등에서 GPS가 전 세계적으로 편리하고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면밀히 알고 보면 인터넷은 미국 고위공무원 두 명이 탄생시킨 것이다. 인터넷의 역사를 문헌상에서 보면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UCLA 교수인 레오나드 클라인록 교수가 인터넷의 창시자로 등장한다. 학문적으로 보면 맞지만 인터넷이라는 개념을 원래 처음 착안한 사람은 미국 국방부 공무원 두 사람이었다. 대학에서 연구를 발의해서 연구비가 지원된 케이스가 아니라 정반대로 그 둘이 1966년 연구개발을 발의해 대학에 연구비를 제공한 끝에 3년 뒤인 1969년에 나온 게 인터넷이다. 그 공무원 이름은 조셉 릭라이더 그리고 로버트 테일러. 1969년 10월까지는 이 둘이 세계 문명을 바꿀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이 둘은 나중에 MIT 등에서 대학교수 생활을 하며 인터넷 개발 당시를 회고했다. 지금도 그런 동영상을 쉽게 검색해 볼 수 있다. 요즘 젊은이들이 짧은 영상에 매료되어 버스나 지하철에서 보고 있는데 인터넷 개발 주역의 인터뷰 영상을 한 번쯤은 봐야 하지 않을까. 인류의 선조들이 왜 언제 어떻게 인터넷 같은 것을 만들 수 있었는지 더욱이 그런 편리한 기술이 새로운 기술 개발 도전을 시도하는 학자나 수익을 도모하는 기업인의 머릿속에서 나온 것이 결코 아니라 공직자 머릿속에서 나왔다는 것에 대하여 깨달음이 있을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우리 공무원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세계 역사상에 상기 두 사람처럼 큰 족적을 남긴 자가 있는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각종 사건·사고를 처리하는 일에 공직 생활이 지나가고 있는가 아니면 인터넷 같은 꿈을 실현하기 위해 도전하고 있는가. 충격적이고도 신선한 해법을 동원하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행정망 마비 같은 문제도 해결 가능하건만 새로운 시도조차 해보지도 않은 채 사회 전반에 걸쳐 문제는 여전히 진행형 아닌가. 업계의 단순 땜질 처방을 통한 유지보수를 벗어나지 못하는 형국을 보면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인터넷은 탄생시키는 데 들어 간 돈은 3년간 불과 10억원. 지금으로 환산하면 500억원 이하 수준이다. 국내 정치권에서 수조 원을 허투루 소모하는 것을 감안하면 무척 대조적이다. 개혁이 더딘 것은 생각이 짧은 탓이지 예산 규모 문제가 결코 아닌 것이다.



문송천 필자 이력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미국 일리노이대(어바나 샴페인) 전산학 박사 ▷유럽IT학회 아시아 대표이사 ▷대한적십자사 친선홍보대사 ▷카이스트·케임브리지대·에든버러대 전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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