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국제조세조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12억50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지난 7월 31일 확정했다.
한국과 홍콩을 오가며 활동하는 사업가 A씨는 2016년 2월 기준 스위스 계좌에 220억원가량을 외화로 보유하면서도 관할 세무서에 신고하지 않은 혐의로 2022년 8월 검찰로부터 기소됐다. 국제조세조정법에 따르면 매월 말일 기준 해외금융계좌에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경우 다음 연도 6월 중으로 관할 세무서에 신고해야 하는데도 A씨는 이를 따르지 않은 것이다.
법정에서 A씨는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공소시효가 지났으므로 처벌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법을 위반한 시점(공소시효 계산 시작일)은 법정 신고 의무 기간이 종료된 지난 2017년 7월 1일인데, 그로부터 공소시효 5년이 지난 2022년 8월에야 검찰이 자신을 기소했다며 처벌은 부당하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이에 검찰은 '범인이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 있는 경우 그 기간 공소시효는 정지된다'는 형사소송법 조항을 내세워 A씨 처벌이 가능하다고 맞섰다.
양측이 법리를 내세워 공방을 벌였지만 결국 법원은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지방국세청은 2022년 6월 7일 세무대리인을 통해 A씨와 문답조사를 한 뒤 20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통지했는데, 법원은 이 시점부터 A씨가 처벌 가능성을 알았을 것으로 봤다. 그러므로 홍콩에 체류 중인 A씨가 당시 별다른 이유 없이 귀국하지 않았던 것은 처벌을 면할 목적이라고 판단했다.
그간 대법원은 피고인이 자신의 행위가 범죄에 해당한다는 것을 알면서 해외로 출국하거나 범죄를 인식한 시점 이후에 귀국하지 않으면 공소시효가 정지된다는 법리를 판례를 통해 확립해왔다.
앞서 A씨는 1심에서 벌금 25억원을, 2심에서 벌금 12억5000만원을 선고받았다. 다만 조세 포탈 등의 목적이 없었고 세무조사 이후 종합소득세를 모두 냈다는 이유로 2심에서 형이 감형됐다.
A씨는 1, 2심 판결에 모두 불복했으나 대법원은 2심 판결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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