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국가들의 에너지 확대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가정의 취사용 에너지인 바이오매스(땔감 나무) 의존율이 54%에 이르고, 사하라 이남은 80%를 차지한다. 바이오매스 이용은 사막화를 촉진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바이오매스는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전력 생산 및 공급, 석유, 천연가스, 석탄 등 화석연료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다.
아프리카의 전력 보급률은 56%에 불과하며, 전체 인구 14억명 중 약 6억명이 전력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세계 인구 중 17%를 차지하면서 에너지 소비량은 4%에 불과하고,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1인당 전력 사용량은 150~180㎾h로 세계 평균 7000㎾h, 우리나라 1만1861㎾h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전력 부족은 교육 및 보건의료, 생활환경을 악화시키고 있다. 또한 아프리카 에너지 공급 부족이 경제 및 사회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는 지 오래다. 에너지 공급의 부족은 외국인직접투자 유치에도 부정적인 요인이 된다.
아프리카 전력 공급이 낮은 원인은 발전 용량의 절대적 부족, 취약한 송배전망 및 서비스, 높은 전력 공급 가격 등을 들 수 있다. 전체 발전 용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지리적으로 넓은 지역에 흩어져 거주함에 따라 송배전망 건설 비용은 과다하게 지출되며, 전력 손실률도 높다. 아프리카의 전력 손실률은 17.5%로 우리나라의 4.01%에 비해 4배나 높다. 기존 송배전망은 대부분 노후해 약 75%가 불안정한 상태로 전력을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재생에너지 활용을 늘리고, 바이오매스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수십 년간 노력해 오고 있다. 국제기구, 원조 기구들의 에너지 분야 지원도 끊임없이 추진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여러 아프리카 국가에 발전 설비, 송배전망, 교육훈련 등 다양한 에너지 협력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으나 대폭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
[아프리카는 재생에너지의 보고(寶庫)]
아프리카는 전 세계 재생에너지 잠재력의 39%를 차지하며, 태양광 발전 잠재력은 10TW에 달한다. 2023년 아프리카 대륙 전체의 태양광 발전 용량은 15.3㎿에 불과해 아주 소규모이다. 태양열이 풍부한 사하라 사막의 면적은 약 1000만㎢ 달한다. 미국 메인주(Maine)나 벨기에 면적에 태양광을 설치하여 전력을 생산한다면 아프리카 대륙 전체 전력 수요를 충당하고, 여유분을 유럽으로 수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아프리카의 주요 강은 나일강, 콩고강, 니제르강, 잠베지강 등이다. 수력발전 잠재력은 350GW에 이르나 현재 설치된 발전 용량은 42GW로 15% 미만이다. 콩고민주공화국, 에티오피아, 이집트, 말라위, 모잠비크, 우간다, 잠비아 등이 주된 수력발전 생산국이다. 전력을 생산하는 대규모 댐으로 이집트의 아스완댐, 콩고민주공화국의 잉가댐 1기 및 2기, 에티오피아의 그랜드 르네상스댐(GERD·Grand Ethiopian Renaissance Dam)을 들 수 있다. 그랜드 르네상스댐은 이집트와 수단의 완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2011년 공사를 시작해 현재 마무리 단계며, 2020년부터 담수를 진행 중이다. 발전 용량이 6000㎢로 아프리카 최대 규모이며 아스완댐의 3배, 소양강댐의 30배에 달한다.
