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정희수 하나금융연구소장 "가계부채 문제, 공급 확대가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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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영 기자
입력 2024-09-0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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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담대 증가세, 물량 부족 우려 탓…주택값 상승 기대감 낮춰야"

  • "저출산 고령화, 韓경제 가장 큰 문제…경제 패러다임 변화 필요"

  • "美 9월 '빅컷' 가능성도…2026년엔 美 3.0%·韓 2.0% 도달 전망"

사진유대길 기자
정희수 하나금융연구소장이 최근 아주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면서 "가계대출 증가세를 막기 위해서는 장단기 공급을 확대해 주택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낮춰야 한다"며 "현시점에서는 주택 공급 부족을 해소하는 길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진=유대길 기자]


"최근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는 서울 강남과 수도권 등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고, 장기적으로 공급 물량이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감에 기인한 것입니다. 장단기 공급을 확대해 주택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낮춰야 합니다."

정희수 하나금융연구소장은 최근 아주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면서 "과거에는 자가, 전세, 월세 등 주택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었으나 전세대란 등 주거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공급 부족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고 이같이 말했다.
 
"공급 부족 해소가 먼저···수요 억제는 DSR·LTV로"

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8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725조3642억원으로, 7월 말(715조7383억원)보다 9조6259억원 불었다. 이는 5대 은행에서 확인할 수 있는 2016년 1월 이후 시계열 가운데 가장 큰 월간 증가 폭이다.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포함) 잔액(568조6616억원)도 7월 말(559조7501억원)보다 8조9115억원 늘었다. 역시 2016년 이후 최대 월간 증가 규모다.

정 소장은 "이론적으로 가계부채 증가는 원리금 상환 부담 증가를 통해 가처분소득이 줄어들어 소비 위축을 가져온다"며 "기업 등 생산적인 분야로 자금이 흘러가야 하는데 부동산에 자금이 묶이는 결과를 초래하고, 국가 차원에서는 자원 배분의 비효율성이 증가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되면 내수 부진, 기업 투자 감소가 연쇄작용으로 일어나 경제성장에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당장 가계부채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는 "현시점에서는 주택 공급 부족을 해소하는 길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정 소장은 "주택 수요 증가에 대비해 주택 공급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며 "필요시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담보인정비율(LTV) 등 비율 규제를 통해 수요를 억제하는 정책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저출산·고령화=저성장 장기화···이민정책 받아들여야"

한국 경제 위기 요인으로는 가계부채와 수도권에 집중된 부동산, 과도한 주거비 부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지만 이는 단기적 요인에 불과하다고 봤다. 가장 고질적인 문제는 저출산·고령화와 이로 인한 저성장 장기화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시기별 경제성장률은 △2000~2010년 4~5%대 △2021~2020년 3~4% △2021년 이후 2~3%대로 점차 낮아지고 있는데 그 원인을 한국 경제구조가 늙어간 데서 찾았다.

정 소장은 "저출산·고령화는 지금부터 대책을 마련하더라도 5~10년 후에나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타이밍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경제가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경제 패러다임의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예시로 제시한 해결책이 이민 정책이다. 그는 "영국은 50년, 미국은 15년 만에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에 도달했으나 우리는 단 7년 만에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국과 유럽이 오랜 기간 초고령사회를 막을 수 있었던 방법은 적극적인 이민 정책이었지만 단일민족 성향이 강한 우리나라는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인력은 단순히 인력난 완화 수단으로 이용하기보다 장기적인 인구구조 변화와 고용 상황,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종합적인 시각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사진유대길 기자
[사진=유대길 기자]
 
"美 9월·韓 10월 금리 인하···2026년 금리 차 100bp"

세계 경제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고물가 충격에서 벗어나면서 주요국 중앙은행의 관심은 이제 인플레이션에서 고용으로 바뀌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개최된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에서 직접적으로 "통화정책을 조정할 시기가 도래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정 소장은 "미국에서는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인플레이션과 함께 고용지표를 중요시한다"며 "최근 고용지표 악화로 미국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면서 9월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빅 컷'(50bp 금리 인하·1bp=0.01%포인트)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연준이 9월 금리 인하를 시작으로 올해 총 2회, 2026년 말까지 225bp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렇게 되면 현재 5.25%인 미국 기준금리는 2년 뒤 3.0%까지 떨어지게 된다.

문제는 한국은행이다. 인플레이션이 안정되고 내수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금리 인하가 절실한 상황이지만 가계부채 급증 등 금융 안정에 중점을 두면서 다른 국가들에 비해 선제적으로 금리 인하를 단행할 여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정 소장은 "한·미 금리 차가 확대되면 환율 급등이 예상되기 때문에 한국은행은 미국 금리 인하 시점을 확인한 뒤 10월에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며 "장기적으로는 2026년까지 150bp를 인하해 기준금리가 2.0%에 도달하게 되면 2년 뒤 한·미 금리 차는 200bp에서 100bp로 줄어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코스피 박스피 이유? 내수 회복이 최대 관건"

금리 인하가 확실시되는 상황이지만 국내 증시는 좀처럼 박스권 흐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는 국내 증시가 부진한 이유를 내수 위축으로 보고 있다. 정 소장은 "국내 증시는 내수 회복이 최대 관건"이라며 "한국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상장사 실적이 회복되지 않을 뿐 아니라 미국과 동조화 현상도 심해지면서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을 예로 들며 "일본 내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일본 증시에 외국인 자금이 유입됐고, 때마침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가동하면서 주식시장이 호조를 보였다"면서 "초엔저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수출이 좋아졌을 뿐 아니라 실질임금 상승으로 내수 회복세가 이어지는 등 경제 펀더멘털이 받쳐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코스피가 2500~3000에 갇혀 있는 사이 일본 닛케이는 지난 2월 34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데 이어 3월엔 사상 처음으로 4만선을 넘어섰다. 닛케이도 8월 초 '블랙 먼데이' 영향을 피할 순 없었지만 이후 회복해 현재는 다시 3만8000 후반대까지 올라선 상태다.

그는 "한국은 일본과 달리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글로벌 긴축 정책에 동참하면서 시중 유동성이 축소되고 개인들의 미국 주식 투자 붐으로 국내 증시가 외면받았다"면서도 "하반기에는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 증시도 회복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환율 흐름에 대해선 "원화가 기축통화가 아니기 때문에 글로벌 달러화 가치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중기적으로 원·달러 환율은 1200원 후반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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