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정·재계에 따르면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윤 대통령의 체코 순방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등 5대 그룹 회장단이 동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대통령 경제순방에 5대 그룹이 모두 참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5대 그룹 외에도 신규 원전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관계 기업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등도 동행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국내 주요 기업이 총출동하는 이유는 체코가 중국을 견제할 미·EU(유럽연합) 연대의 핵심지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첨단 산업에서 미·중 패권 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여러 국지전으로 글로벌 공급망 위기가 부상하면서 유럽 가운데서도 특히 질 좋은 노동력, 저렴한 인건비, 지정학적 우수성 등을 갖춘 체코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재계 관계자는 "체코는 냉전시대 동유럽 전자 산업의 중심지로 값싸고 질 좋은 노동력, 탄탄한 제조업 기술, 근면한 국민성 등을 갖췄다"면서 "최근 체코 정부가 고부가가치 산업에 적극적인 인센티브 정책을 펼치고 있어 ICT·첨단제조·바이오 등에 강점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투자를 늘리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또 "지리적으로도 유럽 중심부라 앞으로 안정적인 글로벌 공급망을 위한 미·유럽 연대의 핵심 축으로 기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삼성전자, SK그룹 등과 협력할 가능성이 나온다. 체코는 첨단 제조 기술력은 약하지만 오픈소스 반도체 아키텍처 같은 설계 분야 밸류체인을 갖췄고, 노동력이 풍부해 첨단 패키징 분야에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유럽은 구글, 엔비디아, 애플 등 첨단 칩고객사는 없지만 자동차용 반도체 분야에 강점을 가진 기업이 많다"면서 "전기차, 자율주행, 배터리, AI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등 분야에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친환경 차량과 수소경제 활성화 기회를 모색한다. 정 회장은 이번 방문에서 글로벌 핵심 생산 거점인 체코 노쇼비체 공장을 둘러보고 유럽 중장기 전략을 검토한다. 연간 33만~34만대를 생산하는 이 공장은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주요 유럽 국가의 친환경 기준을 만족시키는 한편 전기차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정 회장은 2030년까지 이 공장에서 전기차 생산 비중을 70%로 늘릴 계획이다. 또 체코는 연간 10만톤의 수소생산국가로, 2033년 탈석탄 정책 추진을 위해 수소 생산설비를 40여 개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해 향후 협력이 기대된다.
탄소중립과 에너지 위기에 따른 배터리 공급망 구축 논의도 예상된다. LG그룹은 체코와 이차전지 공장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체코는 2030년까지 전기차 최대 50만대 보급을 내세우며 글로벌 기업들에 투자를 요청해 왔다. 구 회장이 직접 방문하는 만큼 LG에너지솔루션 이차전지 공장 설립 논의가 진행될 수 있다. 이 밖에 두산은 약 24조원에 달하는 원전 수주의 주역으로서 추가 협력에 나설 것으로, 한화는 신재생에너지 분야 등에서 시너지 창출을 모색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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