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증권사들이 실적 악화의 주범이었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에 다시 뛰어들고 있다. 대규모 충당금을 쌓으며 이미 손실을 털어냈고 금리 인하 분위기가 고조되며 부동산 PF에 대한 수요가 늘자 재진입하는 분위기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키움증권은 ‘목동 옛 KT부지 개발사업’에 6100억원을 단독 투자했다. 서울시에서 작년 10월 통과시킨 신축사업 건축계획안이다. 서울 양천구 목동 924 일원에 지하 6층~지상 48층 3개 동이며 주거형 오피스텔 658실과 근린생활시설을 짓는다. 이번 투자를 통해 기존에 있던 KT전산센터는 철거될 예정이다.
키움증권 투자건은 내년에 본 PF로 전환될 계획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키움증권이 대형 시공사가 참여하는 우량 PF 사업장을 발굴하고, 딜을 성사시키는 역량을 보여줬다고 평가하고 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최근 15년간 신축 공급이 전무했던 목동 중심에 전용 34평 이상이 신축으로 공급되는 알짜 사업”이라며 “추진력과 딜을 선별해내는 역량이 조합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목동 옛 KT 부지 개발사업’ 외에도 송도 국제화복합단지, 신길 5단지 지역주택조합 PF 등에 참여했다.
키움증권의 올 2분기 구조화·PF 수익은 474억원에 달했다. 전년 동기(186억원) 대비 2.5배 이상 늘었다. 반면 자기자본 대비 우발부채 비중은 41.8%로 전 분기보다 7.2%포인트 낮아졌으며 부동산 PF 우발부채도 1조4000억원으로 1분기보다 1400억원 줄어들었다.
아울러 본 PF 비중이 71%, 그중 선순위 비율이 93%에 달해 우량 PF 딜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개인투자자 점유율을 앞세운 리테일 중심의 키움증권이 부동산 PF에 대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연초 선임된 엄주성 대표의 경영 방침이 녹아든 결과로 볼 수 있다. 엄 대표는 취임 후 부동산 PF를 담당하는 구조화금융본부를 구조화금융부문으로 승격하고, 구조화금융본부장이었던 김영국 전무 직책도 부문장으로 조정하는 등 부동산 PF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기틀을 마련했다.
특히 2007년 자기자본투자(PI) 부문을 담당했던 경험을 살려 회사가 보유한 현금을 통해 부동산 PF에서도 적극적인 투자를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 키움증권의 개별기준 현금자산(예치금 포함)은 지난해 말 5조9231억원에서 지난 2분기 4조7739억원으로 1조원 이상 줄었다.
증권사 관계자는 “키움증권이 현금자산까지 써가며 부동산 PF에 대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며 “우량 딜 비중이 높아 부실화 우려에서도 자유로운 편”이라고 말했다.
NH투자증권, 삼성증권, SK증권은 컨소시엄을 만들어 9000억원 규모로 큐브광안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의 부동산 PF 딜을 주선했다. 큐브광안PFV는 증권사 3곳을 포함해 대우건설, 큐브리얼티인베스트 등이 설립한 시행사다.
본 PF로 전환된 해당 프로젝트는 부산 수영구 남천동에 5개 동으로 구성된 공동주택 845가구와 근린생활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시공은 대우건설이 담당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형사를 중심으로 우량 딜이 성사되며 부동산 PF 시장이 활기를 찾고 있다”면서도 “중소형사들은 재무건전성 관리, 리스크 예방에 중점을 둬 하반기 부동산 PF 시장에서 다소 소외된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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