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처음으로 네일도 해봤어요.”
지난 5일 서울 동숭동 시즌엠아카데미에서 기자들과 만난 김문정 뮤지컬 음악 감독은 “손톱을 기르는 일탈을 해봤다”며 손가락을 보여주며 웃음 지었다. 예정됐던 공연이 연기된 덕분(?)에 공연도 연습도 없는 여유로운 8월을 즐길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제 (손톱을) 잘라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추석 이후 새로운 작품 연습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한 달여간의 짧은 일탈이 끝난 것이다.
김 감독이 올해 참여한 작품은 레미제라블, 레베카, 마리 앙투아네트, 그레이트 코멧, 영웅 등 다섯 개에 달한다. 2001년 뮤지컬 음악감독으로 데뷔한 그는 수많은 대작을 빚어낸 독보적인 마에스트로다. 국내 뮤지컬계에서 유일하게 티켓 파워를 가진 감독으로 평가받는다.
뮤지컬 대중화에 앞장서 온 김 감독의 최대 관심사는 뮤지컬의 ‘미래’다. 그는 2021년 국무총리상을 받을 때 ‘K-뮤지컬’을 언급했다. K-무비, K-드라마처럼 뮤지컬도 한국을 대표하는 콘텐츠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뜻이었다. 말로만 그치지 않았다. 김 감독이 작곡한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는 한국 최초로 중국 대극장에 라이선스가 수출됐다.
김 감독은 “남들이 만든 하드웨어에 끼워 맞출 시기는 지났다”며 이제는 창작 뮤지컬을 통해 소프트웨어를 강화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역사에는 너무 많은 희로애락이 있다. 소재거리가 많다”며 “대통령이 계속 심판받거나 뒤주에 갇혀 죽은 세자, 수많은 침략기 등 소재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만의 소재로 (뮤지컬을) 만들어서 세계화해야 한다. 한국 뮤지컬 발전 가능성은 앞으로도 무한하다”고 자신했다.
미래에 대한 고민에서 나온 답은 인재양성이다. 그는 최근 차세대 뮤지컬을 이끌 창작진과 배우를 발굴하기 위해 ‘시즌엠 아카데미’의 문을 열었다. 김 감독은 “잘난 척 좀 하겠다”며 “나 아니면 누가 하겠냐. 혼자 잘 먹고 잘 살고 은퇴하면 안 될 것 같았다”고 했다. 그는 “방송을 통해 공신력도 생기고 목소리에 힘도 생겼다”며 시즌엠 아카데미를 통해 뮤지컬 산업에 기여하고 싶다고 전했다.
김 감독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후배들이 뮤지컬에 대해 질문할 때마다 항상 답을 주지 못한 데 미안함을 느꼈다. 자신이 독보적인 음악감독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겪었던 ‘감사한 경험’을 이제는 후배들에게 돌려주고 싶다는 것이다.
그는 “뮤지컬은 공채가 있는 것도 아니다. 나는 운 좋게 지인의 소개로 뮤지컬에 발을 들였지만, 시작 자체가 막막한 게 사실”이라며 “시즌엠 아카데미를 통해서 배우 양성뿐만 아니라 음악 스태프, 연주자들을 위한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다짐했다. “과감하고 대차게 시작했다. 게을리하지 않으리라 마음먹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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