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솨장즈푸청궁(刷掌支付成功, 손바닥 결제가 성공했습니다)."
5일 중국 광둥성 선전시 난산구에 위치한 한 편의점. 음료수 하나를 골라 계산대 앞에 놓인 손바닥 결제 기기에 손바닥을 5~6cm 거리에 가까이 갖다 댔다. 1~2초 만에 결제가 완료됐다는 음성과 함께 자동으로 결제되는 방식이다. 지갑이나 스마트폰을 꺼낼 필요도 없다.
외국인도 중국 은행계좌와 휴대전화 번호만 있으면 사용이 가능하다. 손바닥 등록 기기에 손바닥 지문을 한 번만 등록해 웨이신페이와 연동시키면 된다. 손바닥 등록부터 결제까지 걸리는 시간은 10초. 편의점 직원에게 손바닥 결제를 하는 손님이 많냐고 물어보니 "다들 많이 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텐센트가 자체 연구 개발해 지난해 5월 첫선을 보인 손바닥 결제의 현장이다. 손바닥 결제는 사람마다 손바닥 주름 모양이나 정맥 형태가 다르다는 점을 활용해 신분 확인 후 결제하는 방식이다.
현재 중국 광둥성 지역 편의점 1500여곳을 비롯해 일부 대중교통, 무인상점, 보조배터리 대여소, 헬스장, 주차장, 음식점 등에서 이미 손바닥 결제가 이뤄지고 있다. 텐센트 선전 빈하이 본사 빌딩에서는 매일 직원들은 손바닥으로 출퇴근 인증을 하고, 선전대학교 학생들은 손바닥만으로 캠퍼스에서 쇼핑, 출석 체크, 구내식당 이용 등이 모두 가능하다. 텐센트에 따르면 손바닥 결제를 첫선을 보인 1년여간 현재 등록된 손바닥만 수천만 명에 달한다.
텐센트는 손바닥 인증 결제를 차세대 인공지능(AI) 솔루션 중 하나로 삼고 글로벌화도 추진하고 있다. 텐센트 클라우드는 5일 중국 광둥성 선전에서 열린 텐센트 '글로벌 디지털 에코시스템 서밋(DES)'에서 해외 시장을 타깃으로 한 손바닥 인증 기술 및 관련 생태계 구축 계획도 공개했다.
포슈 영 텐센트 클라우드 인터내셔널 수석 부사장은 “텐센트 클라우드의 손바닥 인증 솔루션이 인도네시아 최대 통신사인 텔콤셀 등 선도 기업들에 의해 전 세계적으로 시범 운영되고 있다”면서 “결제 시스템부터 보안 액세스 관리까지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텐센트의 특허 기술을 다용도 모델 키트로 제공하여 글로벌 파트너들이 선도 기술을 빠르게 채택하고 시장에 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손바닥 인증 에코시스템 계획’을 소개하며 파트너들의 혁신을 촉진해 다양한 비즈니스 시나리오에서 활용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비쳤다.
사실 미국 아마존이나 일본 후지쯔와 비교하면 텐센트는 손바닥 인증 결제의 후발주자다. 텐센트의 최대 경쟁력은 산하 ‘국민 모바일 메신저’ 웨이신과 위챗의 월 활성화 이용자이다. 웨이신 앱 하나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식료품 주문, 대중교통, 음식 배달, 호텔·항공권 예약 등을 모두 해결할 수 있다. 특히 웨이신과 연동된 모바일 결제 서비스 웨이신페이 이용자만 10억명. 웨이신페이에 손바닥 인증 결제를 연결함으로써 그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텐센트 손바닥 인증 결제는 14억 중국인 인구의 다양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누적한 광대한 데이터가 경쟁력이다. 기온이 낮은 추운 동북지역 주민, 손가락을 제대로 못 펴는 노인, 손바닥 정맥이 잘 안 보이는 서맥성 부정맥 환자 등 다양한 환경에서 결제가 이뤄질 수 있다. 에릭 리 텐센트 클라우드 AI 부총괄 겸 글로벌 수석 아키텍트는 텐센트 손바닥 인증 결제에서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은 사실상 0%라고 확신했다.
일각에선 생체 정보는 민감한 문제인 만큼 중국 이외의 다른 지역에서는 데이터 유출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리 총괄은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있는 안면 인식과 달리 손바닥 인증 결제는 본인의 동의하에 이뤄진다”며 “텐센트는 데이터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며, 현지 법규를 엄격히 준수한다”고 밝혔다.
전 세계 손바닥 결제 시장 규모는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인 글로벌마켓인사이트(GMI)에 따르면 전 세계 손바닥 결제 시장 규모는 지난해 5780만 달러에 달했다. 올해부터 연평균 25%씩 성장해 2032년에는 4억 달러(약 5347억원)로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는 아마존을 중심으로 한 미국, 캐나다 등 북미 지역 점유율이 35%에 달하고 있다.
한편 텐센트는 5일부터 이틀간 글로벌 디지털 에코시스템 서밋에서 기업의 디지털 혁신을 위한 클라우드, AI상품, 자체 혁신 및 글로벌 솔루션을 대거 공개했다. 이번 콘퍼런스에서는 파트너사 및 기업의 AI, 디지털화 목표를 지원하기 위한 여러 제품군의 업그레이드 버전이 소개됐다. 특히 기업들이 대규모 모델 개발 및 학습에 활용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최적화하는 데 중점을 둔 컴퓨팅, 스토리지, 네트워킹 솔루션인 ‘AI 인프라’와 함께, 한층 업그레이드 된 자체 개발 초거대 AI모델인 ‘훈위안(混元) 터보’도 공개했다. 훈위안 터보는 지난해 9월 첫 공개한 훈위안과 비교해 학습효율을 두 배 향상시키고 추론 비용을 50% 절감시킨 전문가 혼합(MoE) 구조 적용 모델 서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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