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두고 채소류 가격이 오른 가운데 식품업계도 가격표를 올려 쓰면서 소비자 지갑은 더 얇아질 것으로 보인다.
보통 식품업계는 명절 직전엔 정부와 소비자 눈치를 보느라 가격 인상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올해는 추석 전부터 가격을 일제히 올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가격을 인상하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는 한계치에 달했다는 입장이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추석 성수기를 목전에 두고 가격 인상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특히 명절 음식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들이 오르면서 소비자 물가 부담은 가중될 전망이다.
먼저 오뚜기는 최근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제품 가격을 최대 15% 올렸다. 품목별로는 순후추(50g)를 4845원에서 5560원으로 15% 인상했고, 토마토케챂(300g)은 1980원에서 2100원으로 6% 올렸다.
식탁에 자주 오르는 김치도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대상은 이달 1일부터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종가 맛김치 50g을 1000원에서 1100원으로, 80g짜리 제품은 1500원에서 1600원으로 각각 10%, 7% 인상했다.
추석에 빠질 수 없는 술도 마찬가지다. 국순당은 이달부터 백세주를 4년 만에 리뉴얼하고 375㎖ 기준 출고가를 4600원에서 5100원으로 9% 올렸다.
그간 정부는 물가 안정을 근거로 식품업계에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해 왔다. 업체들도 정부 눈치를 보며 물가 안정 기조에 발맞췄다. 원재료 인상분을 감내하며 가격 인상을 미뤄온 식이다. 하지만 가격을 올리지 않고서는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지면서 가격 인상이 전방위적으로 이뤄지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가격을 올리는 대신 용량이나 재료 함량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원재료값 인상분을 내부적으로 흡수해 왔으나 최근 이 같은 방식은 '소비자 눈속임'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렇다 보니 가격 인상이 필요할 때는 정석대로 올려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언제 올려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기업들도 정부 기조에 맞춰 원재료값 인상분을 버틸 순 있겠으나 한계치에 도달하면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번 식품업계 가격 인상이 전체적인 식료품 가격 인상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보통 주요 업체가 가격을 올리면 나머지 업체들이 시차를 두고 우후죽순 가격을 올리기 때문이다.
또 가격 인상이 연쇄 도미노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들어 코카콜라·스프라이트 가격이 오르면 탄산음료를 제공하는 햄버거 프랜차이즈나 식당들이 가격 인상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기업을 상대로 한 가격 압박은 정부가 아닌 소비자가 주체가 될 때 효과적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시장에서 플레이어는 소비자와 기업"이라며 "미국 맥도날드가 지난해 가격을 10% 올리자 불매운동(보이콧)에 나선 소비자가 늘었고, 이에 맥도날드는 일부 메뉴 가격을 도로 낮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비자가 중심이 돼 (잦은 가격 인상에 대해) 문제를 제기를 하고 의견이 모이면 기업들이 반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