풍력발전의 잠재력은 100GW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지만 2023년 기준 풍력발전량은 잠재 용량의 10% 미만으로 8.7GW에 불과했다. 에티오피아의 아이샤 지역 및 아다마에는 중국 정부의 유상원조로 102개 풍력터빈을 설치하였고 153㎿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케냐는 1980년대부터 지열발전을 시작해 2023년 발전 용량을 891㎿까지 늘렸다. 가나 최대의 지열발전소는 올카리아(Olkaria)에 위치하고 모두 5기의 지열발전기가 운영 중이다. 케나는 2030년까지 지열발전 용량을 5,530㎿로 늘려 국가 전체 전력 공급의 51%를 차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재생에너지 또는 화석연료를 이용하는 전력 생산은 효율적인 송배전망이 요구된다. 아프리카 전체 송배전망에 매년 약 40억 달러가 소요된다고 한다. 발전 설비를 그리드 시스템(Grid System)에 연결하여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고, 저장장치 및 공급과 수요를 제어하는 스마트 그리드 시스템이 필요하다. 여기에 노후한 송배전망의 교체에도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대아프리카 에너지 협력 방안]
우리나라는 합리적인 에너지 믹스로 안정적 에너지 공급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화석에너지가 주를 이루고, 원자력(29%)과 재생에너지는 5%(세계 평균 13%보다 낮음)에 불과하다. 안정적 전력 공급과 송배전에 최첨단 기술이 접목된 스마트 그리드 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어 개발도상국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아프리카 에너지 협력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바이오매스를 줄이고 대체 에너지 확보에 주안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대체 에너지는 재생에너지(태양열, 수력, 지열, 풍력 등)와 지역 특수성을 고려하여 화석연료(석유, 석탄, 천연가스)의 이용을 늘리기 위한 협력도 가능할 것이다. 또한 그린 수소 및 중장기 차원의 원자력 분야도 국제 협력 대상이 된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에너지 관련 전문인력의 교육 및 훈련을 위한 협력도 중요하다. 에너지 분야 연구개발 및 인재 양성을 위해 교과과정의 개발, 직업훈련 프로그램 등을 늘리는 것이다. 전기 및 전력 생산 분야의 전문화된 직업훈련기관의 설립 및 운영도 협력 대상이 된다. 아프리카의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아프리카 5개 권역별(동부, 서부, 중부, 남부, 북부) 거점 기관을 설립해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스마트 그리드 시스템과 관련된 분야의 국제 협력으로 아프리카 국가들의 전력 손실률을 줄이고, 대체 에너지 확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정부 차원의 에너지 정책 분야 협력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수원국 차원의 중장기 에너지 분야 발전계획 수립 및 시행에 대한 지식을 공유하는 일이다. 국가 특성에 적합한 에너지 개발계획을 마련하고, 민관 협력 체제를 구축하여 에너지 효율성 확대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국가별 또는 권역별 에너지 관련 기술 및 정책을 연구하는 기관 설립에 대한 협력도 검토 대상이 된다.
급변하는 세계 정치 및 경제 질서에 따라 에너지 안보는 모든 국가의 주요 어젠다가 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에 에너지를 의존해왔던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의 경제에 큰 어려움을 가져오고 있다. 아프리카 국가들도 에너지 안보에 대한 불안과 위험도 마찬가지다.
한-아프리카 에너지 국제 협력은 다른 연관 분야의 발전에 지렛대(Leverage)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이는 산업 발전, 농업 개발, 도시 개발, 교육 및 보건 등 다양한 분야에 순영향을 가져오고 삶의 질 향상, 빈곤 감축 등에도 직접적으로 연계된다.
우리나라는 국제적으로도 경쟁력을 가진 재생에너지 및 발전 기술, 스마트 그리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믹스(Mix)는 유럽이나 미국 등 여러 선진국보다 안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에너지 분야 국제협력 기회는 화석연료, 수소, 원자력 등을 ‘브리지 에너지’로 활용하여 재생에너지 활용을 늘리는 기회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 아프리카 국가들은 풍부한 에너지 자원을 가지고 있음에도 기술 확보의 어려움, 투자금의 부족, 인적 자원의 부족으로 에너지 분야 발전이 더디다. 아프리카는 2030년까지 에너지 분야에 약 2000억 달러의 투자가 필요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24년에는 1100억 달러가 필요하며 그중 700억 달러는 화석연료를 이용하기 위한 투자금이라고 한다. 아프리카의 에너지 국제협력 확대는 에너지 개발 및 공급 확대로 이어지고, 바이오매스의 의존도를 낮추며, 아프리카의 에너지 개발에 우리나라가 최적의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대아프리카 에너지 협력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한-아프리카에너지협력기구’를 구성하여 우리나라와 아프리카 대상 국가의 정부, 민간기업, 연구계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아프리카 에너지 발전의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아프리카 에너지 협력이 활성화되어 아프리카의 에너지 문제 해결을 선도하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진상 필자 주요 이력
▷영국 글래스고대 경제학 전공 ▷영국 스트래스클라이드대 박사 ▷전 아프리카학회장 ▷전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전 한국뉴욕주립대 교수 ▷현 한국항공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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