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유럽, 미국, 중국 등 다양한 국적의 컬렉터들이 찾아왔어요. 예상보다 방문객이 많아요.”
4일 서울 코엑스에서 키아프-프리즈 서울이 동시 개막한 가운데 이날 찾은 행사장은 중국어와 일본어, 영어 등 곳곳에서 외국어 소리가 들렸다.
오전 개막 당시 조금은 한산했던 행사장 분위기는 오후가 되면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각국의 컬렉터들이 모인 덕이다. 이날은 VIP 사전 관람(프리뷰)이 진행되는 날로, 매출을 좌우할 큰손들이 각 부스를 둘러보고 있었다.
프리즈와 키아프가 동원한 갤러리는 300여개가 넘는다. 올해로 세 번째인 프리즈 서울에는 가고시안, 하우저앤워스, 페이스, 데이비드 즈워너 등 세계 4대 갤러리를 비롯해 리만머핀, 리슨, 타데우스 로팍 등 세계 정상급 갤러리들이 참여했다. 한국 갤러리로는 갤러리현대, 국제갤러리, 아라리오갤러리 등이 부스를 꾸렸고 총 32개국 112개(국내 31개) 갤러리가 참여했다.
이들 갤러리는 초고가 작품보다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컬렉터들의 소비 패턴에 맞춰 동시대 작가들의 수억원대 작품들을 엄선했다. 다만, 스타 작가들의 신작도 출품됐다.
대형 갤러리들은 주요 작가들의 작품을 선판매하는 등 컬렉터들의 관심이 예년과 유사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국제갤러리는 클라이언트들의 탄탄한 수요에 힘입어 이희준 작가의 회화 등을 선판매했다. 프리즈 서울 첫날에만 양혜규, 문성식, 이희준 등 10여개 이상의 작품을 판매하는 성과를 거뒀다.
PKM갤러리는 유영국의 회화 작품을 20억원가량에 팔았다. 일부 컬렉터들은 유영국의 작품이 빨리 팔린 탓에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페어장 밖에서도 대형 거래 소식이 전해졌다. 미술품 경매회사 서울옥션은 보험가 1000만 달러(약 134억원)에 달하는 야요이 쿠사마의 ‘호박’ 대작을 판매했다. 보험가이기 때문에 정확한 판매가는 아니지만, 보험가와 유사한 수준에서 작품이 거래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아트페어가 전체적으로 힘이 빠졌다는 평가도 나왔다. 관람객 중 상당수가 미술관 등의 관계자들로, 작품 구매보다는 볼거리 등을 즐기기 위해 온 이들이라는 것이다. 한 갤러리 관계자는 “아직 작품을 못 팔았다”고 슬며시 말했다.
한편, 한국화랑협회가 주최하는 키아프 서울에는 21개국 206개(해외 74개) 갤러리가 참여했다. 과거 이우환, 박서보 등 유명 작가 위주로 부스를 꾸렸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다양성에 초점을 맞췄다. 중견 작가인 권오상, 우국원, 도윤희 등의 작품을 전시하는 등 스펙트럼을 넓혔다.
이날 키아프를 방문한 한 관람객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키아프를 찾았다. 이번에는 처음 본 작품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주요 인사들은 키아프-프리즈 서울의 개막을 축하했다. 용호성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이제 프리즈 키아프에서 한국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 작가들을 보게 될 것"이라며 "한국의 미술 관람객 70%는 젊은 세대다. 젊은 작가와 젊은 세대들이 한국 미술계를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은 "세계 예술인들의 이목이 한국에 집중되기 시작했다"며 "정부가 아트페어만이 아니라 광주비엔날레와 부산비엔날레 등을 같은 기간에 열어, 세계인들이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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