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빚이 쌓이고 있는 와중에 2년 연속 수십조원 규모의 대규모 세수 결손이 예상되는 만큼 건전 재정 기조를 이어가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재정 건전성 강화를 위해 3년 연속 20조원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에 나섰다. 올해 구조조정 규모는 24조원이다. 부처 간 벽을 허물고 사업별 연계를 강화하는 협업 예산도 강조했다.
다만 지출이 줄면서 재정의 경기 마중물 역할은 사라졌다. 대표적인 내수 예산인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주요 항목 중 나 홀로 삭감됐다. 가장 큰 폭으로 오른 연구개발(R&D) 예산도 올해 감축 기조를 고려하면 사실상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최근 경기 상황에 걸맞지 않은 판단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은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내수는 여전히 얼어붙은 상황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은행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0.1%포인트 낮춘 2.5%·2.4%로 예측한 핵심 원인도 내수 부진이다.
정부는 민간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의 활력은 민간이 중심이 되고 정부는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가계와 기업은 고금리 여파에 이자 갚기에도 벅차다. 장기화된 고금리에 빚은 쌓일 대로 쌓였다. 당장 기준금리를 내려도 내수 회복에는 큰 도움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곳간 지기 역할을 해야 할 정부가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는 건 이해되지 않는 바 아니다. 하지만 수입이 빠듯하다고 지출을 무작정 줄이면 언젠가는 탈이 나기 마련이다. 민간의 힘이 부족할 때 그나마 여력 있는 정부가 적절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조금은 더 공감이 가는 시점이다. 조만간 국회에 송부될 예산안에 대한 적절한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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