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보험료율 인상, 명목소득대체율 상향 등 내용을 담은 ‘국민연금 개혁안’을 내놓은 가운데, 보장성보다는 재정안정에 중점을 뒀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사회적 합의를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보험료율 인상으로 인해 중위소득층의 월 보험료 부담이 약 11만원 이상 확대될 수 있지만, 소득 대비 보장을 의미하는 명목소득대체율은 기대치를 크게 밑돌아 국회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 한 달 보험료 11만원 이상 오르는데, 보장은 기대 이하
4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국민연금 개혁안은 보험료율을 인상하고, 재정악화 시 수급률을 조정하는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는 등 보장성 강화보다는 기금 재정안정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분석된다.
개혁안대로 보험료율이 인상되면 지난해 기준소득월액 286만원인 가입자의 보험료가 27만7400원(직장가입자는 사측이 절반 부담)에서 37만1800원으로 11만4400원 오른다.
정부가 이처럼 보험료율을 큰 폭으로 올리려는 것은 급격한 저출산 고령화로 노인 인구 비중이 커지고 경제활동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 위기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가 지난해 3월 발표한 제5차 재정추계 결과에 따르면 국민연금 제도가 현행을 벗어나지 않으면 2041년 수지 적자가 발생하고, 2055년에는 적립기금이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보장성을 의미하는 모수인 명목소득대체율은 큰 변화가 없다. 정부는 2028년 기준 40% 수준에서 42%로 상향한다는 방침인데, 이는 지난해 국회 연금개혁특위에서 시민평가단 다수가 찬성한 50% 상향 조정안을 크게 하회한다.
명목소득대체율은 국민연금 도입 때는 70%로 높게 설계됐지만 이후 1999년 60%, 2008년 50%로 낮아진 뒤 매년 0.5%포인트씩 깎여 2028년까지 40%로 조정될 전망이다. 올해는 42%, 내년에는 41.5%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제시한 42%는 올해 명목 소득대체율과 비교하면 '현행 유지'다. 하지만 향후 스케줄 상 40%까지 내려가게 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게 정부 측의 주장이다.
◆ 공은 국회로...여·야 입장차에 통과 미지수
정부가 제시한 개혁안이 지난 21대 국회에서 시민 다수가 선택한 안과 비교하면 명목소득대체율 부분에서 큰 격차를 보이면서 ‘사회적 합의’를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가 개혁안에 기금수익률을 1%포인트 높이고, 개인연금에 인센티브를 확대해 노후 보장의 한 층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불안해하는 시각이 많다. 목표 수익률을 높이면 그만큼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 수익률이 악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가 이날 연금개혁의 정부안을 내놓은 만큼 이제 연금개혁의 성패는 국회로 넘어가게 됐다. 국회가 정부안을 토대로 합의안을 도출한 뒤 국민연금법 등 관련 법률을 개정해야 연금 개혁이 성과를 내게 된다.
다만 국회는 연금개혁을 논의할 기구조차 만들지 못하고 있어서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돼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여당은 특위를 구성해 연금개혁을 논의하자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소관 상임위에서 처리하면 된다고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야당은 그동안 여당의 특위 구성 요구에 '정부안이 먼저'라고 대응했었다.
정부안이 보장성 강화보다 재정안정에 힘을 준 만큼 국회 논의 과정에서 이를 둘러싼 논쟁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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