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안타깝게도 올해는 다시 생각해야 하는 역사의 진실을 놓고 정치권이 대립, 후유증이 크다. 덩달아 '광복절'이 있는 8월은 불볕더위만큼이나 유난히 뜨거웠다. 우리나라 독립의 시기를 자의적으로 해석한 보수와 진보의 충돌로 국민의 혼란을 가중했기 때문이다. 광복절 행사도 두 쪽으로 나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 선현들이 독립을 위해 흘린 피와 땀의 의미는 그대로였다는 사실이다. 그러면서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말이 다시 한번 국민 마음속에 되새겨지는 계기가 됐다. 이런 가운데 시국의 위중함을 전제로 한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얼마 전 광복회를 방문해 '경기도 독립기념관 건립' 계획을 밝혔다.
이종찬 광복회장을 만난 자리에서였다. 김 지사는 "나라도 역사도 거꾸로 가고 있지만, 경기도는 제대로 가겠다"라면서 무장투쟁·독립 열사 외에도 예술·언론·교육 등의 분야에서 그동안 조명되지 않았던 다양한 독립운동과 유공자를 찾아내 선양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곳은 우리의 독립을 위해 선현의 피땀이 녹아있는 성지들이다. 마땅히 독립기념관이 세워져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물론 지역 단위의 기념관들은 존재한다. 전국적으로도 비슷한 지역별 독립기념관들이 있다.
그런가 하면 국가적으로 대표성(?)이 부여된 천안 독립기념관도 있다. 하지만 국가를 대표하는 독립기념관 관장의 사고가 '독립 정체성' 논란을 일으킨다면 문제다. 아울러 그와 결을 달리하는 독립관 신설은 당위성을 갖기에 충분하다. 김 지사의 경기도 독립기념관 건립에 많은 국민이 동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기도엔 독립기념관이 건립돼야 할 지역과 명분은 차고도 넘친다. 일제 강점기 동안 만세 시위만 보더라도 경기도는 전국 어느 지역보다도 격렬했다. 경기도 내 시위 건수만 367회, 참여 인원 17만~20만 명으로 전국 최다였다. (국사편찬위원회 자료)
그만큼 희생자도 많았다. 사망자 수가 최대 130여 명이나 됐다. 대표적인 곳이 화성시다. 화성 향남·팔탄 뿐만 아니라 송산·서신·우정·장안 등지에선 당시 전국에서 가장 격렬한 3·1 만세운동이 일어난 곳으로 기록되고 있다. 그러면서 경기도 독립기념관 건립 지역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그중 으뜸은 '제암리 학살 현장'이다. 이곳에선 29명의 양민이 학살됐다. 인근 고주리에서도 6명이 희생됐다.
정명근 화성시장은 민선 8기 취임 이후 이곳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를 추진한 바 있다. 제암리 3·1운동 순국유적지 인근 3만 7000㎡ 부지에 조성되는 역사문화공원 내에 연면적 5310㎡ 규모의 독립운동기념관을 건립했다.
경기도 내 소재 독립기념관 중 면적이 가장 큰 규모이며 2년의 공사를 거쳐 지난 4월 완공했다. 올해 광복절 행사가 이곳에서 개최됐다. 이날 정 시장은 "시민들과 함께 선조들의 정신이 깃든 자랑스러운 화성특례시를 만들어 나가겠다"라면서 "순국선열의 강인한 독립운동 정신을 계승해 나갈 것"이라 강조했다. (2024년 8월 15일 자 아주경제 보도)
남다른 정 시장의 역사관을 보기에 충분하다. 이런 곳에 경기도 독립기념관이 건립되면 경기도의 독립 정신이 새롭게 정립될 것으로 기대된다. 화성시의 심도 있는 검토를 기대하면 무리일까?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