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에서 중국이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 ‘5% 안팎’을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와 소비 저하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서방과의 무역 분쟁까지 덮치면서 경제난이 심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당국이 올해 남은 기간 동안 강력한 부양책을 통해 목표치 달성에 집중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4일(현지시간)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이 목표치인 5% 안팎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전망치를 잇달아 하향 조정했다고 보도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이날 중국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5%에서 4.8%로 낮춰 잡았고, 캐나다 TD증권은 5.1%에서 4.7%로 내렸다. 블룸버그가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중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 중간값도 8월 중순 4.9%에서 소폭 하락한 4.8%로 집계됐다.
앞서 지난 7월 발표된 중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5%에 크게 못 미친 4.7%를 기록한 후 일부 IB들은 이미 올해 중국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와 씨티은행, 바클레이스는 기존 5%에서 각각 4.9%, 4.8%, 4.8%로 전망치를 낮췄다. JP모건과 UBS도 4.6%로 비교적 낮은 전망치를 제시했다.
5% 안팎은 중국 정부가 1991년 이래 가장 보수적으로 잡은 목표치지만 이조차도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경기가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영향이 크다. 지난달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70개 주요 도시의 신축주택 가격 추이를 보면 전월 대비 가격이 하락한 도시는 66곳(94%)에 달했다.
중국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70%에 달한다.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지 않으면 내수 부진도 지속될 수밖에 없다. 왕타오 UBS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부동산 침체의 골이 예상보다 더 깊다. 아직 바닥을 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부동산 침체가) 가계 소비에 미치는 영향으로 인해 전망치를 낮췄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과잉 생산' 문제를 둘러싸고 서방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이 확대되고 있는 것도 중국 경기 전망을 어둡게 한다. 지난달 발표된 중국의 7월 경제지표는 대부분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특히 저가 공세로 호조를 보여왔던 수출마저도 7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7.0% 증가하는 데 그치며 시장 예상치(9.7%)를 크게 밑돌았다. 헌터 챈 스탠다드차드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 부동산 경기 둔화에 더해 다른 국가들과 무역 긴장이 고조될 위험까지 안고 있다”고 짚었다.
다만 성장률 목표치 달성 여부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이에 목표치를 보수적으로 잡았던 만큼 당국이 올해 남은 기간 동안 추가적인 부양책을 통해 목표치 달성에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프레데릭 노이만 HSBC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책 입안자들의 경제에 대한 강력한 장악력을 고려할 때 성장률을 5%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핵심은 ‘돈 풀기’를 통한 경기 부양 움직임이 나오느냐다. 알렉스 루 TD증권 전략가는 “지출 둔화, 투자 위축 등으로 중국 기업과 주요 수입업자들 사이에 (중국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고착되고 있다”면서 “예산 확대가 없다면 올해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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